복음 사색

바르티메오

by 후박나무 posted Sep 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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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작은 섬 칼라 디소토로 망명을 오게 된 칠레의 저항시인 파블로 네루다, 어부의 아들 마리오는 그의 도착으로 인해 불어난 우편물량을 소화하고자 집배원으로 고용된다. 마리오는 로맨틱 시인 네루다와 우정을 쌓아가면서 시와 은유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은유란 사물의 상태나 움직임을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수사법으로 '내 마음은 호수요.' 가 좋은 예이다. 종교계에서 많이 쓰이는 은유에는 ‘소경’ 이란 이미지가 있다.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말처럼 진리란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종교적 가르침은 자주 은유에 의존한다. “우리에게 진리를 가르치려 하지 말라. 다만 우리 스스로 진리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인도해 달라.” 소경에게 무지갯빛을 가르칠 수는 없다. 소경에게 필요한 것은 눈을 떠 스스로 보는 것이다.

 

오늘 복음의 본문은, 제자교육이란 3부로 이뤄진 마르코 복음의 가운데 단락이 시작되는 베싸이다의 소경이야기와 구조가 동일하다. 제자교육의 과정은 예수가 2번이나 손을 대어서야만 제대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지독히 눈 먼 이를 우선 그가 살던 세상에서 나오게 하고 다른 세계를 볼 수 있는 시력을 회복시켜준 뒤 다시 자신이 살던 세계로 돌아가지 않고 예수를 따르는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아브람의 부르심부터 예수의 제자들의 부르심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의 부르심은 먼저 자신에게 익숙하던 세계, 군중속의 일원으로 살던 옛 사람을 버리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 새 사람으로 사는 것이다. 예리고의 소경은 훗날 '예수 성명기도'의 핵심이 된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절규한다.  그는 자신의 재산목록 1호인 겉옷까지 벗어 버리고 눈을 뜨고자 한다. 바르티매오는 간절히 단 하나의 청원을 하고, “가라,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라는 예수님의 대답을 듣는다. 길가에 앉아있던 그는 이제 길 위로 올라 예수를 따라 나선다.(그리스도교는 처음 사람들에게 ‘길’ 로 불리웠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이상의 부르심을 들을 것 같다. 대양의 거친 파도가 두려워 바다로 나아가지 않고 자신이 태어난 강과 바다가 만나는 어귀에서 평생을 사는 연어도 있다고 한다. 그들은 말하자면 자기가 태어난 곳을 떠나라는 부르심에 응답하지 않아 연어가 되지 못한 연어다. 나도 병으로 어쩔 수 없이 내게 낯익은 세계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왜인지 영문을 모르는 소경으로서 바르티매오처럼 눈을 뜨게 해달라고 청해야겠다. 이 모든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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