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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물처럼 바람처럼

by 후박나무 posted Apr 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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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밤 10시경 동기인 마티아 수사의 어머님이 선종하셨다. 3주전부터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라 갑작스럽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부고를 듣게 되는 마음은 헛헛하다.

 

평생을 동굴에서 한 방향만 보도록 묶여 생활한다는 플라톤의 비유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적절해 보인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돌아가는 똑같은 일상의 반복에서 탈피하는 일은 부활이라 일컬을 정도로 어렵다.

 

형제들이 중국으로, 장례식장으로, 본당미사로 다 뿔뿔이 흩어져 새벽에 혼자서 미사를 드리다. 다시 태어났던 일도 너무나 먼 과거의 일이 되었다.  전혀 생각지도 기대도 하지 않다가 무상으로 새 생명을 받았듯이 성령은 그렇게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 오시리라!


  1. 물처럼 바람처럼

    지난 토요일 밤 10시경 동기인 마티아 수사의 어머님이 선종하셨다. 3주전부터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라 갑작스럽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부고를 듣게 되는 마음은 헛헛하다.   평생을 동굴에서 한 방향만 보도록 묶여 생활한다는 플라톤의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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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19.04.28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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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주간이 조금 넘게 광주 수도원에 머물다 오다. 그동안 성. 삼일 전례와 연례피정 강사도 하고! 아무리 KTX를 타고 다닌다 해도 여행은 여행인가보다. 차를 타는 시간은 단축될지라도 몸이 받는 피로감은 동일한 것 같다. 21일 상경한 후 22일 다시 아산병원...
    Date2019.04.23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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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19.04.20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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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19.04.19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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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전반에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읽었다. 페이지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자신을 가감 없이 드러내던 그 용기와 진실성에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동시에 나는 아마 나이 들어서도 평생 ‘고백록’ 이라든가 ‘회고록’ 혹은 ‘자서전’ 은 못쓸 거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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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19.04.16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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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등잔 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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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19.04.11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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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Sensus plenior

    화사하게 피었던 목련(木蓮) 도 비바람에 색이 바래 아롱아롱 지고 있다. 누구는 “꽃잎 떨어져 바람인가 했더니 세월이더라!” 했었지. 나무에 핀 연꽃도 온 산을 물들인 진달래도 이렇게 봄날이 가고 있음을 알린다. 그나저나 너무도 오랜만에 들어보는 빗소리...
    Date2019.04.09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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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19.04.08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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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vorverständnis [전이해(前理解)]

    사지에 힘이 없고 물먹은 솜처럼 몸이 자꾸 땅에 눌어붙는 것 같아 어제는 마사지도 받았다. 요 며칠 몸이 많이 불편하여 오늘 미사주례도 부담이 되었는데, 공진단 덕분에 지친 모습 보이지 않고 잘 마쳤다.   오늘은 새벽 3시에 깨어 더 이상 잠이 안와 노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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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산불

    어제 식목일에 새벽부터 동해안 산불소식으로 마음이 울렁거렸다. 마음이 뒤숭숭하여 알아보니 양양수도원과 솔이네는 안전하단다. 잠시 인연을 맺었던 옥계에서는 80 여 채가 전소되었다 한다. 인간이 무엇인지 자연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자각하는 때다.   ...
    Date2019.04.06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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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낯선 길을 가는 소경

    어제는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도봉 도서관에 들려 책구경을 했는데 “PURPOSE DRIVEN LIFE” (목적이 이끄는 삶) 이란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다. 내 삶이 어떤 방향성을 갖고 나아가고 있다기 보다는 가끔씩 표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
    Date2019.04.04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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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감수성

    솔이 에게 나의 체취가 밴 스웨터랑 츄리닝 바지를 택배로 보냈다. 솔이가 집안에서 잘 때 눕는 잠자리에 내 옷을 펼쳐 놓으니 냉큼 옷 위에 엎드려 코를 박고는 꼼짝도 않더란다. 평소 길 냥이 소리만 나도 흥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던 녀석이, 밥달라...
    Date2019.04.02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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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하느님의 말씀

    돌아보면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이 넘게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히 나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시편이나 말씀을 많이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라 믿는다. 마음에 와 닿기에 자연히 기억하게 된 시편귀절이나 말씀들은 위기나 결단의 순간에 디...
    Date2019.04.01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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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심재(心齋), 좌망(坐忘), 조철(朝澈)

    처음으로 내 마음 깊숙한 곳까지 뚫고 들어와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성서의 말씀은 마태오 복음 5장의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을 뵈올 것이다.” 이었다. 그 말씀이 씨가 되어 말씀과 만난 그날부터 크리스천이 되었고 이어 수도생활을 ...
    Date2019.03.31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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