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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성모의 밤

by 후박나무 posted May 0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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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금요일 연 이틀 우이령을 넘어 삼거리까지 5 키로씩 걸었더니 몸에 좀 무리가 오는 것 같아 오늘은 반대로 산 아래로 내려갔다오다. 오늘과 내일은 은인의 날과 성모의 밤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성모의 밤’ 하면 좀 끔찍한 기억이 떠오른다. 부제반때 전례를 가르치시던 박 기현 신부님이 하필이면 나를 지명하여 성모의 밤에 강론을 하라고 하셨다. 우리 수도원에서는 내가 성모신심이 없는 걸로 정평이 나있는데 말이다. 전교생과 교수신부는 물론 교직원과 주방직원들까지 몽땅 참석하는 큰 행사이기에 많이 난감했다. 아마 부제반 전체에서 수도자는 나 하나였기 때문에 시키셨던 것 같다. 청일점이든 홍일점(紅一點)이든 혼자만 다른 정체성을 갖는건 여러모로 불리하다. 서강대에서 2주간 실시했던 부제들 매스컴 교육에서도 억지춘향 격으로 나를 PD로 뽑아서 고생했었고.

 

당시했던 강론은 성모님을 통해 기도라는 주제로 옮아가서 흘러가는 시간인 크로노스(χρόνος)와 결정적, 주관적 ‘시각’인 카이로스(καιρός)를 이야기 했던 기억이 난다. 강론을 좋게 들었던 친구들은 짓궂게 골드문트의 출현이라며 장난을 치고. 골드문트는 원래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St. John Chrysostom)의 유명한 별명이었다. 강론을 하도 잘하기에 ‘황금의 입’이라는 뜻의 금구(金口)라 불렸다 한다. 그러나 나는 헤르만 헷세의 소설에 나오는 골드문트로 들렸다.

 

나는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성모신심이 없다. 친모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어서일 것 같다. 그날 성모의 밤 이후 3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정도 세월이면 나르시스와 골드문트가 서로의 영역과 역할이 있음을 인정하고 공존을 배우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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