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05.12 07:21

부활 제4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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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경망스러운 표현이 될지 모르지만, 고양이나 개도 주인의 목소리를 안다고 합니다. 반려견이나 반려묘들은 특히 편할 때 보다 아플 때 잘해 준 주인의 목소리를 더 잘 기억한다고 하더군요. 이처럼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아픔을 함께 해 준 목소리의 임자를 압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Jn10,27)고 말씀하시는데, 이는 목자 또한 자신의 양들의 목소리를 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저 마다 다른 음성의 질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지문과 같이 성문(聲紋)이 있으며, 이로써 세상에 완전히 같은 음성의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기에 같은 노래를 어떤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노래하느냐에 따라 다른 감동을 청자에게 주듯이, 어떤 목소리의 색깔을 가진 사람이 강론이나 강연을 할 때도 다른 감동을 주는 것입니다. 어쩌면 예수님의 목소리는 아마도 항상 기도하고 감사하며 기쁘게 사셨기에 고통 받은 이들에게, 슬피 우는 이들에게 말씀하실 때의 그 목소리는 분명 따뜻하고 부드러운 위로와 희망을 주는 목소리의 소유자가 아니실까 상상해 봅니다. 한 사람의 목소리는 단지 소리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살아 온 삶의 무게가 스며들어 있는 품성과 인격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막달레나가 그분을 눈으로 뵙고서도 알아보지 못했지만 <마리아야!>라고 부르는 주님의 목소리를 듣고 주님이심을 알아보았듯이 우리 또한 자신의 문제로 자기 안에 갖혀 있지만 않다면 주님의 목소리를 알아듣습니다.

 

예전 저의 친정 엄마는 저의 전화를 늘 기다렸습니다. 그 때 깨달은 것이지만 효는 귀로 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엄마는 단지 제 목소리를 알아들으신 게 아니라 제 목소리를 들으시고 제가 미처 표현하지 못한 내적인 갈등과 힘듦 등 세밀한 것까지 알아 헤아리셨지요. 제가 엄마에 대한 사랑 보다 엄마가 제게 대한 사랑의 앎이 훨씬 깊고 강하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사실은 주님과의 관계에서도 동일하다고 오늘 아침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

 

양들이 목자의 소리를 알고 목자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아는 것 보다 목자가 양의 목소리를 알고, 지금 내 양이 무엇을 필요하며 내게 무엇을 요구할 지 다 아심은 당신의 양들에 대한 사랑 곧 이해이며 관심이고 배려이십니다. 착한목자가 양들을 잘 알듯이 양들도 그 목자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을 때 목자와 양은 깊고 친밀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성소는 주님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살아가는 삶을 말합니다. 착한 목자는 자기 양의 소리만 들어도 알고, 멀리서 양의 모습만 보아도 자기 양을 구별합니다. 목자는 양의 체질이나 습관이 어떤지 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안다’는 것은 체험적인 앎이며 곧 사랑의 앎입니다. 목자가 양을 아는 것처럼 양도 체험적으로 목자와 목자의 사랑을 압니다. 그 사랑을 알기에, 양은 목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특히 자기 목자의 음성을 기억하고 분간한다고 합니다. 목자가 양을 알고, 양은 목자를 사랑의 체험으로 알듯이, 우리도 예수님을 지적으로만 알기보다는 인격적인 사랑을 바탕으로 알아가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 역시 양처럼 목자의 음성을 알아듣고 목자를 따라가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비록 부족한 허점투성이지만 실망하지 않고 예수님께 의지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양들인 우리는 우리의 약점으로 인해 종종 넘어질 수 있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예수님만 의지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인도자가 되시어 평화와 안식을 주시는 분, 삶의 모든 복을 가져다주며 우리를 돌보는 목자이심을 우리는 알고 따릅니다. 목자이신 예수님은 양떼를 돌보는 일을 아버지 하느님한테서 위임받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의 양들을 위해서 끝까지 돌보는 일을 감당하십니다.

 

오늘은 ‘착한 목자 주일’인 성소주일입니다. 산에 오르는 길은 하나가 아닙니다. 여러 갈래의 길이 있고 저마다 자신에 적합한 길을 택해 오르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하나하나 너무 잘 아십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맞는 길이 무엇인지 아시고 그 길을 가도록 초대하고 인도하십니다. 이것을 성소라고 합니다. 성소는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부르심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에 응답하는 사랑의 길은 부부의 사랑도 있고, 교회와 교우를 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의 사랑도 있습니다. 즉,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생활하는 것이 바로 성소 주일의 의미인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특별히 사제와 수도 성소를 위한 주일입니다. 사제와 수도자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기도하고 저를 포함하여 이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 그 부르심과 직분에 충실하기를 기도합니다. 여러분이 있어 제가 존재할 수 있기에 감사합니다.

<나는 착한 목자이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Jn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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