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05.13 07:18

부활 제4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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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성당 門하면 생각나는 곳이 바로 L.A. 주교좌 성당의 문입니다. 성당의 한 쪽은 대도시의 복잡한 도심이, 다른 한 쪽은 도시를 관통하는 고속도로 옆에 주교좌 성당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당 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 짧은 순간에 방문자는 침묵의 무게로 압도당합니다. 단지 문 하나로 외부와 차단된 그 공간 안에 꽉 찬 거룩함의 침묵과 고요는 길게 숨을 쉬지 못하고 잘게 숨을 나눠 쉴 만큼 엄숙하면서도 짙은 평화가 고요로 인해 눈물이 날 정도입니다. 단지 ‘문’ 하나 넘어 왔는데 대도시의 복잡함에서 갑자기 사막과 같은 고요와 침묵이 마음을 평안하게 하기에, 여행객이나 기도하러 온 영혼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어머니의 가슴처럼 꼭 품어 안아 주는 느낌이 듭니다. 그 곳이 바로 우리에 삶의 쉼터이며 안식처럼 느꼈기에 L.A를 방문할 때 마다 저는 주교좌 대성당을 찾아가곤 합니다.

 

얼마 전 끝난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보면 스카이캐슬을 들어가는 대문이 화면에 자주 나옵니다. 위압감을 주는 크고 높은 대문은 이곳에 아무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님을 쉽게 느끼게 해 줍니다. 안과 밖의 세상을 구분 짓는 도구는 단지 대문 하나이지만 이렇게 큰 대문은 이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신분을 그리고 높은 대문은 그 신분이 얼마나 높은 지를 상징하는 장치로 다가 오더군요. 참 불편했습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예수님은 당신 스스로를 <나는 문이다. 나는 양들의 문입니다.>(Jn10,9.7)고 스스로의 <에고 에이미 정체성>을 밝히십니다. 문의 기능은 안팎을 구분 짓는 경계이자 통로입니다. 보통으로 대문의 한 면은 밖으로, 다른 한 면은 안으로 나 있는 것처럼, 주님의 문의 한 면은 땅 위에 있는 인간을 향해 있고, 다른 한 면은 하느님을 향해 있습니다. 주님의 문은 땅과 하늘, 육과 영, 어둠과 빛, 불안전과 안전, 죽음과 생명을 구분 지으며 동시에 밖에서 안으로 이끌어 주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양들의 문이신 주님을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구원을 받지 못하고 멸망할 것입니다.> 허나 <누구든지 양들의 문이신 주님을 통하여 들어오면 구원을 받고, 또 풀밭(=생명의 양식)을 찾아 얻을 것입니다. >(10,9)고 단언하십니다. <목자 없는 양들>(Mr6,34) 같고, <길 잃은 양>(Lk15,4)과 같은 이들을 찾아 와 푸르고 싱싱한 초지가 조성된 생명의 목장으로 이끌어 그들이 <생명을 얻고 떠 얻어 넘치게 하려고 오신 것>(10,10)입니다.
 
주님은 양들인 저희가 들어가는 문이며, 이 문을 통해 들어가면 안전하고 마음대로 생명의 양식인 풀을 먹을 수 있기에 생명을 생명으로 풍요롭게 누릴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놀라운 생명과 사랑이 넘치는 목장에로 초대이며 기쁜 소식이 아닙니까? 누가 있어 우리를 이토록 잊지 않고 찾아오시고, 돌보아 주시며 이끌어 주시는 목자가 또 있겠습니까? 오직 주님뿐입니다. 우리 각자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밖으로 데리고 나가시고 때론 안으로 데리고 들어오시기에 주님을 따라 어디든지 따를 수 있습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나를 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며, 제게 상을 차려 주시나이다. 주님, 제 한평생 모든 날에, 은총과 자애만이 따르리니, 저는 오래 오래 주님 집에 사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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