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07.06 07:54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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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Mt9,17)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당대의 유대인들에게나 지금의 우리에게도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표현인데 굳이 그렇게 강조해야만 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예전에 성철 스님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는 표현 역시도 당연한 것 같지만 당연하지 않은 표현으로, 이를 체험하지 않으면 헷갈린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사람이 살다보면 당연한 것의 당연하지 않음과 당연하지 않은 것의 당연함을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를 만나게 될 경우가 있습니다. 당연한 말씀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하게 살아야 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라고 즉, 들어 온 대로, 늘 하던 대로, 반응하고 처신하다보면 당연한 일도 당연하게 인식되지 않고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반응합니다. 그러기에 경험하지 않으면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보고 느낀 것들로 말미암아 달라지는 순간에야 비로소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렇게 겪어보고 체험해 보지 않고서는 당연한 것도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살아가게 마련입니다. 그런 점에서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들에게는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는 단식하며 슬퍼할 수 없다.>(9,15)는 예수님의 말씀의 의도는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못하고 있는 그들에게 향한 예수님의 초대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말씀하신 까닭은 바로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께 와서, <저희와 바리사이들은 단식을 많이 하는데, 스승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9,14)라고 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도 새 천 조각을 헌 옷에 대고 꿰매지 않으며,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9,16,17)라고 답변하신 그 근저에는 요한의 제자들과 유대인들이 ‘새 천 조각이며 새 포도주인 당신 자신'을 받아 들이려하지 않음을 빗대신 것입니다. 왜냐하면 헌 옷에 새 천 조각을 대고 꿰맨다면 그 헌 옷이 새 천 조각에 땅겨 더 심하게 찢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으면 새 포도주가 그 가죽 부대를 터뜨려서 포도주는 쏟아지고 가죽부대는 못쓰게 된다는 것도 같은 논리입니다. 결국 이 비유는 새로운 내용은 새로운 용기에 넣어야 한다는 것. 복음을 율법의 그릇에 담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씀을 통해서 옛 가치가 아니라 새 가치를 담아야 함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이는 곧 지금껏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것의 당연하지 않음과 당연하지 하지 않는 것의 당연함이 지금은 바로 정답이고 당연한 것이라는 가르침입니다.

 

헌 옷에 새 천 조각을 대려고 하는 사람이나 헌 가죽 부대에 새 포도주를 담으려는 사람은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옛 사람이며 고지식한 사람입니다. 사실 새 옷엔 새 천 조각이, 새 부대에는 새 포도주가 어울리고 적당합니다. 그러나 이토록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자신을 비우고, 죽어야 만이 가능합니다. 그리스도란 새 옷을 입기 위해서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새로운 존재의식과 행동양식이 필요합니다. 그 때만이 자신의 몸과 영혼 안에 새 포도주이신 주님을 온전히 모실 수가 있습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9,17)

 

* 오늘 저희 수도회 <성녀 동정 순교자 마리아 꼬레띠> 축일입니다. 모든 이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며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수도원 산책>이란 책을 읽다가 <동정>에 관한 한 여성 수도자의 증언에 공감한 부분이 있어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동정의 힘은 내면 아주 깊숙한 곳에 지니고 있는 무엇입니다. 저는 그것을 아주 비밀스럽게 간직하고 다닙니다. 동정성은 마음의 중심에 있고‘마음의 독신’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동정이란 온전히 하느님께 귀환하는 어떤 상태입니다. 그 온전함이라 모든 체험을 다 해 보았다는 그런 것이 아니라, 본래의 목적을 위해 따로 떼어두건 보존된, 또는 되찾은 어떤 것이 온전히 그대로 존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정이란 하나의 목적을 놓치지 않고  중심에 머물 수 있는 능력입니다.> 오늘 꼬레띠 성녀의 축일을 지내면서 한 순간이나마 <동정>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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