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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2019.07.21 09:42

mulgogi 조회 수:47

                                                                                                            남 루시아 (서울)

 

선물이란 단어를 놓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친구들은 웃으면서 하는 말이 나와의 만남이 선물이라고 한다.

만난 친구들 또한 선물이 아닐까.

 

나는 하느님께서 주신 가족이 선물 중에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형제는 칠남매이다.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지만 내 생각에는 별로 나이 든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걸음걸이부터 다름을 느낀다.

큰오빠는 81세이시고 고관절 수술을 하신 후 재활치료를 열심히 하신 덕분에

기일 미사 때 명동성당까지도 잘 오시니 이 또한 하느님께서 주신 건강 선물이 아닐까 한다.

큰언니인 수녀님은 우리 집안에 밀알 한 알을 주시어 감사하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몸이 병명도 모른 채 몹시 아팠을 때

병원에 가도 아무 차도가 없이 병치레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부모님께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심지어는 굿을 하라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엄마는 딸을 살리고 싶은 마음에 무엇이든 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이러한 것을 용납하실 분이 아니었다.

 

이때 이웃에 계신 할머니께서 성당에 다니셨는데 집에 오셔서 대세에 대해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대세를 받으면 살수도 있고 죽더라도 좋은데 갈 수 있다고 하셨단다.

엄마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하겠으니 도와달라고 했다.

골롬바라는 세례명으로 대세를 받고 언니는 차츰차츰 좋아지면서

그 할머니를 따라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다.

혼자서 얼마나 열심히 다녔는지 집에서 혼이 나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한다.

식구들은 아무도 가는 사람이 없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후 성가대 반주한다, 연습한다 하고 늦으니 그 옛날에 혼이 많이 났을 것 같다.

60년 전 일이니 그 시대에는 힘들었겠다.

나는 막내니 잘 모르겠지만...

 

언니가 여학교를 졸업하고 느닷없이 수녀원에 입회한다고 하니 난리가 났다.

조금 있다가 결혼해야 할 일인데 수녀원이라니

저희 가족은 아무도 성당에 다니지 않을 때였다.

얼마 전 그때의 일을 물었더니 언니는 벌써부터 여러 수녀원에 청원서를 넣었단다.

그때 수녀원에서는 조금 더 나이가 되면 연락해 주겠다고 해서 기다리던 중

갑자기 한 수녀원에서 며칠까지 오라는 연락을 받고 집에 알린 것이었다.

 

이때 엄마는 누웠고 아버지는 못 보낸다고 하시는 것을 지금도 기억이 난다.

하지만 아무도 고집을 꺾지 못했다.

딸이 보고 싶은 엄마는 환자가 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에 영세를 하면 첫 서원 때 보러 올 수 있다는 편지가 왔다.

엄마는 이 말에 작은언니와 나를 데리고 가서 교리를 배우고 영세를 하고

첫 서원 때 아버지, 엄마, 오빠, 막내인 나를 데리고 가서

딸을 만난 후에 병이 나았다고 한다.

그 이후 우리 가족은 차츰차츰 영세를 받았고 며느리들도 다 신자가 되었다.

 

조카며느리는 개신교 신자로서 관면혼배를 하고 결혼을 했다.

외삼촌께서 목사님이시니 천주교 개종 이야기는 할 수 없었고 알아서 하기를 원했는데

스스로 영세를 받겠다고 하여 지금은 신자생활을 하고 있다.

 

중2인 손녀는 이번 8월 15일에 영세를 한다고 한다.

한 알의 밀알을 선물로 주셔서 우리 친척들도

이왕 신앙인이 되려면 수녀가 있는 집안인데 천주교를 믿자고 한다.

그래서 영세를 받고 신자가 된 친척들이 많다.

하느님이 주신 많은 선물을 감사히 받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