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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마에게 가는 길

2019.08.04 11:36

mulgogi 조회 수:32

                                                                                           박 보나 (서울 글방)

 

어제 사놓은 돼지고기와 냉장고에 있던 피망, 당근, 양파, 표고버섯, 호박을 꺼내 잘게 썰어서 달달 볶다가 물을 부어 잠시 익히고, 카레 물을 부어 보글보글 카레를 만들었다. 묶은 김치와 참치, 두부를 넣고 김치찌개를 끓이고 꽁치내장을 제거해서 깨끗이 씻어 후라이팬에 네 마리를 구웠다.

 

남편을 깨워 아침밥을 주고 세탁기를 돌렸다. 남편이 나간 후 아침을 대충 차려 먹고 후딱 설거지를 했다. 화장을 하고 카레 조금, 김치찌개 조금, 꽁치 두 마리를 담아서 집을 나섰다.

 

전철은 한가로웠다. 함께 어디를 가시는지 할머니 여럿이 한쪽에 앉으셔서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셨다. 엄마도 나갈 만하면 오늘 친구 모임에 가신다고 했다. 내가 간다고 하면 약속을 최소 하실까봐 말하지 않았다.

 

가끔 심부름으로 음식을 사다 드리지만 이제껏 만들어 간 적은 거의 없었다. 엄마 입맛에 맞게 잘 해 드셨고 우리가 가면 오히려 싸 주셨으니까.

 

집에 안 계신 걸 보니 몸이 괜찮으신 모양이다. 며칠 동안 어지럼증 때문에 고생하시고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고 힘들어하셨는데 다행이다. 그렇게 아팠어도 빨래하나 없이 정리가 되어 있다. 청소라도 하려고 보니 우리 집보다 훨씬 깨끗하다. 그래도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했다. 꽃을 좋아하셔서 언니가 사다 놓은 꽃들이 볕 좋은 베란다에서 호강을 하고 있다.

 

다른 분들처럼 무릎은 아프지 않아서 잘 걸으시는데 여러 가지 증상들과 함께 어지럼증으로 고생하신다. 잠시 쉬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반갑게 받으셨다. 약을 먹고 기운이 좀 나서 나가셨단다. 엄마도 없는데 심심하게 왜 왔냐고 한걱정이셨다. 엄마 건강이 오늘만 같기를 기도하며 돌아왔다.

 

저녁에 전화가 왔다. “먼 데서 힘들게 나도 없는데 왜 왔어?” “나 이제 좀 한가해. 엄마는 나 애들 키울 때 반찬 싸가지고 날랐잖아.” “그땐 내가 젊었지.” “아이고, 내가 그때 엄마 보다 더 젊어.” “응? 그렇구나......, 그래 반찬하면 가져와. 난 이제 아무것도 못하겠다. 맛은 없어도 돼. 간은 내가 보면 되니까.” “알았어. 그럴게.” 전화기 너머에서 아빠가 “고맙다.”하셨다.

 

엄마 마음은

 

엄마, 막내네 꽃구경 가자

어지러워 난 집이 젤 좋다

어디 갔다 왔어?

친구들 만나러 경복궁

 

맛난 거 먹으러가자

입맛 없어 먹고픈 게 없다

드셔봐 어때?

한 그릇 비우시며, 먹을 만하네

 

아이고, 힘들어서 아무것도 못 하겠다

이게 뭐야?

아침부터 미역국 끓이고

나물 무치고 했더니 허리가 끊어진다

 

우리 이제 50줄이야

아무것도 안줘도 돼

청소할게

니들이 청소한다고 정신없이 굴까봐

어제 다 했다

 

동네 분들이 “따님 와서 좋겠어요” 인사하면

웃을 듯 말 듯 “딸이 넷이예요”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