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08.13 07:30

연중 제19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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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보다 높은 지위, 남 보다 더 귀하고 막중한 책임을 맡기 위해서 수도원에 입회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살다보면 자신의 소임과 직책에 따른 미묘한 갈등과 유혹은 남녀 수도자를 불문하고, 그로 인해 겪을 수 있는 갈등이며 상처이기도 합니다. 때론 동기 사이에 그리고 선후배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싸움은 이미 가정에서부터 비교와 경쟁을 은연중에 받았고 주입된 결과물입니다. 관구장으로 봉사하고 있을 때, 이미 죽은 동기 수사가 술로 인해 침대에 누워서 제게 <아오스딩은 수도원에서 해 볼 것(직책) 다 해봤지만, 나는 지금껏 아무 직책을 맡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그의 속 깊은 말을 들었을 때, 무척 당황스러웠던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남녀 수도자들은 무엇이 되어 누구와 비교경쟁하기 위해서 입회한 것은 아니고 분명 하느님을 살기 위해서 수도생활을 선택했다고 믿습니다. 허나 다른 형제자매들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안에서 살다보면,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외부 사람들의 자신에 대한 시선과 질문을 받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누가 큰 사람이며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지?>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오늘 복음을 이해하기 위해서 잠시 마르꼬 복음을 인용하고자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카파르나움에 도착하셔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길에서 무슨 일로 논쟁하였느냐?’하고 묻자 그들이 답변하지 않은 것은 그들이 누가 가장 큰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길에서 논쟁하였기 때문이다.>(9,33~34 참조)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갈등을 전제로 마태오 복음은 제자들이 자신들의 의문을 먼저 묻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늘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Mt18,1) 조금은 생뚱맞은 질문입니다. 웬 하늘나라!! 그들의 현실적인 문제는 지금 여기서 주님을 따르면서 누가 더 큰 사람인가에 대한 갈등인데 막연히 하늘나라를 핑계를 되고 있는 듯 느껴집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많은 제자들 가운데서 예수님께서는 최측근으로 12명을 사도로 선임하였고, 이들은 분명 다른 제자들 보다 더 큰 사람(=크다는 것은 키가 크다는 의미는 아니겠지요. 아마도 소임이나 책임에 따른 표현)임에 분명하고, 12명 중에서도 일단은 베드로가 더 큰 사람인듯 싶지만 다른 제자들 간에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계급이나 직위 그리고 나이순으로 서열이 정해집니다만, 당대 유다사회는 그 우위가 뚜렷했고 그에 따른 대우받는 것을 즐긴 풍조가 있었기에 제자들 가운에서도 이런 서열논쟁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는 지금도 지속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던진 질문의 심각성을 꿰뚫어 보신 예수님은 그냥 말씀으로 대답하기보다 확실히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시고, 먼저 어린이 하나를 불러 그들 가운데 세우시고 확답을 내리십니다. 말씀으로 그 이유를 설명하시기 전에 하신 예수님의 작은 몸짓이 중요합니다. <어린이 하나를 불러 그들 가운데 세우시고 이르셨다.>(18,2) 이 광경이 눈에 들어오시나요. 실제적으로 키가 큰 어른들 가운데 키가 작은 어린이 하나가 서 있는데 이 얼마나 대조적인 모습입니까?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이 이 어린이는 낮추지 않아도 실제적으로 어른들에 비해 작고 낮습니다. 작고 낮은 어린이는 자신의 처지를 알기에 낮출 필요도 없었고, 어른들의 키에 맞추려고 발꿈치를 들을 이유도 없었습니다. 우리 역시 하느님 앞에선 이런 어린이와 같은 존재임을 예수님께서 깨우치기 위해 이런 구도를 만드셨다는 점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가장 크시고 크신 존재인 하느님 앞에서는 아무 것도 내세울 것이 없는 작은 자, 낮은 자일뿐입니다.

 

이런 이해 맥락에서, 예수님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조건으로 먼저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18,3.4)고 제자들에게 명백히 제시하십니다. 여기서 회개는 통상적인 죄에서 회개라기 보단 지금껏 관습과 인습에 젖어 살아왔던 사고와 행동양식 곧 존재방식을 바꾸라는 의미로 알아듣습니다. 주입되고 교육되어 당연시하고 살아왔던 유대인의 삶의 태도처럼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대우받고 자만하면서 늘 높은 자리에 연연했던 존재의 태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 곧 하늘나라에 적합한 존재의 태도로 태어나야 하고 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실제적으로 <지금 여기> 제자들 가운데 서 있는 <어린이와 같이 실제로 작고 낮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것의 참 뜻은 그러기에 <높임>과의 상대적인 <낮춤>이 아니라, <이분법적인 높임과 낮춤의 개념이 없는 순수한 상태>의 지금여기 <있음>으로써 높임도 낮춤도 없는 작은 자로, 낮은 자 임을 깨닫고 그것 때문에 전혀 열등감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존재가 되는 것일 겁니다. 그럴 때 어느 누구도 다른 누구보다 더 높아지려고 발버둥치지도 않고 자신이 지금 여기 서 있는 어린이와 같은 상태가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려는 듯이 아닐까 싶네요. 실제로 제자들 가운데 서 있는 어린이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그 낌새조차도 의식하지 못한 채 다만 예수님 앞에 서 있다는 그 자체(=하늘나라)로 행복했으리라 믿습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하늘나라에선 어느 누구도 큰 사람도 작은 사람이 없음을 말씀하신 것으로 저는 받아들입니다.

 

예수님께서 <어린이처럼 되라.>는 말씀은 다 큰 어른이 다시 어린이가 되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도 정말로 나이 들면, 정말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사리분별 못하시는 분들을 저는 노인병원에서 많이 만났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그런 ‘어른이면서도 철딱서니 없으신 어른이 되시지 마시고’, 어른이면서도 어린아이처럼 마음만은 순수하고 무심한 듯 비교하지 말고 주어진 현실에서 만족하며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저도 이제 나이 들어가면서 주책없고 철딱서니 없는 어른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렵니다.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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