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당장 야이로의 딸을 일으킨 이야기 사이에 하혈하는 여인의 에피소드를 끼어 넣은 오늘의 복음은 마르코 복음사가의 특성인 삽입기법(샌드위치) 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지만 햄버거나 샌드위치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아랍권에선 주머니 형태의 빵을 만들고 그 안에 야채와 고기 다진 것을 넣어 먹었으니, 샌드위치 기법이라 하면 마르코가 억울할 것 같다.
양쪽의 빵에 해당하는 야이로 회당장에 관한 이야기와 속의 앙꼬격인 하혈하던 여인의 에피소드를 하나로 묶는 키이워드는 믿음 이다. 야이로 에게는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하신 예수님은 하혈하던 여인에겐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하시는 것만 보아도 강조점은 하혈하는 여인의 이야기다.
오늘 본문에서 내 마음이 머문 장면은, 여인이 예수 앞에 엎드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사실대로 말하는 대목이다. 복음서는 간결하게 한 줄로 적고 있지만, 12년이나 갖은 고생을 다하다가 기적적으로 병이 나은 여인의 이야기가 그렇게 간략했을까? 모르긴 해도 꽤 길었을 것 같다. 그렇게 이야기를 해 나가면서 하마터면 잃어버린 세월, 그녀의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것이 될 뻔했던 12년의 의미를 되찾고 자신과 화해할 수 있었으리라. 부활신앙을 체현한 그녀에게 예수님은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하신다. |
박태원 가브리엘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