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10.08 05:23

연중 제27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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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연휴 기간은 제 삶을 더 여유롭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소박하고 단출한 식단이었지만 여유롭고 풍요로우며 충만한 느낌으로 가득 찬  식사 시간들이었습니다. 허나 지난 달 하루 피정 후에 공동체 외출 할 때, 자연별곡의 뷔페 식사는 많은 반찬으로 가득 찬 메뉴였고, 그로 인해 배가 부른 것은 사실이었지만 뭔가 빠진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네 삶이 마치 뷔페 식사 같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가지 음식을 집어 먹을 때는 좋아 보이지만 다 먹고 나면 맛을 잃고 마는 즉 기분 좋은 포만감보다 불편한 더부룩함만 느끼게 되는 것 있잖아요. 과한 것 보다 약간 모자란 게 낫다는 말도 있듯이 정성이 담긴 작은 음식이 더 만족감을 줄 수 있습니다. 영적 만족감도 그러하지 않을까요?

 

강원도 삽존리에서 광주 일곡동으로 소임지가 바뀌면서 특별한 소임이 없기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혼자 있으면서도 주어진 외부 활동을 충실히 하고 아픈 다리 회복을 위해 운동과 함께 치료를 열심히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쁜 일상에서, 분주한 활동의 한복판에서 어떻게 영혼을 고요하게 유지하느냐가 저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문제입니다. 마음을 고요하게 유지할 수 있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해야 하는 활동의 회전 바퀴 중심에 고정된 축’이 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고정된 축이 있다면, 바퀴가 아무리 빨리 돌아도 그 축은 중심을 지킬 수 있습니다. 사실 그 축이 바퀴를 돌려주는 것입니다. 축이 고정되어 있지 않으면 바퀴가 요동치거나 아예 움직이지 않아 모든 것이 뒤틀려 멈추고 맙니다. 고정된 축에서 안정이 나오며, 우리 삶의 바퀴가 빠지지 않게 하는 것도 축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삶의 고요함은 바로 축이 고정됨에서 나옵니다. 우리 시대만이 아니라 성서의 시대에도 이는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이런 우리네 삶의 문제를 오늘 복음의 마르타와 마리아를 통해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 집 안에 살고 있는 두 자매에게서 드러나고 있는데, 한 사람은 고정된 축이고, 다른 자매는 그 축에 끼여 돌아가는 바퀴와 같습니다. 마리아는 고정된 축이고, 마르타는 돌아가는 바퀴입니다. 그런데 마르타는 고정된 축에서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긴 여정에서 배도 고프시고 쉬고 싶은 마음에서 마르타와 마리아 집을 방문한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음식에 주리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랜만에 자신의 집을 방문하신 예수님을 마르타는 <오직 음식 대접을 필요로 하는 손님>으로만 보였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사마리아에서 당하신 거부와 이제 예루살렘에서 기다리고 있는 십자가는 그분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기에 지쳐서 잠시라도 그 짊을 내려놓고 누군가가 관심을 가져주고 이해해 주고 들어 줄 사람이 필요했는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제자들에게 말해 보았지만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다들 진저리를 내고 들으려는 마음이 없음을 느끼셨던 것입니다. 이런 당신에게 마르타는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10,40)라고 마리아에 대한 분노를 예수님께 쏟아 내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마르타야 ,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10,41)라고, 사실 마르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우리들은 해야 하고 해결해야 하는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진정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그렇게 많지 않음을 예수님은 에둘러 말씀하신 것이라고 봅니다. 마르타에게는 회전하는 활동의 고정 축이 없었습니다. 그러기에 마음의 고요함을 잃고, 식사가 그 음식을 먹는 사람보다 중요해 질 때, 바퀴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고요함을 되찾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단 한 가지, 영원히 가치 있는 한 가지, 누구에게나 요구되는 단 한 가지 그것은 사람이며, <주님 발아래 앉아 있는 것>(10,39)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주님의 눈을 바라보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그것입니다.

 

그러기에 저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은 중심 단어는 <좋은 몫>(10,42)이란 표현입니다. 여기서 <좋은 몫>이란 곧 주님과의 교제입니다. 그러니까 마르타가 준비 중인 음식과 예수님께서 주시고자 하시는 양분과의 대비해서, 식사의 가장 좋은 몫은 부엌에 있지 않고 마리아가 앉은 자리에서 베풀어지고 있는 말씀의 잔치에 무게가 더 쏠리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결국 주님과의 친밀한 교제와 친교가 없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수많은 식단을 두루 갖춘 뷔페 식사와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뷔페는 먹고 나면 후회하고 실망합니다. 예수님은 마르타와 우리 모두에게 삶을 단순화해야 하고, 중요한 한 가지 일에 초점을 모으고 그 일에 열정을 쏟아 붇기를 바라십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하고 있는 일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섬기고 있는 주님에게서 우리의 시선을 때어서 다른 일에 정신을 팔아서 아니 됩니다. 갈라진 마음없이 주님 곁에 머무는 일말입니다.

 

우리 마음을 갈라지게 하는 삶의 한 복판에서 우리는 어떻게 온전함을 유지하고 생활할 수 있느냐는 문제입니다. 이는 모든 사람이 씨름해야 하는 물음과도 같습니다. 그 해답은 오늘 복음의 마리아처럼 하면 됩니다. 주님 발아래 앉는 쪽을 선택하면 됩니다. 거기가 바로 우리 모두가 염려하고 걱정하고 있는 <많은 일>이 <한 가지> 일에 굴복하는 곳이며 자리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많은 일>을 주님 발아래 내려놓고 그분의 보살피심을 받아들이면서 그분의 말씀을 귀기울여 들어야 합니다. 그 때엔 예수님께서 <받는 존재>가 아니라 <베푸시는 존재>가 되실 것이며,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신>(Mt20,28) 예수님께서 우리의 삶에 필요한 것을 온전히 채워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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