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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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작가 100인이 선정한 문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은 세르반테스(1547~1616)의 <돈키호테>라고 합니다. 조금은 엉뚱한 이상향의 꿈을 품고 우스운 기사가 되어 좌충우돌하는 돈키호테의 이야기는 누구나 잘 아실 것입니다. 돈키호테는 다음과 같은 심오한 말을 합니다. <행복한 시절, 행복했던 수세기를 황금시대라 이름 붙였던 이유는 오늘날 이  시대에 높이 평가되는 황금이 복된 그 시기에 쉽게 구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그 시절의 사람들은 ‘네 것, 내 것’이라는 두 단어를 모르고 살았기 때문이었소. 저 성스러운 시대에는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했지요. 그 누구라도 일용할 양식을 얻기 위해서는 달콤하게 익은 열매를 아낌없이 주는, 잎이 무성한 떡갈나무에 손만 뻗으면 되었소이다. 맑은 샘물과 흐르는 강물은 사람들에게 맛 좋고 투명한 물을 충분히 제공해주었지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고 행복하며 넉넉히 살기를 원하신 하느님 아버지의 뜻, 이를 우리는 기쁜 소식, 복음이라 부릅니다. 어느 한 사람이나, 한 민족만이 배부르고 등 따스한 안락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하느님의 바람이셨습니다. 그 같은 일이 도무지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고 불가능해 보여도, 이런 이상향을 꿈꾸는 우리들을 향해 많은 사람들의 몰이해와 비웃음이 쏟아진다 하여도, 세상의 평화를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때론 돈키호테 같다는 핀잔을 듣더라도 끊임없이 그 길을 걷는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도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복음 선포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선포하는 게 아니라 실현 가능한 꿈을 자신의 삶으로 복음을 사는 것입니다.

 

자신이 이미 천국의 기쁨을 이 세상에서부터 살 때, 세상은 복음화 되는 것입니다. 사실 복음은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입니다. 저는 베트남에서 살 땐 처음엔 국제공동체에서 생활하다 양성공동체에서 베트남 학생들과 함께 살려고 마음먹고 옮겨갔었습니다. 지금껏 저 보다 앞서 살아 온 선교사 중 어느 누구도 그런 생각을 행동으로 실행하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베트남 형제들과 벳남어로 함께 기도하고, 미사를 봉헌하면서 그리고 함께 식사하고 함께 운동하면서 그야말로 함께 살았었습니다. 수도생활은 이론이 아닌 삶의 나눔이고 함께함이기에 그 때야 비로소 제대로 된 삶을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껏 따로 살다가 함께 살기에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저의 입장에서도 어려움도 많았었지만 복음을 복음대로, 수도생활을 수도생활대로 살았다는 기쁨이 더 크고 행복했었습니다.

 

지난 10월 7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우이동 명상의 집에서 파스팍(*저희 수도회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체 회합) 모임이 있었지만 저는 누가 참석하는지 알지 못했기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베트남에서 제가 양성하던 Cong Tue신부가 참석해서 저를 만나고 싶어 했었나 봅니다. 그래서 다른 형제를 통해서 안부를 물어왔더군요. 그 형제를 통해 뚜에 신부가 저에 대한 고마움을 이렇게 표현했더군요. <예전 베트남에서 선교하실 때 참 좋은 분이셨고, 베트남에 꼭 필요한 선교사였다고 말하더군요. 또 가능하다면 다시 와서 우리와 함께 살아주길 강력하게 바란다고.> 시간이 상당히 지난 시간이지만 뚜에 신부의 이 표현이 제겐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베트남에 살 때, 저는 직접 베트남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지는 않았지만 소수의 베트남 형제들과 함께 복음을 진정 기쁘게 살았기에 지금에 와서야 사제가 된 형제들을 통해서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이루어지고 있어서 감사드릴 뿐입니다. <그들의 소리는 온 땅으로, 그들의 말은 누리 끝까지 퍼져 나갔다.>(로10,18)

 

오늘 복음(Mt28,16~20)에서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기 직전에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세례를 주고 복음을 전하라고 명령하십니다. 따라서 선교사명은 그리스도인이 실천해야 할 가장 첫 번째 사명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복음 전파가 첫 번째 사명이 되는 이유는 바로 복음 전파가 사랑의 가장 큰 실천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면 자신의 가장 좋은 것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어 합니다. 신앙인이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예수님을 믿고 따르면서 우리는 생명을 얻고 더 얻은 사람이며, 이는 곧 영원한 생명을 얻은 우리입니다. 구원받지 못한 채 삶의 의미와 목표를 모르는 채 살아가는 이웃이나 동료나 친지들에게 복음을 전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 안엔 사랑이 없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유일한 계명이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기에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려 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구원에 대한 확신도 없는 사람이고 사랑도 실천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요? 바로 당당하게 내가 천주교 신자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안식년 동안, 저는 남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왔었습니다. 여행 중에 이삼일 지나면 사실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대충 알게 됩니다. 저와 동행한 부부로 인해 저는 본의 아니게 일찍 제 신분이 탈로 났었죠. 여행 중에 함께 식사하고 버스 안에서 농담도 하며 친근하게 시간을 보내고 되돌아오는 환승 공항에서 함께 했던 일행 중 몇 분의 자매들이 <신부님, 사실 저는 신자에요. 그런데 오랫동안 냉담했습니다. 고백성사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뜻하지 않게 환승공항에서 냉담 하던 신자 분들의 고백성사를 준적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어떤 처지에서든지 어디서든지 우리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게 우리 진솔한 삶과 기쁘고 행복하게 살려는 모습을 통해서 하느님의 복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어떤 장소에서든지 어떤 처지에서든지 우리는 떳떳하게 우리가 신자임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친절하고 온유하게 관계를 맺다보면 그 상황에서 복음의 전달자가 될 수 있고, 이런 우리의 노력을 보시고주님께서 우리를 자랑스럽게 여기실 것입니다. 

 

우리는 많은 성인들이나 마더 데레사, 요한 바오로 2세, 김수환 추기경님처럼 많은 이들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는 없을 지라도 우리 주변의 이웃, 직장, 모임에서 작은 사랑을 실천하며 살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작은 사랑을 실천해도 감동합니다. 이렇게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그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보다도 <사랑하기 때문에 행복한 모습>이 사람들에게 더 큰 감명을 주고 영향을 줍니다. 비록 짧은 기간 베트남에서 선교사로 살아 봤지만, 저는 행복한 선교사가 가장 바람직한 선교사의 모습이고. 행복한 삶을 보여주는 게 가장 훌륭한 복음화라고 봅니다. 따라서 복음화와 사랑의 실천은 떼어놓을 수가 없습니다. 아니, 복음화가 사랑이며 사랑이 복음화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주님의 말씀을 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주님의 말씀을 실천합니다. 주님의 말씀 자체가 사랑입니다. 아버지께서 인간을 사랑하지 않으셨다면 당신의 아드님을 세상에 보내 주시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당신의 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어 영혼을 구원하라고 하신 것처럼 우리도 우리가 지닌 신앙을 나누는 것이 곧 사랑인 것입니다. 말로만 주님을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이 하느님나라에 들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이웃을 주님께로 이끄는 사람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고, 나 때문에 신앙을 가지게 된 그 사람은 하느님나라에서 영원히 나에게 감사하게 될 것이며, 그로 인해 우리 자신의 행복도 더 커져 가리라 봅니다. 나만 믿고 구원 받는 신앙인이 아니라, 적어도 주님께로 이끌기 위해 단 한 명을 위해서라도 기도하고 인도하는 사람이 참 신앙인이며 복음화의 실천자입니다.<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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