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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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저녁이다. 한결 차가와진 날씨 덕분에 몸이 쉽게 굳으니 일상의 어려움이 배가(倍加)된다. 언제나처럼 다음 한주동안 복용할 약을 요일별로 준비할 때면 어쩐지 쓸쓸해진다. 이효석은 꿈의 껍질인 낙엽을 태우면서 몰취미하게 삶의 활력 어쩌고 하지만 어째 어색하고 생뚱맞다. 그냥 쓸쓸하면 되는 거다.

 

어제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9일기도를 시작하는 위령미사에 거의 400여분이 참석하였다. 아라파호 인디언들은 교회가 위령성월로 정한 11월의 분위기를 잘 포착하여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 달’ 이라 했다. 맞는 말이다. 머잖아 단풍도 떨어지고 눈에 보이는 것 대부분이 사라져 가면 죽음만이 남는 듯 하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 법이다.

 

불자(佛者)들이 세우는 원(願)중에서도 제일가는 원(願)중의 하나가 ‘살아있는 것은 모두 다 행복하라’ 라 한다. 가톨릭 성직자나 수도자들도 자신들의 서품상본이나 종신서원 상본에 평생의 원(願) 이랄 수 있는 성구를 써 넣는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다 살기를 바라며, 그것도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영원히 살기를 바란다. 종교는 나름대로 이런 인간의 염원에 응답하여 그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길을 제시한다.

 

신약성서에도 양상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론 영원한 생명을 원하는 군상들이 등장하며 각자는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예수를 만난다. 신약성서에 나타나는 다양한 만남은 이현주 목사의 “예수를 만난 사람들” 에 잘 소개되어있다.

 

하느님을 만나기 위한 준비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오늘 자캐오가 보여주는 기다림이다.  "너희는 멈추고 나를 알라!"는 시편을 자캐오는 나무위에 올라가 기다림으로 실천한다.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큰 파도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큰 파도는 잠이나 모든 위대한 예술적 창조물이 그렇듯이 우리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고 찾아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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