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11.06 08:12

연중 제31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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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고 저 또한 여행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예전과 달리 많은 사람들이 국내여행은 물론이고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이 많고, 그에 따라 텔레비전에서도 여행에 관한 프로그램이 참 많습니다. 토마스 만의 장편 <마의 산>에는 여행에 대한 유명한 글귀가 나옵니다. <공간은 인간을 여러 관계로부터 해방시켜주며, 인간을 원래 그대로의 자유로운 상태로 옮겨놓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 공간은 고루한 사람이나 속물조차도 순식간에 방랑자와 같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시간은 망각의 강이라고 하지만, 여행 중의 공간도 그러한 음료수인 셈이다. 그런데 그 효력은 시간만큼 철저하지 못한 반면 더욱 신속히 나타난다.> 이처럼 여행을 통한 공간의 변화는 우리의 정신에 활력을 주며, 여행을 통해 장소가 아닌 사물을 보는 새로운 방식을 얻게 합니다. 결국 루카치가 표현했듯이 <소설이 자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듯이, 여행은 궁극적으로 지금의 안일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를 찾아 떠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행이 끝나자 길이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길을 찾으면 그 길은 더 이상 이 세상의 길이 아니고, 그렇게 때문에 여행은 끝날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Lk14,25~33)은 예수님께서 식사초대를 받으셨던 바리사이파 사람의 집에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금 군중들과 함께 길을 떠나시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예루살렘이기에 이 여행은 여타의 다른 여행과 성격이 전혀 다른 죽음을 향한 여행입니다. 그런데 이 여행길에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과 함께 동행한 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길을 가는데 혼자 가는 것 보다 함께 동행하는 사람이 있으면 참으로 긍정적인 면이 많습니다. 저 역시도 지난 안식년 여행에 수 없이 많은 이들과 함께 여행을 했습니다. 단순히 여행뿐만 아니라 인생 여정에 동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참으로 좋은 일이라 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과 함께 길을 걸었던 군중들은 도대체 어디까지 예수님과 함께 동행할 수 있으며, 어떤 의도에서 동행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듭니다.

 

왜냐하면 동행(同行)의 의미는 <일정한 곳으로 길을 함께 가거나 오는 것>이고, 이는 예수님과 함께 한 사람들이 일정한 곳(=예루살렘)으로 길을 함께 간다고 해서, 그들의 여행 목적이 예수님과 같다고 할 수 없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여행하는 동안 필요한 사람은 단지 함께 같은 곳을 향하는 사람이 아니라 당신의 꿈을 함께 나눌 사람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예수님께 필요한 사람은 당신이 이미 시작한 꿈을 함께 공유하고 실현해 나갈 추종자인 것입니다. 추종(追從)의 의미는 <뒤를 따라서 좇아가는 것>으로, 이는 곧 파스카의 여정을 함께 따르고 쫓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서적 <추종=따라가다>의 의미는 무엇 보다 먼저 예수님과 함께 머물면서 그 분이 누구이신지 보고 듣고 느끼는 가운데(Mr3,13참조), 예수님께서 이루고자 하시는 꿈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 끊임없이 떠나고(=이탈)과 버려야(=포기)하는 여정입니다. 이 여정은 장미 밭과 같이 화사하고 아름답고 낭만적이 길이 아니라 가시밭을 통과해야 하는 힘들고 어렵고 심지어 목숨까지도 내 던져 하는 십자가길입니다. 이러한 여정은 일명 제자도(弟子道), 곧 예수 제자됨의 길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복음은 참된 제자가 되는 길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단지 예수님과 동행으로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예수님의 꿈을 함께 나누고 실천할 제자를 모집하고 선발해서 교육하는 여행인 셈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일은 모든 이에게 개방되어 있고 모든 이를 초대하지만, 이 초대를 응답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운 과정과 기간을 통해서 끊임없이 자신과 싸워야 하는 힘듦과 어려움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전제하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 가운데 누가 탑을 세우려고 하면, 공사를 마칠 만한 경비가 있는지 먼저 앉아서 계산해 보지 않느냐?>(14,28) 그리고 <또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러 가려면, 이만 명을 거느리고 자기에게 오는 그를 만 명으로 맞설 수 있는지 앉아서 헤아려 보지 않겠느냐?>(14,31)라고 말씀하신 가운데서 예수님의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고 봅니다. 즉, < 먼저 앉아서 계산해 보지 않느냐? 먼저 앉아서 헤아려 보지 않겠느냐?>고 지극히 평범한 표현을 통해서 지원자에게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 지 그리고 그 길을 예수님과 함께 걸어가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여러 어려운 과정을 극복할 수 있을지 먼저 심각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숙고하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지원자가 참으로 깊이 마음에 새기면서, 기도 가운데 생각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너희 가운데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14,33)고 못 박듯이 표현한 추종의 기본정신인 자기 부정이며, 이것이 가장 근본적이고 본질적이 제자됨의 요건인 것입니다. 자기 소유를 다 버린다는 것은 단지 물질적인 재물이나 재산만이 아니라 곧 주님을 따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십자가(=가족이나 사람과의 인연의 끈, 세상적인 욕심과 명예나 권력에 대한 욕구, 미성숙한 성격이나 기질, 고집 내지 교만, 이기심 등)로 작용하는 모든 것들을 버려야겠지요. 주님을 따르기 위해서 이 모든 것을 기꺼이 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만이 자유롭게 의연하게 그리고 꿋꿋하게 자신과 싸우면서 예수님을 끝까지 추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 추종의 여정은 단지 눈에 보이는 길만이 아니라 오히려 보이지 않은 내적 여정으로 이런 여정은 늘 모험과 위험함이 도사리고 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참된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되고, 하느님을 온전히 따를 수 있게 됩니다. 참된 자기를 만날 때만이 그 길을 진리를 깨달음으로서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게 되고, 참 생명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습니다. 누가 이 길 곧 제자됨의 여정을 쉽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허나 이 길 보다 더 참된 자신을 발견하고, 그로인해 진리를 만나고 그 진리가 모든 묶임에서 자유롭게 하고, 또한 생명을 충만하게 한다면 누가 이 길을 따르려고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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