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11.08 07:30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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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에 살다가 세상으로 되돌아간 분들의 어려움은 비록 수도원에 살았던 그 기간이 길고 짧은 것에 관계없이 세상의 논리, 풍조를 따라가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하더군요. 그만큼 수도생활을 맛 본 사람들에게는 세상적인 처세술이나 대인 관계를 닮고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지금껏 자신이 지키며 살아왔던 삶의 원칙이나 가치를 버려야 하는 어려움과 함께 그리고 시체 말로 그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자신을 속여야 하고 부정직한 것을 보고도 눈을 감지 않고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고 토로하더군요. 물론 어떤 점에서는 사제였고 수사였다는 점이 취업이나 사업을 하는데 도움도 되겠지만, 반대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경우도 있으리라 봅니다. 그것은 오늘 복음(Lk16,1~8)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기>(16,8) 때문일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오늘 복음을 읽었을 때 쉽게 이해가 되지 않잖아요. 불의한 집사의 행동에 대해 주인인 부자의 판단과 행동이 소문을 듣고 추궁하던 처음과는 달리 주인의 질책 이후 약삭 빠르게 처신한 집사의 행동을 보고 처음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주인인 부자는 처음에는 분명 자신의 재산을 그 집사가 낭비한다는 소문을 듣고 그 집사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려 하였는데, 오히려 혹 때려다 혹을 더 붙인 꼴이 된 것처럼 그 집사가 자신의 직책을 이용하여 주인의 재산을 축냈는데도 도리어 칭찬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결국 주인인 부자는 집사의 약삭빠름과 부정직함을 탓하고 있기보다는 그 자신의 미래를 대비하고 준비하는 슬기로움을 오히려 칭찬하는 내용으로 끝맺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아마 주인과 같은 입장에서 부정직한 집사를 칭찬하려 하신 것 같습니다. 다만 <세상의 자녀들이 자기네들끼리 거래하는 데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16,8)는 말씀은 긍정적인 어감 보다 부정적인 어감으로 들리기에 아마도 예수님의 당부는 빛의 자녀들인 우리들이 이를 흉내 내지 말 것을 바라시는 뜻으로 들립니다. 아무튼 집사의 어떤 처신이 주인에게서 칭찬 받을만한 행동이었는지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이 비유는 어떤 부자가 고용한 집사가 부자의 재산을 관리하면서 낭비한 것이 드러나, 재산장부를 정리하고 청산한 후 퇴출을 강요받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집사의 자리에서 어느 정도 여유를 누리며 살아 온 그는 돌연히 닥친 퇴출을 앞두고 미래가 걱정스러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관리하던 부자의 재산 내력, 채무 관계를 잘 알고 있었기에 짧은 시간에 묘안을 생각해 내고 일사천리로 일을 해치워 나갑니다. 그 집사가 생각해 낸 미래 대책이란 곧 퇴출 후에도 자기를 후하게 대접해 줄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자기 재산이 아닌 것을 가지고 부자에게 빚을 진 사람들에게 후하게 베풀고 탕감해 줌으로써 훗날에 그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줄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요즘도 정부의 관료들이 퇴임 이후 관련기업의 임원으로 다시 취업하는 경우는 허다합니다.) 그래서 집사는 주인에게 빚을 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 빚을 탕감해 주는 방법을 택했던 것입니다.(16,5~7) 이를 알게 된 주인은 이렇게 주도면밀하게 일 처리하는 집사의 모습을 알아보고 그의 불의한 행동을 알면서도 그의 영리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칭찬하였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역시 우리 것이 아닌 하느님의 것을 이용해서 미래에 닥칠 위험을 지혜롭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배워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자신 앞에 닥친 위기 상황을 맞아 망연자실 넋을 놓고 기다리는 소극적인 처신이나 마음 자세보다 오히려 집사처럼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지혜롭게 그 문제를 풀어나가는 순발력내지 미래를 위한 준비성을 우리 역시 본받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 집사는 자신이 지금껏 해 온 자리에서 배운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절묘한 방안을 마련했던 것입니다. 집사는 주인의 입장에서 볼 때 비록 부정직한 방법을 택하긴 하였지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법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비유를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예수님의 의도도 역시 이 점, 곧 미래를 준비하는 영리함을 칭찬하신 것이라고 봅니다. 빛의 자녀들인 우리들도 그 집사와 같이 부정직한 처신을 본받으리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언제 닥칠지 모를 위기내지 퇴출을 준비하며 살 것을 가르치고 있으며, 그 미래를 위한 준비는 곧 주님께서 주신 세상 재물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지혜로움과 슬기로움이라고 봅니다. 복음의 교훈은 한 마디로 세상 일에는 이렇듯 철저하게 약삭빠르게 준비하면서, 영원한 삶을 위한 준비는 어찌하여 <머뭇거리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지금껏 살아 온 삶의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미래(=개인적인 죽음/심판)를 위한 준비에 머뭇거리지 말고 지금 여기서부터 착실히 준비하는 게 가장 영리하고 현명한 삶의 자세이나 처신이라고 봅니다. 허나 세상의 약삭빠른 영리함은 닮을지라도 부정직하고 불의한 점은 닮지 말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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