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20.01.13 08:19

연중 제1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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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Mr1,14~20)에 보면, 예수님은 갈릴래아로 가시어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하십니다. 이로써 성탄시기가 끝나고 연중시기가 시작되는 첫날입니다. 그런데 연중시기를 시작하시면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첫 선포는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1,15)라는 一聲입니다. 전례력에 따른 성탄시기는 한 마디로 <하느님께서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기 위해>(Jn3,16)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시기였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으로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Lk2,14)를 노래했다면, 연중 시기는 이렇게 이미 우리 가운데 시작된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1,15참조)는 것입니다. 사람이 되신 예수님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육화이며 공현이기에 이미 그분의 탄생으로 하느님은 우리 가운데 계시지만, 다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으며,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예전에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여러 번에 걸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지만, 이 마지막 때에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히1,1) 결국 그 때가 되어 사람이 되신 예수님의 육성을 통하여 하느님 나라의 구체적인 통치가 시작되었음을 선포하게 된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선포 그 자체가 곧 세상을 향한 복음福音 기쁜 소식이며, 이 기쁜 소식에 힘입어, 용기를 갖고 어제의 모든 허물과 잘못과 죄를 잊고 다만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에로 돌아서라고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하느님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시고 계시며, 우리가운데 계신 하느님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삶이 바로 참된 기쁨이며 축복인 것입니다.

 

이렇게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파견되신 예수님은 아버지의 나라를 이 땅에 이룩하기 위해서 협력자가 필요하셨기에 그분의 두 번째 말씀은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1,17)라고 표명하신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봅니다. 예수님께서 처음 선택하시고 초대한 사람들이 바로 <시몬과 안드레아>, <야고보와 요한> 형제를 부르시며 <나를 따라 오너라.>(1,17)고 초대하셨습니다. 우리는 다만 복음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왜 하필 그들 형제를 선택하셨는지를 미루어 알 수 있을 뿐인데, 당신이 활동거점으로 자리 잡은 곳이 바로 티베리아 호수가의 고을이라는 점과 어부들의 특성인 우직함과 단순함 그리고 끈질김을 보시고 선택하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여러 면을 전제로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의 사명과 역할을 그들 직업과 관련해서, 이제부터는 고기잡이가 아닌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고 표현하셨기에 이들은 즉각적으로 예수님의 의도를 간파하고 기꺼이 따랐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사람 낚는 어부>라니 이 얼마나 적절하고 절묘한 표현인가요. 사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첫 번째 선택한 제자들, 곧 복음 선포자로서의 역할에 들어맞는 가장 적절하고 적합한 표현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무척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칭호인 <사람 낚는 어부>이었으리라 봅니다. 고기를 잡던 그들의 진지함처럼 이제부터는 그 열정으로 사람들을 <하늘나라>로 초대하고 인도할 역할을 주님께서는 맡기시려 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나를 따라오너라.>는 호출을 받고, 두말없이 묵묵히 그 초대에 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 그들의 저 무모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아무런 주저함이나 망설임 없이 모든 것(=가족과 직업, 재산 등)을 한 순간에 버려두고 <그분을 따라나섰다.>는 복음의 기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이후의 복음을 보면 주님을 따름으로써 주어질 보상을 이야기하는 대목을 볼 수 있고 또한 복음을 읽을 때 우리 역시도 행간에 담긴 표현하지 않은 많은 것을 미루어 이해하고 깨달아야 하겠지만...

 

아무튼 우리 역시도 이 연중시기를 시작하면서 첫 제자들이 주님의 초대와 호출에 기꺼이 모든 것을 버리고 따랐던 것처럼 우리도 주님을 따라가는 경자년이 되었으면 싶습니다. 아무런 망설임이나 주저함이 없이 오직 주님만을 믿고 주님을 따라가도록 합시다. 길이며 진리이고 생명이신 그분을 믿고 따를 때 우리네 삶은 생명을 얻고 더 얻을 것입니다. 짧은 거리를 속보로 단숨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먼 거리를 아주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이 연중시기를 걸어갈 수 있기 바랍니다. 예수님과의 만남은 곧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찾았다는 의미이며, 그래서 제자들은 그렇게 찾던 인생의 길을 만났다고 믿었기에 한 걸음에 예수님을 따라나섰던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사람을 낚고, 어떤 사람은 사람을 치유하고, 어떤 사람은 사람을 가르치고, 어떤 사람은 사람을 도와주면서 자신이 이미 찾은 길을 통해 이미 시작한 하느님 나라를 향해 걸어 나갑시다.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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