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20.01.16 09:56

연중 제1주간 목요일

조회 수 15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환자 치유이야기는 지난 주 금요일 묵상 글에도 그리고 이전에도 함께 나눴기에, 오늘 복음(Mr1,40~45)의 나환자의 목소리에 곧 고통 받는 자의 목소리에 제 마음의 귀를 기울이고 싶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 화답송의 후렴인 <주님, 당신 자애로 저희를 구원하소서.>라는 노래가 제 마음에 더 강하게 다가 왔습니다. 이슬람의 예언자 루미라는 분은 심한 질병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울어라. 당신의 고통에 둔감하거나 침묵하지 마라. 슬퍼하라, 그래서 당신 안으로 사랑의 젖이 흐르게 하라.>고 권고합니다. 이는 곧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자신의 고통을 자비로 감싸 안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비는 본디 함께 있고, 함께 느끼고, 함께 괴로워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 가슴이 먼저 자신의 고통이나 괴로움을 피하지 않고 느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수용할 때 자비는 꽃을 피게 됩니다. 자신의 고통과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고통과 함께 머물 수도, 함께 느낄 수도 없습니다. 인내patience라는 단어는 라틴어 patior고통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그래서 유명한 틱낫한 스님은 고통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사랑하는 이여, 당신의 고통을 염려합니다.>라고 표현하도록 제안을 하셨더군요. 이는 타인이 아니라 고통을 겪고 있는 본인에게 향한 위로와 격려의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질병으로 고통스러운 자기 자신을 자책하거나 자학하기 보다는 어떤 경우에서든지 먼저 <자신의 고통을 자비로 끌어안기>가 참으로 필요하고 요구된다고 봅니다. 저의 아픈 다리도 저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나 봅니다.

 

그러기에 오늘 복음의 나환자는 예수님을 만나기 이전까지 스스로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고 어려움을 준다고 생각하여 자책과 자학을 끊임없이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고립되어 혼자라고 뼈저리게 느낄 때, 심한 고통을 느끼는 사람은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어머니와 인정 많고 관대한 아버지의 자비로운 가슴에 어린아이처럼 안기고 싶어 합니다. 어쩜 나환자는 어머니시고 아버지이신 하느님 자비의 품 곧 예수님의 품에 안겨 <저는 제 영혼을 가다듬고 가라앉혔습니다. 어미 품에 안긴 젖 뗀 아기 같습니다. 저에게 제 영혼은 젖 뗀 아기 같습니다.>(시131장)라며 노래하고 싶었으리라 느껴집니다. 자신의 딱한 처지를 헤아려 주고 치유해 주려는 품에 고통을 겪고 있는 이가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맡기듯이 나환자도 역시 예수님의 자비하심에 자신의 육신적이고 심리적인 아픔과 고통을 내 맡기고 싶었을 것입니다. 이런 인간의 심정을, 특히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의 내적 아픔을 릴케는 다음과 같이 노래했습니다. <안기기를 갈망합니다. 당신 가슴의 위대한 손에 오, 지금 그 손으로 나를 안아주오. 그 안에 나는 이 파편들과 내 삶을 내려놓습니다.>

 

존 오도노휴라는 켈트족 시인은 <영원한 메아리>라는 책에서, <기도는 열망의 목소리다. 그것은 오래된 소속감을 찾기 위해 밖을 향해 그리고 내면을 향해 손을 뻗는다.>고 하였습니다. 결국 나환자는 잃어버린 소속감을 회복하기 위해서 예수님을 향해 자비와 구원의 손을 뻗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 내면을 향해 <자신의 상처 받은 몸과 마음>을 진심으로 끌어안고 경청하였다고 생각해 봅니다. 주님의 목소리를 듣기 이전에 먼저 자신의 상처받고 무디어진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자신은 정말 예수님께 무엇을 바라며 청하려 하는 가 그리고 어떤 존재로 살기를 원하는가? 이럴 때 나환자는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오는 마음의 소리를 들음으로써 참으로 자신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알게 될 것이고, 깨닫는 만큼 진솔하고 절박한 기도가 쏟아져 나오리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 사랑을 구하라. 예수님께 다시 구하라. 그때 너는 알게 될 것이다. 가장 많이 가장 절실하게 기도한다는 것은 그 청함을 얻는다는 사실을.> 결국 오늘 복음에서 자비로 그 나환자와 그의 간청함을 안아주시는 예수님과 예수님의 자비의 품 안에서 젖 덴 아기처럼 참된 소속감과 하나됨을 체험한 나환자는 사랑으로 녹아들었으며, 사랑과 자비를 체험한 그는 가장 강력하고 진솔한 복음 선포자로 변화되었던 것이라고 봅니다. 상처받은 사람만이 참으로 타인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자비의 향기를 풍길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1,41)고 당부하였지만, <그는 떠나가서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퍼뜨리기 시작하였다.>(1,43)

 

  1. 주님의 기도

    Date2020.03.07 By언제나 Views205
    Read More
  2. 성 요한보스코 사제 기념일 - 준수신부님의 마지막 묵상글

    Date2020.01.31 By언제나 Views388
    Read More
  3. 연중 제3주간 목요일

    Date2020.01.30 By언제나 Views254
    Read More
  4. 연중 제3주간 수요일

    Date2020.01.29 By언제나 Views207
    Read More
  5.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 기념일

    Date2020.01.28 By언제나 Views197
    Read More
  6. 연중 제3주간 월요일

    Date2020.01.27 By언제나 Views233
    Read More
  7. 연중 제3주일

    Date2020.01.26 By언제나 Views219
    Read More
  8. Date2020.01.25 By언제나 Views192
    Read More
  9.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학자 기념일

    Date2020.01.24 By언제나 Views169
    Read More
  10. 연중 제2주간 목요일

    Date2020.01.23 By언제나 Views164
    Read More
  11. 연중 제2주간 수요일

    Date2020.01.22 By언제나 Views180
    Read More
  12.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Date2020.01.21 By언제나 Views203
    Read More
  13. 연중 제2주간 월요일

    Date2020.01.20 By언제나 Views177
    Read More
  14. 연중 제2주일

    Date2020.01.19 By언제나 Views190
    Read More
  15. 연중 제1주간 토요일

    Date2020.01.18 By언제나 Views182
    Read More
  16.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

    Date2020.01.17 By언제나 Views172
    Read More
  17. 연중 제1주간 목요일

    Date2020.01.16 By언제나 Views158
    Read More
  18. 연중 제1주간 수요일

    Date2020.01.15 By언제나 Views165
    Read More
  19. 연중 제1주간 화요일

    Date2020.01.14 By언제나 Views168
    Read More
  20. 연중 제1주간 월요일

    Date2020.01.13 By언제나 Views17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35 Next
/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