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조회 수 16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인생을 살면서 우리 자신이 예상하지 않은 재난의 희생자가 되거나, 심한 중병을 앓게 되었을 때 누군가가 우리 곁에서 우리와 함께 아파하고 함께 걱정해줄 사람이 있다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Mr2,1~12)에 보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자리에는 사람들에게 복음 말씀을 전하고 계신 예수님,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모여든 많은 사람들, 중병을 앓고 있는 동료를 예수님께 들것에 실어 데리고 온 네 사람, 들것에 실려 온 중풍병자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보다는 의심하고 판단하고 있는 율법학자입니다. 저는 지금 어떤 부류의 사람으로 예수님께 다가 서 있나 생각해 보면, 물론 예수님도 중풍병자나 율법교사가 아닌 동료를 예수님께 인도한 네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네 사람이 중풍병자를 들것에 실어 데리고 왔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예수님께 자신의 동료인 중풍병자를 무척 힘들게 데리고 왔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중풍병은 단지 육신적인 마비가 아니라 그 원인은 자신이 미쳐 감당할 수 없는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고통과 압박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혼의 상태가 육체적 마비의 근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런 육체적인 마비로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은 오히려 그 상태에 머물고 싶은데 그 까닭은 감당할 수 없이 자신을 마비시키는 많은 상황과 그로 인한 불안에서 마비의 체계 안에 도피하고 그 상태로 머물고 싶어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동료들이 마비된 사람을 설득해서 예수님께 데리고 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그렇게까지 하는 까닭은 움직이지 못하기에 불편을 겪고 있는 동료에 대한 측은한 마음과 함께 예전의 건강했던 상태로 되돌려 주고 싶은 원의가 강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포자기하고, 자책하며 삶을 비관하는 동료의 투정하는 소리와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그를 예수님께 데리고 왔을 것이며 이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바로 예수님과 예수님의 능력에 대한 굳건한 신뢰와 믿음에서 과감히 실행하였으리라 느껴집니다. 인간에 대한 순수한 마음(惻隱之心)과 신앙이 함께 결부되면서 더 굳은 확신을 가지고 중풍병을 앓고 있는 친구를 예수님께 데리고 왔으리라 봅니다. 그들은 <서로 남의 짐을 져 주십시오.>(갈6,2)라는 말씀대로 살았던 믿음의 사람들이었다고 느껴집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머무시는 집에 친구를 어렵게 들고 왔지만 <문 앞까지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기에>(2,2) 예수님께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하면 중풍병자인 친구를 예수님의 눈에 띄게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한 결과 네 사람은 예수님께서 계신 자리의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내어, 동료를 들것에 달아내려 보냈던 것입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다.>는 말처럼 동료를 돕고자 하는 선하고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에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따질 겨를도, 타인에게 불편함을 줄지도 모른다는 실례도 무릅쓰고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그들의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내가 만일 마비되어 치유 받을 수 있는 곳까지 인도해 줄 이런 친구들이, 이런 사람들이 내게도 있는가, 그리고 나는 중풍병으로 아파하는 동료들을 예수께 인도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다시금 깊이 생각하게 하는 행동이며 모습입니다. 당시대의 팔레스티나의 가옥 구조는 지붕을 벗겨 구멍을 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합니다. 문제는 바로 그들의 파격적인 생각과 실행이 큰 감동이 됩니다. 어쩌면 문제를 풀기 위해서 人의 장벽처럼 우리 앞에 때론 그런 많은 어려움이 가로 막고 있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어쩌면 저는 다행스럽게도 나의 도움과 동행이 필요한 공동체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행복해 집니다.

 

이런 동료들의 놀라운 믿음을 보시고 중풍병자에게 예수님께서 <애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2,5)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율법학자들은 물론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하신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에 놀랍니다. 왜냐하면 중풍병자는 예수님께 죄의 용서를 청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곧 죄와 마비와의 관련성을 드러내 주고 있으며, 이를 예수님께서는 이미 파악하고 계셨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죄, 곧 내적이고 심리적인 영혼의 상태가 사람을 마비시키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죄는 우리의 삶을 마비시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먼저 그의 죄의 용서를 선언하였고, 그 다음에 육신의 건강을 회복시켜 주었던 것입니다. 결국 그 중풍병자는 자신 안에 갇혀 살아왔고, 자신의 내적 문제와 갈등 속에 도피하고 회피하였기에 그런 갈등이 육신의 마비를 일으켰던 것입니다. 치료 이전에 그의 마비의 원인인 죄의 용서를 베풀면서 그 자신의 내적 치유와 구원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야 예수님께서는 그 중풍병자에게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들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거라.>(2,12) 물론 그 중풍병자는 사실 자신이 치유되었다는 사실을 감지하지 못했지만,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즉각적으로 <그는 일어나 곧바로 들것을 가지고,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밖으로 걸어 나갔습니다.>(2,12) 이것이 믿음의 힘입니다. 또 이것은 생명의 말씀의 능력입니다. 결국 중풍병자가 치유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동료를 예수님께 데려가면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는 네 사람의 믿음과 예수님의 말씀만을 듣고 일어나 들것을 들고 밖으로 걸어 나간 중풍병자의 믿음과 치유의 능력을 갖고 계신 예수님의 말씀이 이루어 낸 하느님의 놀라운 기적입니다. 사실 그 자리에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결국 하느님의 놀라운 자비를 체험하고 은총을 받은 사람은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께 동료를 데려간 이들과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일어난 중풍병자는 충만한 은총의 기쁨과 하느님의 놀라우신 현존을 체험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마음에 간직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의 네 사람과 치유 받은 사람들은 믿음을 가졌기에 그 자리에서 하느님의 자비의 안식처로 들어간 것입니다. 우리 가운데 어느 누구도 믿지 않고 판단하고 방관하는 사람이 없이, 우리 모두 저 하느님의 안식처에 들어가도록 힘씁시다. (히4, 11)


  1. 주님의 기도

    Date2020.03.07 By언제나 Views202
    Read More
  2. 성 요한보스코 사제 기념일 - 준수신부님의 마지막 묵상글

    Date2020.01.31 By언제나 Views385
    Read More
  3. 연중 제3주간 목요일

    Date2020.01.30 By언제나 Views250
    Read More
  4. 연중 제3주간 수요일

    Date2020.01.29 By언제나 Views202
    Read More
  5.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 기념일

    Date2020.01.28 By언제나 Views194
    Read More
  6. 연중 제3주간 월요일

    Date2020.01.27 By언제나 Views230
    Read More
  7. 연중 제3주일

    Date2020.01.26 By언제나 Views215
    Read More
  8. Date2020.01.25 By언제나 Views189
    Read More
  9.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학자 기념일

    Date2020.01.24 By언제나 Views166
    Read More
  10. 연중 제2주간 목요일

    Date2020.01.23 By언제나 Views161
    Read More
  11. 연중 제2주간 수요일

    Date2020.01.22 By언제나 Views177
    Read More
  12.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Date2020.01.21 By언제나 Views200
    Read More
  13. 연중 제2주간 월요일

    Date2020.01.20 By언제나 Views174
    Read More
  14. 연중 제2주일

    Date2020.01.19 By언제나 Views187
    Read More
  15. 연중 제1주간 토요일

    Date2020.01.18 By언제나 Views179
    Read More
  16.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

    Date2020.01.17 By언제나 Views169
    Read More
  17. 연중 제1주간 목요일

    Date2020.01.16 By언제나 Views155
    Read More
  18. 연중 제1주간 수요일

    Date2020.01.15 By언제나 Views162
    Read More
  19. 연중 제1주간 화요일

    Date2020.01.14 By언제나 Views165
    Read More
  20. 연중 제1주간 월요일

    Date2020.01.13 By언제나 Views17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34 Next
/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