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20.01.29 08:42

연중 제3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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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의 표현에 의하면 성경의 상당 부분은 지금의 시점에서 볼 때 유식자가 썼다기보다는 친자연적인 환경(=시골의 자연과 환경)에서 생활하던 분들이 성령의 인도하심 아래 붓을 들었다는 표현이 공감이 가더군요. 그런데 현재 성경을 연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도시의 인위적 환경 가운데 살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 날 도시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가축이나 농작물, 땅, 과실과 같은 성경 주제를 접할 때 하느님과 예수님의 말씀이 가르치는 많은 부분을 놓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늘 깨어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는 삶이란 우리의 마음에 영원히 의미롭고 거룩한 어떤 그 무엇이 심어질 수 있도록 마음을 준비하며 살아가는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씨앗이 내 마음에 뿌려질 것이며 거기서 어떤 수확이 나올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마음의 밭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토마스 머튼의 경고처럼, 그 씨앗은 대부분 죽어 없어질 것입니다. 지난 세월 우리 마음에 무수한 씨앗을 주님께서 뿌리셨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무수한 씨앗이 죽고 일부분만 살아남았습니다. 이런 점을 성찰하면서 결국 우리 마음의 경직성도 문제이지만 때론 우리 마음의 편식성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잘 아는 것처럼 모든 농부는 씨를 뿌리고 난 후 그 씨앗이 싹이 나고 자라서 많은 열매 맺기를 기대하고 바랍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하느님 밭의 농부이신 예수님 또한 여타의 다른 농부와 결코 다른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은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말씀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서입니다. 어쩌면 그 말씀의 씨앗이 바로 저와 여러분 모두에게 뿌려진 것입니다. 요한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Jn1,1) 그렇습니다. 말씀이신 예수님께서는 강생-육화를 통해서 세상이란 밭에 뿌려진 하느님 나라의 씨앗입니다. 모든 씨앗 안에는 생명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이집트의 피라밋이나 시베리아의 동토에서 찾은 씨앗을 적당한 환경을 조성해 주었더니 싹이 돋아났다는 기사가 가끔 보도됩니다. 이처럼 모든 씨앗 안에는 이미 잎과 가지, 꽃과 열매 등이 내재된 DNA가 있습니다. 모든 씨앗에는 이렇게 이미 그것이 그것으로 될 생명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며, 이것은 가시적인 것을 통해서 비가시적인 진리와 생명,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내포하고 내재하고 있는 하느님 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이렇게 되기 위해서 씨앗은 먼저 처절하게 죽어야 하며, 자기 포기의 죽음을 통해서 생명이 생명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Jn12,24) 결국 씨앗처럼 예수님 당신 또한 자연의 섭리, 하느님의 구원 섭리를 이루기 위해 죽으셨고, 당신 죽으심으로 우리 모두가 거듭나서 당신과 부활의 삶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모든 씨앗은 그 크기와 상관없이 생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씨앗이 아니라 바로 그 씨앗이 뿌려질 밭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세상 가운데 사시면서 하느님 나라의 씨앗 곧 당신 자신을 뿌렸지만 세상은 당신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인 즉, 세상은 오늘 복음의 비유(Mr4,1~20)에 나타난 것처럼, 씨앗은 길바닥 곧 딱딱하게 굳어진 영혼에, 돌밭 곧 깨달음이 얕은 영혼에, 가시덤불 곧 지나치게 산만한 영혼에 뿌려지다 보니 그들은 그 씨앗인 예수님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하신 분이신지 알아보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사도 요한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그분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다.>(Jn1,10-12) 그분이 바로 예수님임을 알아보지 못하고 맞아들이지 않는 까닭을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을 인용하여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는 듣고 또 들어도 깨닫지 못하고 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리라. 저 백성이 마음은 무디고 귀로는 제대로 듣지 못하며 눈은 감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달아서는 돌아와 내가 그들을 고쳐 주는 일이 없게 하려는 것이다.>(Mt13,14~15)고 하셨습니다. 그에 반해 하느님 나라의 씨앗이신 주님을 믿고 받아들인 하느님의 자녀가 된 사람들은 서른 배, 예순 배, 백 배의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열매 맺는 삶과 존재가 되기 위해서 늘 묵상하는 삶을 통해서 마음의 밭을 잘 가꾸고 충분한 영향과 수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합시다.

 

이런 삶은 C.S 루이스가 말한 것처럼 피조물인 우리의 존엄성은 주도권이 아닌 응답하는 삶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즉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면 우리는 듣습니다. 주님께서 문을 두드리시면 우리는 엽니다. 주님께서 씨를 뿌리시면 우리는 받습니다. 끊임없이 주님께서 씨를 뿌리는 것은 광야 같은 인간의 마음에 잃었던 에덴의 낙원을 복원하시려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십니다. 그래서 씨를 받는 것은 하느님의 구원섭리에 대한 우리의 응답이며 협조입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일을 충실히 실행해 나갑시다.<말씀을 듣고 받아들여, 어떤 이는 서른 배, 어떤 이는 예순 배, 어떤 이는  백 배의 열매를 맺는다.>(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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