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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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Mr4,26~34)은 수요일에 묵상했던 비유의 연장이며 그런 맥락에서, <하느님의 나라는 저절로 자라나는 씨앗과 겨자씨와 같다.>는 비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이 비유는 결국 하느님의 나라가 우리 마음의 밭에서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가르쳐 주신 말씀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의 신앙이 또는 우리가 영적으로 성장하길 원한다면 그 신앙과 영적 성장의 비결을 이 비유에서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우리의 신앙은 물론 영적 성장은 하느님의 은총과 우리의 노력(=협력)이 함께 조화를 잘 이루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은총 없이 우리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점에서 소화 데레사는 참으로 좋은 표양을 보여 줍니다. 흔히 소화 데레사 성녀는 인간 편의 노력(=자유) 보다는 하느님의 은총에 대한 신뢰를 너무 과대평가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데레사 성녀가 하느님의 은총에 신뢰한다는 것은 자기를 하느님께 맡기는 것, 그분의 자비에 자신을 거는 것,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믿는 것입니다. 소화 데레사에게 있어서 신뢰는 결국 <나는 당신 자신을 희망합니다. 당신께로부터, 당신을 위해 그리고 모든 사람을 위해서>라는 기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신뢰에 찬 의탁은 1) 하느님의 약속에 대한 의혹과 끊임없는 싸움이며 2) 현재의 상태에 만족하거나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안일과 우유부단의 유혹과 싸움이며 3) 현재의 자신의 상태에서 계속적인 이탈의 싸움이며 4) 되고 싶어 하는 새 사람과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묵은 사람과 싸움입니다. 이런 싸움의 과정을 거쳐, 사랑이며 자비이신 하느님에게 자신을 온전히 맡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데레사 성녀에게 있어서는 오랜 신학 논쟁 곧 <은총이냐 자유냐? 혹 신뢰냐 업적이냐?>는 문제는 없었습니다. 데레사 성녀는 이 양자를 훌륭하게 조화시켰습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그 다음은 하느님께 맡긴다! 성덕이란 이러저러한 덕행 실천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를 하느님의 팔 안에서 겸손하고 작게 해주며, 자기의 나약함을 알고, 대담할 정도로 하느님의 자비를 신뢰하는 마음가짐에 있는 것입니다.>

 

항상 우리 안에서 무엇을 시작하시고 그것을 완성시키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다만 우리는 하느님께서 이미 시작 하신 일을 거부나 방해하지 않고 신뢰하고 우리가 해야 할 바를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 복음인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하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른다.>(4,28.27)고 하느님의 은총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싹이 터서 줄기가, 이삭이, 낟알이 영글어 곡식을 거두기까지 그 모든 것이 <저절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다만 <곡식이 익으면 곧 낫을 대기만 하면 된다.>(4,29)는 것입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이렇듯 은총을 베푸시는 하느님께 인간은 신뢰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하느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4,31)는 것입니다. 겨자씨는 너무나 작아서 땅에 떨어지면 찾을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이 겨자씨는 땅에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있는 것>을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겨자씨 안에는 <생명>이 감추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여타의 씨처럼 겨자씨 또한 저절로 자라다보면 새들이 깃들일 만큼 큰 나무로 성장할 것입니다.(4,32) 이와 같이 처음에는 눈에 보이지 않던 하느님 나라는 겨자씨처럼 큰 나무로 성장할 것이며, 이는 이미 우리가 목격하고 있고 체험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처음 하늘나라 복음을 선포하기 시작할 땐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 온 세상 곳곳에 큰 나무처럼 자라났습니다. 개별 교회인 우리 자신의 영적 생활도 처음에는 겨자씨가 자라는 것을 매순간 우리의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겨자씨가 계속 자라듯이 우리도 그렇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겨자씨처럼 우리의 영적생활도 저절로 성장하겠지만 우리가 더욱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애써 힘쓴다면 더욱 튼튼하게 성장할 것입니다.

 

** 그 동안 대략 385일 정도 카톡 묵상 글을 함께 공유해온 여러분들과의 영적 동반을 오늘로 끝내려고 합니다. 쓸 때는 몰랐지만 보내면서 보니 매일 긴 글을 읽으셔야 했던 모든 분들에게 크나큰 부담을 드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쓰면서 행복했고 좋았지만 받아 보신 여러분에겐 무척 고역스럽고 힘들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받고 꼼꼼히 읽으신 분도 계셨겠지만 읽지 않으신 분들도 많으셨으리라 생각하기에, 읽지 않으신 분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본의 아니게 부담을 주어서.... 이젠 써둔 묵상 글을 계속해서 보내야하는 가라는 미련이나 집착도 있지만 과감히 멈추렵니다. 매일 격려를 보내 주시고 응답해 주신 분들에게는 참으로 감사 인사드립니다. 큰 힘이 되었습니다.

 

오늘 카톡 묵상 글에 인용한 소화 데레사 성녀처럼 우리도 우리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 할 바를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느님의 은총에 신뢰하고 의탁하면서 살도록 합시다. 경자년을 건강 회복과 독서하는 해로 삼겠다는 저의 바램을 이미 시작하였습니다. 예전만 하지 않지만, 불편한 다리가 말하고 있는 아픔을 받아들이면서 천천히 멈추지 않고 걸을 수 있기 바랍니다. 작년 말 상영된 <두 교황>이란 영화에서 전임 베네딕또 교황님께서 건강을 유지하게 위해서 스마트 워치를 차고 생활하더군요. 상징적인 점은 교황님께서 움직이지 않고 오래도록 멈출 때 마다 스마트 워치가 <멈추지 마세요. 계속 움직이세요.>라고 독려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교황님도 우리 모두도 움직일 때만이 살아 있다는 엄연한 경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멈추지 말고 계속해서 영적 길을 걸어가는 우리 모두가 되길 바랍니다. 동반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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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도비카 2020.01.31 13:15
    매일아침 오늘은 어떤 묵상글을 올려주셨을까 기대하며,
    피정하는 맘으로 글을 읽었습니다.
    신부님 진솔한 삶의 이야기에 감동도 받고,부족한 신앙인으로 제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도 많았지만, 신앙생활을 어떻게해야할지 서투른 제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묵상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영육간 건강하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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