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2020.03.01 21:03

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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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지난달이 되었다, 가브리엘 포센티 영명축일을 지낸 것이…….박 도세 신부님이 수도명으로 강권하다시피한 성. 가브리엘의 짧은 생애를 보면 어머니를 일찍 여위고 어머니처럼 자신을 돌봐주던 누님마저도 콜레라로 잃고서 본격적으로 수도성소를 생각하게 된 것 같다. 허긴 그런 일을 당하면 누구나 세상에 미련을 두기도 어렵다. 14세기 마이스터 엑크하르트를 정점으로 라인 신비학파가 융성한 연유도 유럽을 휩쓴 콜레라의 영향이 컸었다. 도시인구의 반이 시체로 실려 나가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당연히 삶의 덧없음을 뼈저리게 느끼며 영원한 생명에 관심을 가졌으리라. 가브리엘 성인의 성소도 거기서 시작한 듯하다. 한 가지 가브리엘 성인과 나의 결정적인 차이는 어머니를 일찍 여읜 것은 같지만 전자는 성모님에 대한 신심이 대단한데 비해 후자는 전혀 혹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어제 2월 29일은 박 원구 수사의 종신서원식이 있었다. 몇 년 만에 보는 종신서원식인지…….87년 미국 고난회 수도원을 3달에 걸쳐 방문하면서 미리 보았던 나의 미래, 한국 고난회의 미래를 확인하는 듯 했다. 이제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철이 들었는지 낙담이나 실망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니 뿌릴 때가 있으면 거둘 때가 있고, 살 때가 있으면 죽을 때도 있기 마련이다. 수도회도 부침(浮沈)이 있고 생멸(生滅)이 있기 마련이다.

 

오늘 제 1독서인 창세기의 선악과 이야기는 모세스 마이모니데스의 책 A Guide for the perplexed에 나오는 주석을 떠오르게 한다. 인문학적 소양을 뿌리로 한 상상력이 없다면 세상은 훨씬 단순해지는 대신 단조롭고 무미건조해질지도! 12세기 사람인 모세스는 스페인의 코르도바에서 출생하여 이집트에서 세상을 떠났는데 유대교뿐 아니라 천문, 의학에 큰 공헌을 한 철학자, 랍비였다. 그의 묘비에는 모세로부터 모세까지 모세와 같은 사람은 없었다는 말이 새겨져있다. “ 마이보니데스는 창세기 3장 5절을 해설하기전 먼저 히브리인이라면 Elohim이 동음이의어임을 알 것이라 전제한다. 엘로힘은 하느님, 천사들, 판관들 그리고 나라를 지배하는 통치자를 뜻하며 개종자는 이 말을 진실하고 틀림없는 방식으로 설명하기 위해 엘로힘을 문장 속에서 취한다. ”너는 엘로힘같이 되리라“ 그 의미는 ‘너는 왕자와 같이 되리라” 세상의 권력자들은 흔히 그러하듯 독재자로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자기 멋대로 정한다. 전체의 한 부분으로 상호의존적인 관계 속에 존재하는 자신의 신원을 잃고 자신이 온전히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망상에 빠지게 된다. 잠언에 있듯이, 모든 게 하나고 자신은 상호의존적으로 전체의 지체라는 Vision 이 없을 때 사람들은 제멋대로 살기 마련이다.

 

망상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이 자아를 보통 Ego라 부른다. 사고의 소음이 멀어지고 존재의 바탕에 근접해 갈수록 “모든 것이 그저 있고”, “모든 것이 하나임이” 자명해질수록 이 거짓자아인 Ego는 존재의 근거를 잃고 약화된다.

 

대륙을 순시하던 황제가 장강에 이르러 보니 강은 오르내리는 배들로 가득했다. 황제가 많은 배에 적잖이 놀라니 곁에 섰던 재상이 “소신의 눈에는 2척의 배밖에 보이지 않는다” 고 하며 배가 많지만 다들 “부귀와 영화”를 추구하는 배라고! 신약성서에는 거기에 권력이 추가된다. 혁명을 일으켜나 정권을 전복시키고 지배자가 바뀌어도 역할만 달라졌지 세상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이유가, Ego의 변화가 없기 때문이라 한다. 사도 바오로는 진정한 변화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역설하는 듯하다.

 

세상은 더도 덜도 없이

내가 변한 만큼 만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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