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같지 않은 겨울이 가고 온 봄이라서인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란 말이 제격이다. 그래도 환절기라고 온 몸이 꾸준히 불편하다. 미사 후에 늘 오르던 우이령 길을 그만두고 명상의 집 아래로 내려간다. 파인 힐 콘도미니엄 공사장을 끼고 도선사 쪽으로 올라가 예전 고향산천까지 계곡을 따라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가 내려온다. 몸이 많이 쇠약해져 시작부터 오르막길을 걷기 힘들어서이다.
벌써 여러 달째 코로라 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어수선한 가운데 긴장감이 감돈다. 우리가 자연에게 한 것은 곧 스스로에게 한 것인데, 그것을 실감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인드라망 이라는 그물을 짜는 존재가 아니라, 그 그물의 한 코에 지나지 않는데 말이다.
오늘 예례미야를 읽으며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었다. “사람에게 의지하는 자와, 스러질 몸을 제힘인 양 여기는 자는 저주를 받으리라. 그의 마음이 주님에게서 떠나있다.” 특히 젊었을 때 자신의 몸이 이렇게 스러질 줄 알기는 하였어도 믿기야 했었던가!
예수님이 들려주는 부자와 라자로의 이야기 결론은 이러하다.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죽은 이들 가운데서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 매일 일어나는 일상의 기적도 못 보는 사람에게 다른 기적이란 있을 수 없다. 아주 오랜만에 컴퓨터를 마주한다. 이것도 기적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