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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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로마에서 두 번째 여름방학을 맞았다. 첫 해는 아드리아 해에서 수영을 하다가 모기에 물려 풍토병에 걸린 덕분에, 긴 긴 여름을 시로코에 시달리며 로마의 수도원 내 방인 casa 24호에서 보낼 수밖에 없었다. 로마의 여름은 시로코로 유명하다. 사하라의 뜨거운 모래에 덥혀진 바람이 지중해를 건너며 습기를 잔뜩 머금은 시로코가 되어 로마로 들이닥친다. 오죽하면 이런 말까지 있겠는가!

Durante l’estate, a Roma, soltanto rimangono I tedeski e I cani! 여름의 로마에는 오로지 독일인들과 개들만 있다. 독일인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은근히 독일인들을 비하하여 개들과 동급으로 취급한다. 바캉스를 떠나면서 개들을 놔두고 가서 햇빛에 굶주린 독일인들과 굶주린 개들만 배회한다는…….

 

다행히 2번째 맞는 여름방학은 계획을 착실히 세워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먼저 공부하느라 못했던 년례피정을 로마에서 400 키로 남쪽에 위치한 푸스칼도 수도원에서 하고, 로마로 돌아와 영국의 히드로 공항으로 갔다. 히드로에서 아일랜드의 더블린으로 가는 아일랜드의 국적비행기가 너무 비싸 화이트헤드 까지 기차로 간 다음 배를 타고 북해를 건넜다.

 

외면상 홀로 국제여행을 하는 것 같았지만 공항에 도착하거나 낯선 항구에 내렸을 때마다 고난회 신부님들이 픽업하러 마중나오는등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공부를 하고 또 교회의 다른 지체에 나눌 수 있었다. 아일랜드의 더블린 하이게이트의 본원에 머문 3달은 지금도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세상을 많이도 다녀봤으나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은 아일랜드뿐이다. 자연 풍광도 좋았으나 무엇보다 사람들이 좋았다. 마오로 수녀님, 맥카시 여사등....지금은 하늘에서 영복을 누리실 게다.

 

하루는 더블린 시내의 책방들을 순례하던 중 자주 인구에 회자되고 많이 인용되던 “Small is Beautiful” 이란 책과 조우케 되다. 그것을 계기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논문도 장차 더욱 악화될 환경문제로 인류가 격어야 할 고통도 더욱 가속화될 테지만, 인류는 결국 파국을 부르는 지금의 생활양식을 변화시킬 수 없으리라는 전망 하에 Memoria Passionis(고난의 기억)을 다뤘다.

 

남아프리카 도미니꼬회의 수사신부인 앨버트 노울런의 “그리스도교 이전의 예수” 라는 저서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20세기 말을 사는 우리가 처한 상황과 예수가 살았던 1세기초의 팔레스타인의 상황이 그리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 예수나 파국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 있다. 1 세기 팔레스타인의 파국은 로마제국과의 전쟁에 이은 예루살렘의 파괴인 반면 우리는 환경재앙이다. 어떤 사람의 말처럼 우리 인류는 기체역학을 발전시켜 비행을 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자유낙하를 하는 중이었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문제의 핵심은 이것이다. 온실효과로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 기후의 변화가 현실이 되고 있지만, 인류는 미래를 위해 지금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작금의 인류의 행동은 명약관화하게 보이는 파국을 보면서도 불구덩이로 날아드는 부나방과 다를 바 없다. 인류의 기존 생활양식이나 행동양식을 바꿀 수단이나 가능성이 없음을 인지할 때 우리의 다음 수순은 무엇인가? 아니 수순을 이어갈 무슨 의미나 희망이라도 있는 것일까? 예수는 다가오는 파국을 내다보며 자신이 해야 할 바를 했다.

 

앨버트 노울런은 “그리스도교 이전의 예수”를 쓴 뒤 거의 30년 후에 개개인의 각성을 주제로 영성과 자유를 논한 “오늘의 예수” 들 출간했다. 그리고 인류는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세계적인 재앙을 맞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인간중심적인 관점을 생명자체의 관점으로 본다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재앙만이 아니라 그 무엇으로도 불가능했던 생활양식의 변화를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생활양식의 변화에 수반하는 고통보다 더 큰 고통에 직면할 때 우리는 비로소 변화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전망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는 결국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의 세계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될 것이다. 현재 중국, 북한, 이스라엘이 선택한 전체주의적 감시가 공공연히 이뤄지는 세상이 될것인지 한국, 대만, 싱가포르 같은 민주적인 사회가 될 것인지 또는 국수주의적 세상이 될 것인지 상호교류적 세상이 될 것인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Yuval Noah Harari: the world after coronavirus

기사 원문 바로가기 : https://tjnative.com/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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