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20.04.11 19:18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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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축하드립니다.

오늘 밤 우이동 수도원 부활 성야 미사에서 할 저의 강론과 함께 아다지오Adagio 음악파일을 보냅니다. 우리 다 같이 희망을 잃지 않고, 지금의 이 모든 불안과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신 예수님과 함께 부활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와 코로나를 위해 헌신하신 모든 분들과 코로나로 인해 직접적인 고통을 겪고 계시는 분들을 위해 오늘 성야 미사를 봉헌합니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Jn16,33)
******
 
알렐루야, 알렐루야! 주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금 우리 모두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로 인해 불확실성의 공포와 두려움의 어둠 속을 걷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에서, <주간 첫날이 밝아 올 무렵, 무덤으로 달려가는> 부활의 여인들처럼 우리 역시도 어둠을 뒤로하고 여명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야 합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삶의 여러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주님을 다시 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의 무덤으로 달려 간 마리아 막달레나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보고, 부활의 빛을 향해 달려가야 합니다.  

 

동이 떠오르기 전 새벽의 차고 음습한 공기를 헤치고 달려가는 막달레나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아마도 아다지오adagio라는 노래의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의 노랫말과 같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당신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요? 당신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당신이 없어 길을 잃은 마음을 꼭 안아줘요.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줘요 믿을께요. 당신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요? 당신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어두운 찬 공기를 뚫고 울부짖는 막달레나의 이 간절함은 이미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치신 바 있고. 그런 가르침을 기억한 막달레나는 예수님께서 가르치셨을 때의 그 심정으로 예수님을 찾았던 것입니다.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Mt7,8)

 

주님, 당신은 어디에 계시나요. 당신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요. 죽음 보다 강한 사랑을 믿는 사람, 사랑을 체험한 사람에게는, 죽음이 끝이 아님을 믿기에 찾아 헤맬 수 밖에 없습니다. 찾고 또 찾는 간절한 사람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Jn11,25)고 말씀하신 주님께 대한 믿음에서, 주님은 죽었음에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다고 믿기에, 주님을 잊지 못하고 찾기 마련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주님은 찾아오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참 사랑은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며,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간절한 바람이기에, 분명 주님은 그런 사람을 찾아오실 것입니다. 그러기에 제게는 <아다지오>의 노랫말은 단지 막달레나만의 믿음과 사랑의 고백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믿음과 사랑의 고백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렇습니다. 돌아가신 주님을 잊지 못하고 무덤을 찾아가는 것은 잊혀 질 수 없는 사랑의 기억, 사랑의 경험 때문입니다. 기억은 생생한 사랑의 체험에서 기인합니다. 사랑에서 기인하지 않은 기억은 언제나 사라질 수밖에 없고, 보고 싶은 간절함은 이내 메마를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여자들은 슬픔과 상실에 대한 아픔과 어둠이 온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이미 새날의 밝음이 그들의 발걸음을 재촉하였기에 무덤으로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그녀들은 마르코 복음과는 달리 <누가 그 돌을 무덤 입구에서 굴려 내 줄까요?>(Mr16,3)라고 걱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여자들의 단순한 바램처럼 천사는 이미 그 여자들이 도착하기 이전에 벌써 돌을 굴리고서는 무덤을 가로막았던 그 돌 위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역시도 앞서 걱정할 필요가 없이 주님께서 먼저 우리를 가로막는 돌을 굴려 내 줄 것입니다. 천사는 그 여자들이 무덤을 찾아 온 까닭을 알고 있었기에, 직설적으로 <두려워하지 마라.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그분께서는 말씀하신대로 되살아 나셨다.>(Mt28.5.6)고 알려 줍니다. 천사의 말대로 주님은 <여기, 곧 무덤>에 계시지 않고, 말씀하신 대로 되살아 나셨습니다. <여기 계시지 않는다.>는 표현은 무덤이 비어 있다(=빈 무덤)는 다른 표현입니다. <여기 없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없다. 부재>를 뜻하지만, 이 표현은 정확히 <부재는 곧 부활이다.>라는 뜻이 아니기에 천사는 <그분께서 말씀하신대로 되살아 나셨다.>고 다른 관점에서 부활을 언급합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여기 아니 계시다는 말은 죽음의 끝인 무덤에 계시지 않는다는 말이며, 이제 예수님께서는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나리라.>고 약속하신 말씀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여기 계시지 않는다.>는 선포는 이제 예수님께서는 죽음이 있는 <여기>가 아닌 생명이 있는 <거기>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실 것이라는 선포입니다. 지금 <여기 아니 계심>은 그러기에 아직 끝나지 않은 약속의 시작이며, <없음 가운데 늘 함께 계시는> 주님의 새로운 존재 방식을 선포해야 할 사명이 여자들에게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천사는 여자들에게 <여기 아니 계심>을 환기시키고 새로운 사명, 곧 <서둘러 그분의 제자들에게 가서 이렇게 일러라. ‘그분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서 되살아나셨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먼저 갈릴래아로 가실 터이니, 여러분은 그분을 거기에서 뵙게 될 것입니다.>(28,7)라는 사명의 내용을 알려 줍니다. 이는 단지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에게 맡겨진 사명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수행해야 사명입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죽음의 끝인 무덤에서가 아니라 새롭고 영원한 생명이 약동하는 거기 갈릴래아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부활하신 주님을 만남으로써 부활의 증거자로 거듭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녀들은 두려움과 기쁜 마음으로 제자들에게 새로운 소식을 전하러 달려갑니다. 그런 데 뜻밖에도 예수님께서 먼저 여자들에게 다가오시며 <평안하냐?>(28,9)고 인사해 오십니다. 어쩌면 이 인사말이야 말로 주님을 잃고 슬퍼하는 여인들에게나 제자들에게, 더욱 코로나로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가장 필요한 인사말인지도 모릅니다. 평화는, 부활을 믿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준 선물입니다. 이 말은 또한 주님을 주님으로 알아 볼 수 있는 주님만의 고유한 인사말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러기에 이 인사말을 들은 여자들은 지체하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주님께 다가가 엎드려서 주님의 발을 붙잡고 절하였던 것입니다. 우리 또한 그녀들처럼 되살아나신 주님께 우리의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천사의 예고를 재확인하듯이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28,10)고 당부하십니다. 이제 예수님은 ‘죽음의 영역인 여기 무덤이 아닌 생명이 충만한 거기 갈릴래아’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할 것을 확인시켜 줍니다. 거기 갈릴래아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실 것입니다. 어제와 다른 듯 하지만, 어제와 같은 오늘의 새로움으로..... 곧 처음처럼 말입니다.  

 

갈릴래아에서 예수님과의 만남은 낡은 틀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생명의 길로 나아가는 진정한 시작입니다. 갈릴래아는 어제의 기억에 머물지 않고 내일의 기억을 되살리는 곳입니다. 거기 갈릴래아는 죽음이나 어둠이 아닌 생명과 빛으로 충만한 곳이기에, 실망에 빠졌던 제자들은 거기 갈릴래아에서 다시 살아나신 주님과의 재회를 통해서 부활의 증거자로 거듭 날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굳이 특정한 장소가 중요하지 않고, 어디서든지 사랑을 바탕으로 한 믿음으로 부활을 증거하는 삶이 요구됩니다. 주님은 부활하셨습니다. 오늘 여자들에게 주님께서 <평안하냐?>고 인사하며 다정스럽게 다가 왔듯이, 코로나로 사람들과 거리두기를 하며 살아온 우리에게도,  멀어진 관계의 거리 두기에서, 오히려 더 친밀하고 밀접하게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가까이 다가오시며 <평안하냐?>고 부활 인사를 하십니다. 평안하냐는 예수님의 인사처럼 우리도 코로나로 아직 거리 두기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제 지체하지 않고 부활의 기쁨과 친교에로 우리 서로 만나게 될 것입니다. 미사도 기도회도 반모임도 부활의 기쁨 속에서 재개될 것이며 그 때 참된 부활의 기쁨을 충만히 만끽할 것이며, 곧 그렇게 될 것임을 믿습니다. 그런 날을 고대하며, 이제 우리 모두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남으로 말미암아 어둠의 절망에서 빛의 희망으로,.

 

미사도 기도회도 반모임도 부활의 기쁨 속에서 재개될 것이며 그 때 참된 부활의 기쁨을 충만히 만끽할 것이며, 곧 그렇게 될 것임을 믿습니다. 그런 날을 고대하며, 이제 우리 모두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남으로 말미암아 어둠의 절망에서 빛의 희망으로, 여기 죽음에서 거기 생명의 땅에서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전할 때까지 지치지 않고 달려갑시다.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천천히.... 거기, 잃어버린 우리네 일상의 삶의 자리에서 기다리고 계시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전하러 나아갑시다.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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