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글라라 가는 날이다. 하도 가난하여 운전기사도, 정원사도, 요리사도, 집사도, 침모도, 유모도 모두 다 가난하다고 작문했던 부잣집 딸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선이 일상적인 논리의 언어가 아니라 역설을 즐겨 사용하는 까닭을 바다에 던진 그물에 비유한 글이 있었다. 바다에 그물을 던져 끌어당기면 물고기 몇 마리, 해초, 또 조개를 건질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바다는 아니라는 거다. 제일 중요한 바닷물 자체는 다 빠져나가기에…….Yes와 No 의 이원대립적인 논리로는 실체를 포착할 수도 표현해낼 수도 없음을 가리킨다.
논리적인 언어와는 달리 좋은 시나 비유, 침묵은 존재자체를 어렴풋이나마 감지하고 암시케 하는 울림을 준다. 흔히 생각하듯 그 세계는 비현실적인 세계가 아니라 오히려 진정으로 존재하는 현실이다. 겨자씨는 그 세계에서만 자라고 누룩은 밀가루 서 말을 부풀린다. |
박태원 가브리엘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