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20.07.13 15:26

다들 평안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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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다들 평안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를 여러분 모두에게 먼저 하고 싶네요.

사실 저는 평소 아침에 흔히 하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말을 잘 하지 않습니다. 한 집 안에 함께 살면서 굳이 새삼스럽게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는 게 조금은 어색하기도 해서 먼저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머리를 숙이거나 몸짓으로 표현합니다. 굳이 인사하기에 응답해야 한다면 저도 <안녕>이라고 짧게 답변을 합니다. 하기야 오랫동안 수도원에서 미국인 형제들(신부-수사)과 살아왔기에 아침마다 <Good Morning.>이라고 인사해 왔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왠지 같은 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고, 밤새 무슨 특별한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처지에서...

 

사실 우리네 삶에서 <밤새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말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고려 말 무신정권시대부터라고 하더군요.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무신(武臣)들의 눈에 거슬리면 밤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무참히 처단했던 어처구니없는 역사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이런 배경을 알고 나면 굳이 그렇게 표현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안녕(安寧)’은 본디 편안함을 뜻함에도, 지금까지 하루 처음 만나는 순간에 이런 인사말을 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네 삶이 편안하지 않았다는 다른 표시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사실 ‘코로나 19’ 발발 이후에도 그닥 제 삶은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수도생활과 제 삶의 방식이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 왔고, 방콕 아니 방콕 생활을 일상화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6월 말부터 오늘까지 그야말로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감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매주 치료의 일환으로 월수금 마다 목욕탕을 다녔는데 그마저도  못하고, 오직 수녀원 미사 드리러 가는 시간 이외는 한 번도 수도원 밖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마나 다행스럽게 수도원 정원을 거닐면서 묵주기도를 바치긴 하지만,,, 낮과 밤으로 계속적으로 들려오는 <안전안내 문자: 현재 광주 확진자는 168명- 80일 동안 청정지역에서 지난 2주간 동안 거의 100명 이상 증가. 그것도 제가 살고 있는 일곡동 일원에서...>를 듣고 보다보니 새삼스레 더 불안해지고, 나갈 수 없는 생황이 무척 답답해지면 <밤새 안녕하셨습니까?>라는 인사말의 의미를 깊이 느낍니다.

 

위기가 기회라는 표현처럼, 우리 모두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고 또 끝나지 않을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을 인지하면서 새로운 적응과 변화를 스스로 해 나가야 합니다. 요즘 저는 어느 형제의 요청으로 번역 아닌 번역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부담이 되었지만 하면 할수록 무언가를 하고 있음으로 시선과 마음을 돌릴 수 있었으며, 그 일로 제 스스로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미 주어진 현실, 대비하지 못했지만 곧 끝나리라는 막연한 기다림 보다 끊임없이 <감소와 증가>를 반복할 것임을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자신의 존재 의미와 행복을 놓지 않고 깨어 살기 바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에게는 합당하지 않다.>(마10,37.38)고 세 번이나 반복해서 표현합니다. 이는 곧 우리네 삶에서, <무엇이 보다 더 중요하며, 어떤 일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이에 대한 해답은 결국 <생명을 얻고 더 얻기 위한> 결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얻고, 생명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우리는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Jn14,27)는 예수님의 말씀을 바탕으로, 오늘 복음의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Mt10,34)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하신 의도를 알아들어야 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평화와 환대의 관계를 마음속으로 곱씹어 보시길 권합니다.

<박 원순과 백 선엽>의 죽음에 대한 아주 상반된 견해 차이...어쩌면 우리네 현실을 반증하는 표지라고 봅니다, 이  아침 저는 판단을 유보하면서 예수님의 다음 말씀을 저 자신에게 다시금 던집니다. <너는 어떤 사람을 단지 그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를 그로써 환대(=받아들임)하고 있는가?>

참 불안한 시간을 보내면서 그러기에 잘 사용하지 않고 사용하기를 꺼려 왔던 저 자신이 먼저 여러분에게 인사드립니다. <밤 사이에 안녕하셨습니까?> 제발 다들 안녕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이 곳 광주에서 안녕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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