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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산병원에서 여섯 달 만에 주치의 이 종식 선생을 만나고 6개월 치 약을 받아가지고 오다. 여섯 달도 모자라서 어제도 약속시간을 한 시간을 넘겨 만나다.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은 틀림없는데 대안이 없다. 문제의 발단은 특진제도의 모순을 바로잡고자 한데서 시작했다. 정책의 입안자는 분명 고심을 하면서 선택권이 없는 소비자가 울며 겨자 먹기로 특진을 신청하는 불합리를 없애고자 했으나, 누구도 생각지 못한 작금의 상황을 불러오게 되었다.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의 특진제도를 없애고 일반진료비만 받으니, 많은 환자들이 큰 병원으로 몰린 것이다. 특진제가 있을 때는 두 달이나 세 달에 한번 주치의를 만나고 처방을 받던 것이 이제 6개월에 한번 만날 수 있을 정도로 환자들이 넘쳐나게 되었다. 사람들은 정책만큼 논리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매일 2정씩 3번 복용하던 퍼킨중 1정을 퍼킨 CR로 대체하고 취침 전 약에서 진정제를 2배로 올린 것만 달라졌다. 6개월 치 약을 한 보따리 들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병원에서 전화가 오다. 아마 간호사가 일러준다는 것이 잊었나보다. 희귀성 및 난치병인 파킨슨 환자의 경우 국가에서 특별한 혜택을 받는데 올해가 벌써 5년째라 갱신을 해야 하니 병원에 들러달라는 부탁이었다. 5년이라……. 이 병과 더불어 산 세월이 벌써 5년이란다. 공동체에 크고 작은 민폐를 끼친게 벌써 5년 이란다.

 

걸을 때 자신도 모르게 발을 끌게 되고 어깨와 등도 구부정해져 다시 운동을 시작한 것이 2015년 봄, 양양 삽존리 수도원에서였다. 그해 10월에 있을 춘천 마라톤도 신청하고 연습을 시작하였다. 강릉의 한 지인은 마라톤 본 경기에서 신으라고 러닝화도 사 주셨다. 그러나 여느 때와는 달리 연습을 열심히 해도 기록은 좋아지기는커녕 뒷걸음질을 치고, 시작부터 한 20 키로는 벌써 뛴 듯 한 피로감으로 다리가 무거웠다. 그래 찾은 곳이 아산 강릉병원. MRA 등 몇 가지 검사를 하고 결과를 보러 간 날을 잘 기억한다. 젊은 의사는 쿨하게 파킨슨 증상이라면서 벌써 반 이상 진행되었다고 했다. 사촌누님이 파킨슨으로 오래 앓다가 2년 전 돌아 가셨기에 나는 나름 파킨슨 환자가 대부분 겪게 되는 궤적을 잘 알고 있었다. 돌아오는 차 속에서 운전봉사하시는 자매님이 물었다. 나는 아직 관구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은 상태기에 ‘만성 피로증’ 같은 거라고 둘러대다.

 

병에 대한 나의 응답의 기조는 “왜 하필이면 내가 아니어야 한다고 떼를 쓰는가!” 와 인생만사(人生萬事) 새옹지마(塞翁之馬) 다. 허나 매미가 가을을 모르듯, 병들어 늙어가는 길은 가보지 못한 길이다.

 

“아침 버섯은 그믐과 초하루를 모르고 매미는 봄과 가을을 모른다” 사계절을 모두 살아보아야만 봄과 여름의 차이,

가을과 겨울의 차이를 알면서, 세상의 변화를 알 수 있다는 것이 장자의 견해!

 

여름 한철만 잠깐 살다가는 매미,

봄도 가을도 모르지만 겨울도 모르는데,

봄과 가을을 지칭하는 『춘추』가 역사책이기 때문에

겨울은 언급하지 않았고 봄과 가을만 모른다고 했다.

사계절의 변화, 바로 인간 삶의 변화이자 역사의 변혁을 상징하기에 『춘추』(春秋) 가 책의 이름이 되었을 것이다.

 

5년 전부터 걷기 시작한 이 길은 아마도 그 날 아침 노란 숲속에 뻗어있던 두 길 중에 내가 가지 않았던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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