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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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참 세월이 야속합니다. 어려울 땐 좀 건너뛰고 찾아올 일이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때가 오면 찾아오는 게 명절입니다. 세상이 지금 어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채 추석은 어김없이 우리 곁에 성큼 찾아왔습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세월이 하도 수상하다 보니 <귀향을 환영합니다.>라는 예년의 환영 현수막의 문구는 사라지고, <아들딸들아!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오지 마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고 하니, 이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명절이면 귀향은 당연한 일이고 자연스럽게 여겨왔기에 고향을 향한 어렵고 힘든 여행을 마다하지 않고 살아왔는데, 금년 추석은 고향으로 귀향보다 타향으로 여행을, 대면보다는 비대면으로 바뀐 상황과 현실이 무척이나 낯설고 불편한 세월을 말하고 있습니다.

 

2년전 어느 신문 칼럼을 통해 김영민교수는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여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이 질문은 모든 것을 당연시하면 살아왔던 우리네 삶의 <본질>과 <형상>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참으로 산다는 것의 본질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를 다시 한번 되묻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본질보다는 눈에 보여 진 형상이나,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촛점을 두고 살아왔던 우리 모두에게 곧 우리가 바쁜 일상에서 잠시 잊고 살아온 우리 삶을 본질에로 시선을 모으도록, 근본에로 다시 돌아가도록 일깨우는 돌멩이를 던졌던 것입니다. 그게 단지, 어찌 추석만이 아니 잖아요. 우리의 삶도, 신앙도 무엇인가를 묻기보다 아무런 생각 없이 어제 그러했으니 오늘도 그렇게 당연히 ‘해야한다.’는 당위에서 행하다 보니 내용 없는 명절(=심지어 교회의 축일도 마찬가지 아닐까요.)이 되어 버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기에 김영민교수는 <취업은, 결혼은 했니...>라는 질문을 하신 분들에게 오히려 <‘추석이란 무엇인가요?’라고 되물어라!>고 권고했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본질보다 무엇을, 어떤 일을 하고 살아왔고, 그로 인해 무엇을 성취했느냐는 외적 결과물(좋은 직장 내지 좋은 결혼)을 기준으로 <출세와 성공>을 판단하는 검증 시간으로 삼아왔지 추석을 추석다운 명절로 즐기지 못한 채 반복해 왔던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추석은 무엇입니까?

 

저에게 있어서 추석이란 <귀향을 통해 우리 뿌리에로 돌아감>이며, 이 돌아감은 <만남>을 통해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어제와 내일을 지금이라는 시간과 고향이란 공간에서 기억의 예식을 통해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고 추억하는 축제라고 생각합니다. 고향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고향의 부모가, 형제가 그리운 것이며, 이 그리움이 바로 우리네 인생살이의 생명의 뿌리이며 토대임을 다시금 감사의 기억으로, 사랑의 표현으로 승화되는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러기에 되돌아갈 고향이 없다는 것은 고향이 아니라 고향에서 나를 기다리는 부모님이 더 이상 그곳에 살지 않는다는 상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다만 보이지 않음에도 그 근본을 확인해 주는 것이 바로 <부모님의 묘>을 찾아보고 돌보는 것이며, 성묘를 통해서 이를 다시금 <想起하고 回復>하는 행위이며, 이를 바탕으로 <감사와 축제 의식>의 시간과 공간이 바로 추석의 참된 뜻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추석이란 낯선 땅을 배회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우리는 누구이며 참으로 자신답게 살아왔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가를 심화하는 것이고, 우리의 삶의 시작인 고향을 향해 되돌아가는 것이며, 그 되돌아감으로 우리는 계속해서 가야 할 길을 힘차게 내딛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여행은 떠나 온 곳으로 되돌아오기 마련입니다. 그러기에 낯선 땅에서, 타향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길을 가는 나그네이기에 지난 온 길에 대한 아쉬운 미련보다 지나온 길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우리가 계속 걸어 나아가면서 ‘어제’ 세상이 자신에게 붙여 준 ‘누구로 혹은 누구처럼’ 살기보다 자신으로 자신답게 살아갈 힘을 금년 추석을 통해, 고향으로 가는 여행이든 낯선 곳을 여행하든 그 여행에서 힘을 얻고 답을 찾을 수 있기 바랍니다. 비록 부모의 묘를 찾아뵙지 못하고 고향을 찾아갈 수 없다고 하더라도 <추석이 무엇인가?> 스스로 물으면서 추석 연휴를 알차고 보람차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추석을 잘 보낸다는 것은 <추석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되새기는 기회를 누릴 수 있을 때가 아닐까요?

 

천사와 씨름하고 야뽁 강을 넘어갔던 야곱은 어제의 거짓된 자신의 정체성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신원으로 고향을 찾았던 야곱이 진정 추석 명절 우리가 고향에로 귀향하려는 우리의 이미지가 아닐까 싶네요. 참된 고향으로 귀향은 바로 우리가 떠나온 고향인 천국에로 귀향을 위한 예습이며 미리 맛보는 실존행위가 아닐까 싶습니다.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라며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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