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고 볼 일이다. 아침에 형님이 겨울에 듣기 좋은 연주곡들을 셀렉션해서 보내주셨다. 그중 Frost 의 시가 눈에 들어오다.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BY ROBERT FROST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눈 내리는 저녁 숲속에 홀로 서서
로버트 프로스트
이 숲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집은 마을에 있다:
그는 숲이 눈에 덮여가는 것을
보려고 내가 여기 멈췄음을 아지 못한다.
(너희는 멈추고 나를 알라! - 라는 성서 시편의 반향을 본다)
나의 조랑말은 연중 제일 어두운 저녁에 얼어붙은 호수와 숲 사이에
농가라고는 한 채도 없는 이곳에 멈춘 것이 이상했음에 틀림없다.
그는 마구를 흔들어 종소리를 낸다. 마치 뭔가 잘못되지 않았느냐고 묻듯이.
그 외의 소리라곤 지면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와 눈 내리는 소리뿐.
숲은 매력적으로 어둡고 깊지만,
나에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그리고 잠들기 전에 가야할 길이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만 하는 길이다.
이 시는 아련한 향수를 일으킨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오래전 EBS 방송국에는 외국어 프로그램이 많았다. 불어와 일어강좌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었지. 당시는 지금처럼 녹음기도 흔치 않았고 모든 면에서 열악했었지만 그래서인지 시간이 좀 더 빽빽하게 지났던 것 같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위 시는 어느 해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12월 EBS 영어회화 강좌의 텍스트 북 뒷면에 전면광고와 함께 실렸었다. 12월이 되고 눈발이 날리는 광경을 보면 로버트 프로스트가 나누고자 했던 이 정경이 향수(鄕愁)처럼 그리워진다. 모든 정경(情景)은 모든 심경(心境)이라고 하던데…….흘러가는 세월과 함께 나의 불어도 일어도 심지어는 모국어도 같이 흘러가는것 같다. 우락부락하던 천체도 궁극에는 구체로 평준화되듯, 늙어감은 여러면에서 사람을 평준화 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