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이다. 본래 주일 공동체 미사는 대부분의 회원들이 사목현장에 나가므로 참례인원이 적은 부담이 없는 미사였기에 환자인 나에게 맡겼`얻는데, 코로나로 수도자들이 교우들을 만나는 것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되어 모두 공동체 미사에 참석하니 제일 부담이 큰 미사가 되었다. 인생에는 이런 아이러니가 비일비재하다. 강론을 준비하고 미사를 드리는 일이 힘이 들긴 하지만 자꾸 후퇴하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싶어 계속하고 있다.
개인이 겪은 경험을 가장 구체적으로 이야기 할 때 그 이야기는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가 된다고 한다. 개인이 예수님을 만나는 일은 매우 개인적이며 구체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넷째 왕의 전설”은 어떻게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 보편적인 이야기가 되는지 탁월하게 보여준다.
자신도 다 알 수 없는 막연한 동경으로 별을 따라 길을 떠난 넷째 왕, 세 명의 동방박사와는 달리 그는 별을 따라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모른 체할 수 없었다. 결국 선물도, 별도 잃어버리게 된 넷째 왕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빚돈에 팔려가는 과부의 외아들대신 노예 선을 타게 된다. 마침내 노예선 에서 청춘을 다 보낸 그는 임종이 가까워서야 놓여나게 된다. 예수가 탄생할 때 인사를 드리러 떠난 그는 예수가 십자가에 처형될 때 그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가 별을 따라 나선후의 인생체험은 헛되지 않아 십자가에 달린 이에게서 구세주를 볼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