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2021.01.31 16:59

뒤나미스와 엑수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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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해의 1월도 다 가고 오늘이 말일이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일상을 잃어버린 지 1년이 넘어간다.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방역을 잘해나가고 있는 한국이지만 뭔가 큰 고비를 넘기고 좀 더 나은 상태로 진입하는가 할 때마다 일군의 훼방꾼들이 나타나 그동안의 수고를 수포로 만들어 버리곤 했다. 그런데 찬찬히 돌아보면 유감스럽게도 그 훼방꾼들은 대부분 기독교와 관련이 있는 단체들이었다. 사회를 위한 존재이기는커녕 자신들의 근시안적이고 사적인 이익을 위해 공동선을 해치는 반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암적인 존재였던 것이다.

 

기독교는 그리 간단한 종교가 아니다. 아멘, 알렐루야 하는 하룻밤의 부흥회로 신자가되는 싸구려 종교가 아니다. 기독교는 근본적으로 책의 종교이다. 기독교 신자라 하면서도 책의 종교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터득하거나 듣거나 배운바가 없기에 쉽게 선동의 제물이 되거나 사이비종교의 광신자가 되는 것 같다. 심지어 그들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에게서도 그런 안목은 보이지 않는다. 성서는 여러 종류의 책을 묶어 집대성한 책이다. 구약성서만 하더라도 수많은 자료와 서로 다른 역사서술과 해석들을 총망라하여 나름대로의 일관성을 갖고 하나로 편집한 것이다. 모세5경만 보더라도 야휘스트, 엘로이스트, 신명기계 문헌, 제관계 문헌이 촘촘히 짜깁기 되어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최소한 신자들 개개인이 나름의 글쓰기를 통하여 대립되는 생각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노하우를 갖게 되면서 가능해진다. 하느님의 말씀은 인간의 말과 아무런 관계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성서가 하느님의 말씀이란 말의 오의(奧義)를 모르면 억지로 믿거나 자기편한대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느님이 보내시는 성령께는 2가지 특성이 있다. 하나는 권위를 뜻하는 엑수시아 그리고 다른 하나는 힘, 변천이란 뜻의 뒤나미스가 그것이다. 예수는 성령으로 가득차 가파르나움으로 가신다. 다시 말해 권위와 힘에 가득 찬 상태로 가파르나움으로 가신다. 예수의 삶과 초대교회의 역사에는 이 두 가지 특성이 모두 잘 나타난다. 엑수시아와 뒤나미스. 그러나 후대로 내려오면서 제도적인 직책에 수반하는 엑수시아만이 난무하고 뒤나미스는 눈에 띄지 않게 한결 축소된다. 추기경이라든가 주교 혹은 검찰총장, 대통령이라는 직책에는 어떤 권위가 따르지만 이 권위는 그 사람에게 내재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일시적으로 외부에서 주어지는 그 무엇이다. 그에 반해 뒤나미스는 그 사람 고유의 내면에서 뿜어 나오는 다이내믹, 힘이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쯤은 가방끈이 길지 않으면서도 자기 나름의 삶을 살았기에 쉽게 잊히지 않는 존재감을 주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을 것이다. 직책에 수반하는 엑수시아와는 달리 뒤나미스는 각 종교마다 이것을 배양하는 나름대로의 고유한 노하우가 있는가 보다. 여기서는 특정한 종교의 노하우를 소개하지 않고 평범한 일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시간의 덫을 벗어나 뒤나미스를 접하고 닮게 되는가를 자연스럽게 쓴 텍스트를 인용하고자 한다. 그것은 “A RIVER RUNS THROUGH IT” 이란 책의 마지막 몇 단락에 나온다.

 

Norman Maclean의 독백.

 

내가 젊었을 때 사랑했으나 이해하지는 못했던 사람들 거의 모두가 다 떠났다. 나의 부인 제시도 떠났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그들과 닿고 있다.

물론 지금의 내 나이로는 훌륭한 낚시꾼이 되기에는 너무 늙었지만, 나는 지금도 홀로 플라이 낚시를 한다. 극지방과 같이 여름이 긴 서부 몬태나의 낚시꾼들처럼 나도 선선한 저녁이 되어서야 낚시를 시작한다. 계곡으로 극지방의 짧은 빛이 스며들 때, 모든 존재는 나의 기억과 불랙풋 강이 흘러가는 소리와 플라이 낚시를 던지는 4박자 리듬과 고기가 잡히리라는 희망이 모두 함께 희미하게 된다.

이때 갑자기 모든 것은 하나가 되고 강은 그것을 통하여 흐른다. 강은 대홍수때 생겼으며 시간이 시작될 때 생겨난 바위 위를 흐른다. 어떤 바위위에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물방울이 있다. 그 바위 밑에는 말씀이 있는데, 어떤 말들은 그들의 것이다.

나는 지금도 강에 사로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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