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님의 봉헌축일이며 축성생활의 날이다. 오래전부터 이날이 오면 내게 떠오르는 시편 구절이 있다. 최민순 신부님이 번역한 84편 4절이다.
“참새도 집이 있고 제비도 새끼 두는 둥지가 있사와도 내게는 당신의 제단이 있나이다.
감히 기대치도 못하던 영원한 생명을 맛보고, 덤으로 받은 삶이기에 다시 흔쾌히 주님께 바치는 일은 이제와 돌아보니 상대적으로 비교적 쉬운 일이었다. 정작 어려운 점은 이 봉헌이 일상에서 자질구레한 일을 통해 지속되어야 하는 점이다. 자기마음속의 제대에 끊임없이 바쳐져야 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그런 면에서 축성생활에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썩 잘 어울린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는 무언가를 할 때는 철저하게 해야 하고, 세부 사항이 중요하다는 의미의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는 표현에서 유래하였다. 다른 모든 일과 같이 축성생활도 대충 보면 쉽고 화려해 보이지만 제대로 해내려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하는 법이다. 그것도 남루하게 보이는 일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