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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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일어났던 중국의 쓰촨성 대지진을 여러분은 기억하십니까? 사상자만 5만 명이 넘는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가져왔던 대지진이었지요. 그런데 그 엄청난 지진 속에서 자녀를 돌보다 죽은 한 아름다운 모정母情은 많은 사람에게 진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야기는, 구조대가 한참 건물 더미를 파헤치는데 한 여인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온몸이 콘크리트 더미에 찌그러진 모습으로 죽어 있었습니다. 이미 죽은 그 여인을 들어 올리는 순간, 여인의 품에 한 갓난아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발견했지요. 그 아이는 먼지투성이의 상태에서도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구조대가 살아 있는 이 아이를 안고 일어서려는 순간, 아이 옆에 놓인 엄마의 휴대전화를 발견하였답니다. 구조대원은 휴대전화의 화면에 쓰여 있는 글을 보고는 그만 통곡하고 말았다고 전합니다. 그 화면에는 이러한 글이 적혀 있었거든요. <아기야, 네가 만일 살아난다면, 이 엄마가 너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것을 잊지 마렴.> 자신의 자녀를 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바친 엄마의 사랑이 담긴 문자 메시지였습니다. 그녀의 한없는 자식 사랑에 온 중국인은 물론 이를 뉴스로 전해 듣는 우리 역시도 그 어머니의 사랑에 감동하며, 그녀가 죽기까지 자녀의 생명을 지킨 그 순수하고 뜨거운 사랑을 마음에 새겨 봅니다. 그녀의 자녀를 위한 모성은 모든 어머니가 그렇게 사랑할 것 같지만 요즘 <정인이 사건과 생후 1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기를 방치 사망 사건> 소식을 접하다 보면 부모라고 다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자녀 사랑인가 봅니다. 통계에 의하면 지난 5년간 친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무려 160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주님께서 당신 존재와 삶을 통해서 말씀하시고 실천하신 바는 한 마디로 사랑이었지요. 또한 당신의 십자가 죽음을 통해서도 보여 주신 것이 사랑이었고요. 그렇다면 이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주님의 뜻에 응답하는 것이며, 사랑하며 살라는 주님의 부르심에 제대로 응답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도 요한은 하느님 사랑을 감격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외칩니다.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리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과연 우리는 그분의 자녀입니다.> (1Jn3,1) 피조물이며 유한한 존재인 우리가 창조주이시며 무한한 존재이신 하느님의 자녀라는 사실, 그래서 그 놀라우신 분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은 진정 그리스도교의 신비의 주된 선포입니다. 이토록 놀라운 은총의 선포는, 오늘 예수님의 말씀처럼,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신 목자의 사랑에 대한 비유를 통해서도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오늘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의 희생으로 우리가 받게 된 구원에 관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그분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구원이 없습니다. 사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이름 가운데에서 우리가 구원받는 데에 필요한 이름은 이 이름밖에 없습니다.> (사4,12) 하느님께서 우리의 아버지이시며 우리가 그분의 자녀라면, 하느님의 자녀다운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착한 자녀들은 아버지의 음성을 듣고 그분 뜻에 따라야 합니다. 오늘은 착한 목자 주일, ‘성소 주일’입니다. 성소는 바로 주님의 부르심을 의미하지요. 사랑하며 살라는 주님의 부르심에 제대로 응답했는가를 반성하면서 다시금 주님의 뜻에 따라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 (Jn10,11) 오늘 복음은 착한 목자와 삯꾼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 목자는 양들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끝까지 지키려 자기 목숨을 내놓지만, 삯꾼은 자기 목숨을 지키기 위해 양들이 위험할 때 도망칩니다. 착한 목자를 이렇게 묘사한 것은 당대 목자들의 삶이며 역할이 사실 그러했습니다. 이렇게 양들이 위험할수록 양들에게 더 가까이 가는 목자야말로 착한 목자입니다. 이 기준은 가정이나 공동체,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위험할 때 나만 살겠다고 뒷걸음친다면 분명 엉터리이자 사이비 목자입니다. 예수님께서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 10,11)라고 말씀하셨는데, 또다시 ‘나는 착한 목자’라는 것을 강조하시며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 이는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과 같다.>(10,14~15)라는 말씀을 덧붙이십니다. 성서에서 ‘알다’라는 말마디는 단순한 지식을 넘어서서 하나의 실존적 관계를 드러내 주는 표현입니다. ‘안다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고, 그 대상과 깊은 관계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착한 목자가 양들을 잘 알듯이 양들도 그 목자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을 때 목자와 양은 깊은 사랑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聖召, 거룩한 부르심은 주님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살아가는 삶을 말합니다. <양들은 그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목자를 따른다.>(10,3.4) 물론 착한 목자 역시 멀리서 양의 모습만 보아도 자기 양을 구별합니다. 목자는 양의 체질이나 습관이 어떤지 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안다’는 것은 체험적인 앎입니다. 목자가 양을 아는 것처럼 양도 체험적으로 목자를 알아봅니다. 양은 목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기에, 특히 자기 목자의 음성을 기억하고 분간한다고 합니다. 목자는 양을 알고 양은 목자의 음성을 알듯이, 우리도 예수님을 지식으로 알기보다는 인격적으로 알고 체험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내밀하게 우리 각자를 아신다는 것은 우리 각 사람이 그분께 그렇게 내밀하게 ‘알려지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착한 목자로써 우리에게 파란 풀밭을 마련해 주시고, 그 초장에서 안전하게 편하게 평화를 누리고 안식을 주시는 분, 삶의 모든 복을 가져다주며 우리를 돌보는 목자이심을 우리는 압니다.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은 <양들인 우리가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도록 하시려고 오셨으며>(10,10), 이를 위해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셨습니다.>(1018) 이처럼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께서 아버지에게서 받은 명령을 실행하시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내놓으셨기에 하느님께서 그를 사랑하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를 다함없는 사랑으로 돌보고, 사랑으로 지켜주신 것입니다. 이런 예수님의 마음을 알아듣고, 예수님께서 주시고자 하시는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도록> 주님을 충실히 따라야겠습니다. 주님을 따르면서 우리의 약함으로 넘어지고, 쓰러질지라도 다시 일어나서 생명이 넘치는 곳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믿고 의지하며 따르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내 약점으로 인해 종종 넘어지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예수님만 의지해야 합니다. 우리는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같은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를 위해 목숨까지 기꺼이 내놓으신 목자 예수님을 보내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예수님을 믿고 의지하고 신뢰해야 합니다.
               

착한 목자 주일은 성소 주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오늘은 특별히 사제와 수도 성소자를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작년과 금년도 성소 주일 행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현재 상태를 보면서 코로나 이후는 지금보다도 더 착한 목자가 필요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양의 냄새를 풍기는 위로자이자 치유자로서 목자 말입니다. 오늘 착한 목자 주일을 맞아 특별히 이 목자직에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기도하고, 이미 불림받은 모든 사제와 수도자가 그 부르심과 직분에 충실하게 살아가도록 기도합시다. 사실 제 경험을 되돌아보면, 저는 가톨릭 가정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지만, 영세 후 교리를 가르쳐 주고 신앙의 길로 이끌어 준 수녀님의 단 한 마디 격려와 지지가 저로 하여금 지금의 제가 될 수 있었습니다. <아오스딩, 로만 칼라차면 참 멋있겠다!> 이 격려의 말 한마디가 없었으면, 저는 주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을 것이고 ‘네, 여기 있습니다.’라고 응답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혹여 모르잖아요, 가까이 있는 젊은이에게 던진 한마디 격려의 말이 그젊은이로 하여금 성소의 길을 걷게 되는 계기가 될지.... 성가 56 <목자를 따라서> 3절을 조용히 읊조려 볼까요. <우리의 목자여 사랑의 예수여 언제나 주의 품 안에 보호해 주소서 풍랑이 지나고 비바람 맞아도 이제는 오직 주님만을 따라 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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