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몸이 쳐지고 힘든 날이다.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으면 나의 시선은 공교롭게도 포신이정이라는 족자위에 자리한 십자고상과 일직선상에 놓이게 된다. 불 뱀에 물린 이스라엘 사람들이 구리 뱀을 바라보듯이, 삶에 지치거나 주류에서 물러나 별 볼일 없이 이리저리 방황하는 하삐루의 처지가 되지 않고서는 보이지 않는, 보려고도 않는 것이 십자고상이다.
그러나 구리 뱀을 바라본 이는 모두 생명을 얻었단다. 그것은 오늘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물론 바라볼 수 있게 몸이 낮춰지고 눈이 열린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