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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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덥습니다. 물론 코로나 확산으로 다들 조심하시겠지만, 더위와 함께 성큼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습니다. 요즘 <노는 언니>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예전과 달리 상당히 여유롭고 자유로워진 박세리를 봅니다만, 몇 년 전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던 박세리가 미국 동부의 LPGA(여성골프) 대회에 참가했었습니다. 개막 전날 아버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퍼팅 연습을 하다 말고 박세리가 펑펑 울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놀란 아버지에게 그녀가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제게 골프만 가르쳐 줬지, 쉬는 법은 알려주지 않았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딸을 세계적인 골퍼로 길러낸 대표적 골프 대디 박준철씨는 이 일을 계기로 세리에게 즐기며 골프 하는 법을 가르치지 못한 게 후회됐다고 했습니다. 

 

어느 분야에 종사하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는 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세상에는 쉬지 않고 날아다니는 새가 없고, 쉼 없이 날아다니는 나비도 없습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도 나비도 쉼의 시간을 통해서 다시 기력을 회복하고 하늘을 날 힘을 얻게 됩니다. 음악에도 쉼표가 있지 않습니까? 괜스레 쉼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반 박자 한 박자 때론 두 박자를 쉬고서 이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도 쉼 없이 일만 할 수는 없습니다. 낮 동안 일하고 밤엔 쉬어야 그다음 날 다시 일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밤에 일하는 사람들은 낮에는 쉬어야 합니다. 이렇게 쉼을 통해서 사람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힘으로 재충전하여 다시 새롭게 일하게 되는 것입니다. 되돌아보면 예전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마음과 시간에 있어서 여유를 가지고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농경 사회가 산업화 사회로 변화되면서부터 사람들의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리고 말았잖아요. 시간이 곧 돈이기에 끊임없이 일하면서 격렬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다 보니 우리의 의식마저도 여유를 잃어버리고 무한 경쟁 속에서 자신도 잃어버린 채 살아왔습니다. 그 결과 <쉼>이라든지 <휴식>이란 단어는 점점 잃어버리고 과도한 일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어왔고, 마음의 여유는 없어지고 삶에 지친 군상들로 전락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빨리 빨리!>하며 살다 보니 언제부터가 우리의 사고나 행동양식도 그렇게 변해버렸고, <쉼>은 곧 <게으름>의 또 다른 이름으로 전락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박세리의 표현처럼 우리는 쉬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받고> 난 뒤, 삶과 사도직에 지친 제자들을 보시고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Mr6,31)고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말씀하신 예수님의 마음은 너무 힘들게 일하며 고달픈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자녀들을 바라보면서 말씀하시는 우리네 엄마의 마음과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어디 가서 좀 쉬어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은 어떤 면에서 목자가 양을 보면서 <아쉬울 것 없이>(시22,1) 충분히 필요한 것을 베풀어주고 싶은 마음의 표현입니다. 그 마음은 바로 몸도 마음도 지친 제자들에게는 충분히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달려 온 군중들을 향한 마음엔 가엾고 측은한 마음이 묻어납니다. 어떤 면에서 이런 예수님의 마음 씀씀이만으로도 제자들이나 군중들에게는 아무것도 아쉬운 것이 없었을지 모릅니다. 자신들의 수고함을 알아주는 예수님의 마음과 표현만으로도 그들은 위로를 받았고 힘을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제자들은>(6,31) 참으로 쉼이 필요했습니다. 우리 역시도 쉼이 필요하기에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처럼 쉬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쉬는 곳, 기도가 쉼이기에 기도하는 장소는 바로 모든 일이나 관계에서 자유로운 곳, 조용한 곳이어야 한다고 예수님께선 말씀하십니다.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 쉼을 위한 최적의 자리입니다. 저희 수도회를 창립하신 십자가의 성 바오로는 당신의 형제들이 사는 곳을 <수도원monastery>이라고 부르지 않고 <避靜의 집 retreat house>이라고 부르도록 하셨는데, 그 근거는 바로 오늘 저희가 들은 복음 말씀에서 영감을 얻으셨던 것입니다. 어쩌면 피정의 집은 가장 적절한 쉼의 자리이고, 어쩌면 오늘 세상에 저희 수도회가 세상에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영적 유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사막의 교부들에게는, 기도는 바로 <쉬는 것>이고, 고독과 침묵 가운데서의 기도는 휴식의 기도였던 것입니다. 쉼이 필요하면 복잡한 곳보다 조용하고 한적한 곳 피정의 집으로 가서 일상의 모든 일이나 관계에서 잠시 떠나 하느님 앞에 멈추어 서서 지나온 삶과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를 마련하길 권합니다. 피정은 곧 몸도 마음도 예수님 안에서, 예수님과 더불어 편히 쉬는 것입니다. 쉬고 또 쉬는 것이며 그렇게 쉬고 나면 뭔가 보이고 들려 올 것입니다. 

 

저도 지난 7월 초 청주 미평 예수고난회 관상수녀원에서 비록 짧지만 연례 피정을 하면서 잘 쉬고 왔습니다. 아마도 새롭게 단장한 <서울 우이동 명상의 집>이나 <양양 고독의 집, 오상영성원>은 <쉼도 쉬어갈 만큼 조용한 곳입니다.> 지금은 쉼이 또 다른 트렌드가 되어가는 세상이지 않습니까? 부디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가시어 쉬고 또 쉬시길 권합니다. 벽암록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휴거헐거休居歇居하니 철목개화鐵木開花니라. 쉬고 또 쉰다면 쇠로 된 나무에도 꽃이 피는구나.> 그렇습니다. 쉼을 통해서 기혈이 막혀 혈기나 생기를 잃은 우리네 몸과 마음을 회복시킬 때 삶이 행복해지고, 일할 마음도 생기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하느님 안에서 기도하는 것이 그리스도인 우리에게는 가장 적절한 쉼의 시간이며, 가장 유익한 쉼의 자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주님 안에 쉬다 보면 보이지 않았던 것도, 들리지 않았던 것도 보이고 들리기 마련이며, 이를 통해 우리가 놓치고 살아 온 것이 무엇이며, 이를 위해 내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목자 양들 같은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던>(6,34) 것처럼 우리에게도 빛을 비추시어 가야 할 길과 해야 할 일을 가르쳐 주실 것입니다. 더더욱 오늘 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강조하신 것처럼, <우리의 평화이신 그리스도께서는>(에2,14) 분산된 마음과 지친 몸에 참된 평화를 선물로 주시고 몸과 마음의 화해를 통해 ‘내외의 상응’, ‘거짓된 자아와 참된 자기’ 사이에 화해를 이루어주실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라도 주님을 찾아 한적한 곳으로 물러나시고, 주님 안에서 몸과 마음이 편히 쉬길 바랍니다. 

 

토마스 켈리는 그의 책 <헌신의 약속>에서, <우리가 하는 많은 일이 우리 눈에는 매우 중요해 보인다. 우리는 줄곧 그런 일들을 거부할 수 없었다. 너무 중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핵심을 파고 들어가’ 생명보다 깊으신 거룩한 침묵의 하느님 안에 머물면, 인생의 계획을 심령의 고요한 골방에 들여놓으면, 완전히 열린 마음으로 그분의 인도하신 대로 행하거나 포기할 각오로 그렇게 하면, 그때는 우리가 하는 많은 일이 그 생명을 잃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쉬는 시간, 잠시나마 많은 일을 주님 발아래 내려놓고 <푸른 풀밭에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에서 나를 보살피시는 주님 안에 머물면서 영혼에 생기를 돋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시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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