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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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할 때가 있고 만들 때가 있으며

성장할 때가 있고 쇠퇴할 때가 있으며

받을 때가 있고 줄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채울 때가 있으며 비울(정화)때가 있다.

 

요즈음 인기 있는 you-tube 나 일반 TV를 보아도 압도적으로 많은 정보와 데이터가 넘쳐나는 프로그램은 건강에 대한 것이다. 강박적으로 삶에 매달리며 수명을 연장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음이 있으면 양이 있는 법, 강박적 수명연장의 그림자는 생명무시현상이다. 한쪽에선 강박적으로 삶에 매달리고 있다면, 사회의 어두운 뒷골목에선 노인을 투명인간화 하려는 현대판 고려장인 요양원들이 난립하고 있다.

인생의 양극단적인 모습인 유아기와 노년기는 상처받기 쉽고 자기 방어능력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아주 비슷하다. 더욱이 자기주장에 있어선 거의 무능하다.

 

그러나 생명의 원천은 하느님이시기에 의학발전과 영양상태의 호전으로 길어진 노년기도 틀림없이 가치와 의미를 가질 것이다. 램프의 기름이 줄어들 듯 서서히 죽음으로 다가가는 것을 여실히 보고 느낄 수 있는 노인들, 특히 영원한 생명에 대한 관심 없이 살아온 이들에겐 세속화한 이 사회가 자신들을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불안은 가중되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예상보다 빠르게 노년기를 맞게 되면서 보통 어른들보다 훨씬 더 하느님과 가까운 어린이들처럼 노인들에게도 특별한 하느님의 현존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 이것은 다만 노인들이 여타의 사람들보다 죽음에 가까이 있고, 나이 들어 지혜로워져서 근원을 찾아 나서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이 하느님께 가까운 것은 인생의 황혼기는 정화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나이가 들면 심리적인 특성이나 흠이 악화된다고 하는데 사실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우리는 과거에 자주 행하던 많은 습관적인 악이나 죄가 정화되고 어떤 때는 소멸되는 것을 볼 수도 있다. 아마도 생명이 더 이상 우리에게 베풀어 줄 것이 많지 않음을 알기에 또 고독은 영의 이러한 가난을 돕기에 마음은 더욱 겸손해진다. 이제 우상은 사라지며 섬겨야 할 거짓된 환상이나 약속도 없다. 바로 이것이 노인들을 현명하게 하며 관상가로 만든다. 이것은 궁극적인 회개이며, 밖에서 일어나는 육체적 퇴화를 둘러쌓는 것이다.

 

노년기란 영성의 한 형태이며 그런 차원으로 살아내야 한다. 삶의 끝자리로 밀려나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의미를 주는 영성이다: 이리도 심원한 정화는 우리를 하느님의 비전을 공유하게 하며 연옥의 신비를 기대하게 한다. 노년기는 인생의 나약함과 그의 모든 계획들이 현세에서는 되돌릴 수 없게 쇠망해 버릴 뿐임을 증언한다.

 

노년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때이다. 그러기에 인생의 결정적인 새벽을 맞는 파수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싸게 노년기가 새벽을 맞는 파수꾼이 되리라 망상치 말라. 그런 이들에게 박두진 시인은

“생(生)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사랑은 한갖 괴로울 뿐. “ 이라고 하며 노년의 삶이 만만치 않음을 노래한다.

 

 

도봉(道峯)

 

박두진

 

 

 

산(山)새도 날러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가곤

오지 않는다.

 

인적 끊인 듯,

홀로 앉은

가을 산(山)의 어스름.

 

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 보나,

 

울림은 헛되이

빈 골 골을 되돌아올 뿐.

 

산(山)그늘 길게 늘이며

붉게 해는 넘어 가고

 

황혼과 함께

이어 별과 밤은 오리니,

 

생(生)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사랑은 한갖 괴로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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