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공동체 미사 강론입니다.
[사랑 안에 깨어있는 삶]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정용철-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의 초라함 그 부끄러운 눈빛이 있기에 나는 그대의 가슴에 스며들어 그대의 사랑이 되었습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의 온전함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의 부족함 그 안타까움이 있기에 나는 그대의 가슴에 스며들어 그대의 사랑이 되었습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의 화려함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의 그늘 그 아픔이 있기에 나는 그대의 가슴에 스며들어 그대의 사랑이 되었습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의 당당함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의 망설임 그 갈등이 있기에 나는 그대의 가슴에 스며들어 그대의 사랑이 되었습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의 부유함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의 가난 그 한숨이 있기에 나는 그대의 가슴에 스며들어 그대의 사랑이 되었습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의 말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의 침묵 그 눈물이 있기에 나는 그대의 가슴에 스며들어 그대의 사랑이 되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한동안은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 더 멋있고, 더 잘나고, 더 완벽하고, 더 성공하고, 더 유명해지려는 때가 있었습니다. 아직 젊지만 오십 중반으로 가면서 이제는 ‘행복한 삶’ 대신 ‘보람있는 삶’이란 표현이 더 깊이 다가옵니다.
그러면서 “왜 나는 아직도 이 길을 가고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고마운 것은 “부족하나마 나머지 인생은 세상과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 살고 싶다.” 는 대답이 제 안에서 주저함 없이 나옵니다.
‘도움이 되는 존재’를 ‘되어주는 존재’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매 순간 사랑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삶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부족할지라도 그 부족함을 지닌 채 그리고 부족함의 귀함을 새롭게 깨닫고, 부족한 몸짓이기에 더 아름다울 수 있음을 또렷하게 고백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삶을 예수님의 십자가 위의 사랑에서 보게 됩니다. 죽는 순간까지 결코 완전해 질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운명임을 긍정으로 받아들이고, 하느님 안에선 나약하고 서툰 몸짓이기에 더 가치있고 소중한 것임을 배우는 삶이고 싶습니다.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깨어있다는 것은 사랑을 안다는 것입니다.
깨어있는 사람은 사랑 속에 머물 줄 아는 사람입니다.
(예수 고난회 김영익 루도비꼬 수사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