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2021.09.05 19:17

"CREDO IN UNUM DEUM"

조회 수 28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도원에서 생활한 이래 이제까지 수십 년을 새벽에 눈을 뜨고 처음 가는 곳은 언제나 감실이 있는 성당이었다. 이스라엘 부족들이 반유목민으로서 정착지를 찾아 헤맬 때는 하느님의 현존을 나타내는 계약 궤가 언제나 중심이었고, 신앙고백때 CREDO IN UNUM DEUM 이라 하지 UNO DEO 라 하지 않았음은 (전치사 IN 뒤에 4격을 쓰면 이동을, 5격 UNO DEO를 쓰면 고정된 것을 믿는다는 뜻이다) 나는 움직이는 하느님을 믿는다는 고백이다. 하느님을 뵈오려 할 때는 본진에서 거리를 두고 자리 잡은 만남의 집으로 나아가야 했다. 그리고 이 만남의 집은 그들이 광야를 이동 중에 있었기에 항상 새로운 곳이었다. 그러던 것이 다윗과 솔로몬 시대를 거치며 삶의 양식도 반유목에서 농경으로 바뀌고 거대한 성전을 지어 계약의 궤를 지성소에 모시게 되자, 하느님의 현존은 고정된 장소로 한정되고 하느님을 만나고자 하는 사람은 부득불 특별한 장소로 와야 했다. 이러한 구조는 자연스레 부와 권력이 성전과 사제들에게 집중되는 폐해를 낳게 된다.

 

벌써 7년이 되어가는 파킨슨 증후군이 진행되면서 부득불 다방면에서 예전에 고수해왔던 생활양식을 지속할 수는 없게 되었다. 예를 들어 전에는 좌선(坐禪) 양식으로 심재(心齋), 좌망(坐忘), 조철(朝澈)을 닦았다면 이제는 그런 형식으론 몸이 마비되므로 동선(動禪)의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몸이 마비되지 않으려면 공동체로 드리는 성무일도와 미사에 참석하여서도 부득불 본의 아니게 형제들에게 분심을 주게 되므로 근래에는 같은 공간을 피하여 하게 된다. 말하자면 전에는 가대에 마주 앉은 형제들이나 성당의 장식, 감실 등에 한정되던 나의 시선은 성무일도의 아침 찬미가가 읇듯이 검은 짐승 같던 앞산이 동이 터오며 그 모습을 드러내고, 여명의 빛은 지금이 바로 그때임을, 천지창조가 시작되는 지금 이 순간을 생생히 볼수있는 도봉을 마주한다. 그 차이는 움직이는 하느님을 만나러 만남의 장막으로 가던 시절의 ‘하느님의 현존’과, 율법과 관습 그리고 시스템으로 고정된 성전에서의 하느님 현존의 차이와 비슷할 것 같다. 영화 MISSION 의 주제곡에 가사를 붙인 NELLA FANTAGIA 와 같이 바람과 사랑을 주제로 한 가사중 ‘바람’ 이 마음에 들어 옮긴다. 움직이는 하느님을 쫒는 것도 바람을 따르는 것 같아서…….

 

 

바람이여

 

나는 바람이었으면 좋겠다

정처 없이 떠도는 바람 되어

때로는 차가웁게

세상의 역겨움은 쓸어버리고

때로는 따뜻하게

고난의 길 위로가 되고

 

나는 바람이 되어

내영혼 날려 보내네

선과 악이 교차하는 이 세상에

원하든 원치 않든

갈 곳엔 가야하고

그러다 돌아오고 다시 가야하는 순종의 길이던가

필요한 곳이면 언제든지 바람 되어 날아가리

 

인생은 어차피 떠도는 바람

헛된 욕심도 바람 되어 사라지고

행복도 바람처럼 왔다가 가버린다

 

인생은 바람처럼 허무하여도

나는 바람 되어 찾아가리

알 수 없는 그길로

사랑이 있는 그곳으로

 

 

 

  1. 서문

    Date2021.10.19 By후박나무 Views237
    Read More
  2. 꽃피는 날

    Date2021.10.14 By후박나무 Views271
    Read More
  3. 새 책

    Date2021.10.14 By후박나무 Views211
    Read More
  4. Date2021.09.30 By후박나무 Views330
    Read More
  5. 영세!

    Date2021.09.30 By후박나무 Views215
    Read More
  6. 'Tis the last rose of summer!

    Date2021.09.26 By후박나무 Views233
    Read More
  7. 이스탄불의 어린 사제

    Date2021.09.22 By후박나무 Views262
    Read More
  8. 막막한 날도 있어야 하리

    Date2021.09.17 By후박나무 Views261
    Read More
  9. 십자가 아래에!

    Date2021.09.15 By후박나무 Views162
    Read More
  10. 사진전

    Date2021.09.10 By후박나무 Views275
    Read More
  11. "CREDO IN UNUM DEUM"

    Date2021.09.05 By후박나무 Views284
    Read More
  12. 가을에!

    Date2021.09.03 By후박나무 Views184
    Read More
  13. "굳게 믿지 아니하면 결코 굳건히 서지 못하리라"

    Date2021.08.28 By후박나무 Views196
    Read More
  14. 나마스떼!

    Date2021.08.28 By후박나무 Views203
    Read More
  15. 포신이정(抱神以靜)

    Date2021.08.19 By후박나무 Views355
    Read More
  16. 성모승천대축일

    Date2021.08.15 By후박나무 Views357
    Read More
  17. 도반(道伴)

    Date2021.08.12 By후박나무 Views181
    Read More
  18. 입추도 말복도..

    Date2021.08.12 By후박나무 Views133
    Read More
  19. 동문서답(東問西答)

    Date2021.08.10 By후박나무 Views146
    Read More
  20. 심신부의 은퇴!

    Date2021.08.09 By후박나무 Views15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3 Nex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