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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30 10:34

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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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28

 

74년 오늘 혜화동 성당에서 박귀훈 요한 신부님으로부터 영세를 받았다. 그때 축하객겸 참석자는 친구인 김 중서와 최 하림 둘이었다. 중 1때부터 사귄 중서는 벌써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되어간다…….세례때 받은 영세명은 교회 최초의 은수자였던 (Paul the Hermit) 이집트인 바오로 이었다. 성. 안토니오가 뿔뿔이 흩어져 홀로 살던 은수자들을 모아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 반면 은수자 바오로는 평생을 은수자로 살았다. 라틴어로 “Paulus“ 는 본래 ”작은“ 이란 뜻이며 15세에 테베근처에서 은수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는 평생 자기에게 알맞은 은수생활을 고안하였다. 만년에는 히브리 성서를 라틴어로 번역한 불가타 성서로 유명해졌다. 예로니모는 방문을 통해 알게 된 은수자 바오로의 전기를 써서 그를 세상에 알린다.

수도회 연례피정중 한번은 미국 시카고의 CTU 에서 오랜 세월 라이브러리언으로 외국인 학생들에게 큰 도움을 준 캐빈 신부를 강사로 초대해서 한주일간 강의도 듣고 함께 기도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우리 수도회 회원 중 CTU에서 공부한 학생치고 캐빈 신부의 서비스를 받지 않은 사람이 없었으므로 이것은 보은의 기회이기도 했다.

 

나는 그분의 강의중 그리스도교는 공동체라는 환경 속에서만 자라고 꽃피고 열매 맺을 수 있다면서 든 예화가 깊이 마음에 남는다. 한 예비교우가 열심히 교리를 배우고 미사에도 참석하여, 주변에서는 모두가 다 그가 영세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여겼다. 마지막으로 본당신부님과의 면담을 했는데, 본당신부님의 대답은 N~0U 이었다. 그리스도교는 홀로 책을 보며 연구하여 배울 수 있는 종교가 아니라는 게 본당신부님의 반대요지였다. 불행히도 그 예비교우의 집안은 가톨릭적 환경이 전무하였던 것이다. 이 이야기가 내 마음에 그리도 크게 자리잡은 이유는 내 자신이 전혀 기독교적 배경이 없이 홀로 개종하여 영세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그리도 기본적인 영세명에 대해 무지했던 것이다.

 

나는 나의 작은 지식으로 영세명 바오로를 자의로 사도 바오로로 생각하고 오랜 세월 그렇게 살았다. 수련을 받고 지부장이시던 박도세 신부님의 강권으로 수도명 가브리엘을 받아 폴. 가브리엘이 된 후에는 더욱 더 바오로라는 영세명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그저 폴.  가브리엘로 가브리엘 앞에 붙는 수식어 정도 취급을 당했었다. 그러고 보면 나의 정체성은 F. M 대로라면 수도자로서는 은수자요 기능면으로는 신학생들의 주보성인인 가브리엘처럼 책이나 학문으로 기우는 학자적 경향일 것이다.

 

그런 관점으로 돌아보면 은수자 바오로나 성. 가브리엘의 발자취를 그리 벗어나서 산 것은 아닌 것 같다. 요나서를 마무리 짓는 야훼 하느님의 말씀은 가축은 차치하더라도,”니느웨에는 오른쪽 왼쪽도 모르는 아이만( 혹은 앞뒤도 못 가리는) 해도 120,000이란 이야기가 실감이 난다. 다 크다고 성인이라고 우기는 사람은 많지만, 정말 어른은 보기 드문 우리의 세태를 드러내준다. 날이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알게 되듯이 마흔이 넘어서야 비로소 자기본명을 새삼 찾게 되었다. 그때까지는 자기라고 생각되던 자아를 연기하는 생활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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