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조회 수 7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계절이 바뀌어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계절이 바뀌듯 사람의 마음도 변하나 봅니다. 젊었을 때, 저는 주저하지 않고 다시 태어나도 사제로 살겠다고 큰소리쳤죠. 그런데 나이 마흔 중반을 넘어서서는 내가 만일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사제가 되기보단 내가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했더니, 지금은 돌아가신 청주 예수고난회 관상수녀원의 존매리 수녀님이 절대 그래서는 아니 된다고 손사래 치시면서 역정 내시듯 만류하시더군요. 어느덧 제 나이 칠순이 되고 나니, 이젠 다시 태어난다면 예전처럼 사제로 살겠다느니 결혼하겠다니 말하지 않고, 그때 주님 뜻대로 주어진 삶을 살겠다고 말합니다. 삶의 형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그 삶을 사느냐가 더 중요함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M.E 지도신부로 20년 이상 활동하면서, 부부로 살아가는 아름다운 부부를 볼 때는 시기심과 질투심이 일어났었고, 안타까운 부부를 보면서는 자족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내가 만일 결혼했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를 상상해 봅니다. 아마도 저 또한 다른 남성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남편이자 아버지였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한 사람을 죽도록 사랑한다는 것은 너무 아름답고 행복한 일이잖아요. 더더욱 자녀를 낳아 양육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이보다 더 아름답고 거룩한 일은 없다고 봅니다. 많은 사람은 결혼해서 자녀를 낳고 자녀를 양육하지만, 참 부부로 살아가고 참 부모가 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깨닫습니다. 어쩌면 결혼해서 살아가시는 여러분이 진정 대단한 분들이시고, 하느님 나라에서 보자면, 저 보다 결혼 생활하시면서 사시는 여러분이 훨씬 더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살아있는 예수님이시고 성모님이십니다.

여성의 참정권(=투표권)이 주어진 시기는, 뉴질랜드에선 1893년에, 미국에선 백인 여성이 1918년에 그리고 흑인 여성의 경우 이보다 훨씬 늦은 1960년에 비로소 주어졌습니다. 이는 곧 최근세까지 인류 역사는 강자인 남성들이 약자인 여성을 지배한 역사로 점철되어왔으며, 이렇듯 역사가 여성의 인권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이처럼 최근세의 일입니다. 현재도 특히 중동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아직도 많은 여성이 남성들로부터 여러 가지 학대를 당하고 있습니다. 한 남자에게 네 명까지의 아내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국가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나 남편의 뜻을 거역한 여성은 잔인한 체벌을 감수해야 하는 나라들도 아직 있습니다. 그러기에 아프카스탄에서 다시금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여성들과 아이들이 생각났었습니다. 
 
오늘 복음의 이야기는 모세가 허락한 대로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Mr10,2)라는 바리사이의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바리사이가 주장하는 근거는 신명기(24,1)가 전하는 법입니다. <아내가 남편의 눈 밖에 나면 남편은 이혼증서를 써주고 그 여자를 집에서 내보낼 수 있다.>는 법입니다. 그 시대는 철저한 남존여비(男尊女卑)의 사회이고 시대였습니다. 여성이 남편의 눈 밖에 나면, 그 여성은 학대당하면서 살아야 했습니다. 사실 과거 조선 시대 역시 동일한 상황이었고, 7去至惡이 엄연히 횡행橫行한 사회였습니다. 아무튼 모세는 이런 여성을 남편의 학대에서 구출하기 위해, 아내를 집에서 내어 보낼 수 있다는 취지에서 이런 법을 만들었습니다. 예수님은 그것이 모세가 남성들에게 준 특권이 아니라, 지켜야 하는 법이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완고하기에 그 사실을 감안한 모세가 그 법을 제정해 주었다는 말씀입니다. 유대인들은 이 법을 남성들에게 허락된 특권이라 생각하였고, 예수님은 그것이 남성들의 학대에서 여성들을 구출하기 위해 모세가 제정한 법이었다고 말씀하십니다. 

남성과 여성의 관계, 부부 관계는 어떤 관계가 참으로 바람직한 관계일까요? 하느님은 시초부터 인간을 홀로된 존재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다른 성을 지닌 배우자와 더불어 살아가도록 창조하셨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은 다른 존재와 더불어 살아갈 때 자신의 존재 이유를 깨닫게 되고, 창조목적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남자의 갈비뼈에서 여자를 만들었다고 말합니다.(창2,22참조) 갈비뼈는 심장을 보호하고 심장의 고동이 들리는 뼈입니다. 부부는 심장의 고동을 들으면서 서로 보호하고 지지하며 살아가는 관계이며 존재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돕고 살리는 일은 서로의 존재를 은혜롭게 생각하고 자비롭게 행동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것이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신 이유입니다. <이야말로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 남자에게서 나왔으니, 여자라 불리리라.>(창2,23)

오늘 복음에서 <부부는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10,8~9)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이혼을 부정하려는데 그 강조점이 있다기보다는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부부가 한 인격체임을 깨닫기를 촉구하고,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자들에 대한 남자들의 횡포를 비판하고자 하신 것입니다. 결혼의 신성함과 존엄성을 예수님은 강조하려고 하신 것입니다. 남성과 여성 사이의 혼인 관계는 어떤 경우에도 일방적이거나 불평등해서는 안 되고, 서로 사랑하며 존중하는 관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인간을 만드실 때 서로 돕도록 남자와 여자로 만드시고 한 몸이 되게 하신 하느님의 뜻이 잘 이루어집니다. 부부란 서로 다른 존재이고, 그 역할이 다릅니다. 보완과 보충의 관계로 <남편이 가정의 머리>라면, <아내는 가정의 심장>과 같이 상호보완과 보충의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공급자와 촉진자로 서로가 우월한 지위가 아니라 직분과 역할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또한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라는 말씀을 묵상해 볼 때, 혼인은 부부들이 스스로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나로 만들어 주시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혼인은 둘이 서로 하나가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하나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이 단순한 진리를 잊고 하느님을 제쳐놓고 둘이 하나가 되려고 하기에 역설적으로 하나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하느님께서 두 사람 사이에 살아 계시게 살라는 뜻입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은혜로우심이 두 사람 사이에 살아 있으면, 두 사람은 갈라설 이유가 없습니다. 하느님은 짝지어 주시고, 인간은 갈라놓습니다. 자비롭고 선하신 하느님은 인간을 짝지어 주고, 함께 있어 행복하게 하십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완고하여 미워하고, 서로 갈라집니다.

그러기에 사제로 특히 M.E 운동에 헌신해온 사제로 살아오면서 혼인한 부부를 볼 때 느끼는 점은,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되려고 노력하겠지만 서로가 다른 독립적 개체인 만큼 참된 부부일수록 배우자와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존경해야 한다고 봅니다. 참된 부부의 모습은 연상시키는 나무그루가 있습니다. 연리목(連理木)과 연리지(連理枝)가 바로 그것입니다. 연리목이라는 나무는 뿌리가 다른 두 그루의 나무가 합쳐져서 한 나무인 것처럼 자란다고 합니다. 한 나무가 다른 나무의 몸속을 파고 들어가 수분과 영양을 흡수하며 자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전통적인 결혼의 모습일 것입니다. 예전 우리 어머님들은 남편과 자식을 위하여 희생 봉사하는 연리목 형태의 결혼 생활을 요구받았습니다. 그러나 연리목 형태의 결혼은 더 이상 현실이 아닙니다. 반면, 연리지라는 나무는 두 나무의 가지만 이어져 있습니다. 충청도 괴산의 산막이 옛길을 걷다보면 연리지가 있습니다. 연리지는 뿌리나 몸통은 다르지만, 가지가 붙어 한 나무인 것처럼 자란다고 합니다. 연리지에는 부부간의 사랑에도 거리와 간격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의 결혼 생활은 연리지를 닮아야 합니다. 부부는 엄연히 자아가 독립된 서로 다른 개체이기 때문입니다. 변화된 세상에서 부모님 세대와는 달리 연리지의 사랑을 살아가는 게 올바른 부부 관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분의 표현에 의하면 <사랑은 둘이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둘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고 하더군요. 맞는 말입니다. 둘이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함께 하느님을 바라볼 때 하느님 안에서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둘만 서로 바라보고 있다면 영원히 한 몸이 안 되고 둘로 남아있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사십시오. 

*** 오늘은 저희 수도회 창립 300주년을 기념하는 미사가 광주대교구 보좌주교 옥시몬 주교의 주례로 이곳 광주 일곡동 명상의 집에서 오후 2시에 거행될 예정입니다. 저희 수도회와 모든 고난회 남녀수도자를 위해서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1. 대림절 특강 1: 대림절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기다림

    Date2021.12.01 By이보나 Views18
    Read More
  2. 대림 제1주일: 루카 21, 25~28, 34~36

    Date2021.11.27 By이보나 Views21
    Read More
  3. 대림 시기: 기쁨과 희망 속에 구세주 오심을 기다림

    Date2021.11.27 By이보나 Views18
    Read More
  4.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요한 18, 33-37

    Date2021.11.20 By이보나 Views22
    Read More
  5. 연중 제33주일: 마르코 13, 24 ~ 32

    Date2021.11.13 By이보나 Views30
    Read More
  6. <아름다운 마무리2: 실제적인 죽음과 그 죽음에 대한 응답>

    Date2021.11.08 By이보나 Views38
    Read More
  7. 연중 제32주일 마르코 12, 38 ~ 44

    Date2021.11.06 By이보나 Views28
    Read More
  8.  <아름다운 마무리 1: 그리스도교 죽음의 신학적 의미>

    Date2021.11.01 By이보나 Views45
    Read More
  9. 연중 제31주일 마르꼬 12, 28 ~ 34

    Date2021.10.31 By이보나 Views27
    Read More
  10.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연중 제30주일): 마테오 28, 16 - 2

    Date2021.10.23 By이보나 Views35
    Read More
  11. 연중 제29주일 마르코 10, 35 – 45

    Date2021.10.16 By이보나 Views47
    Read More
  12. 연중 제28주일: 마르코 10, 17 - 30

    Date2021.10.09 By이보나 Views53
    Read More
  13. 연중 제27주일: 마르꼬 10, 2 - 16

    Date2021.10.03 By이보나 Views74
    Read More
  14. 연중 제26주일: <마르코 9, 38 – 43. 45. 47 – 48>

    Date2021.09.26 By이보나 Views50
    Read More
  15.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Date2021.09.18 By이보나 Views59
    Read More
  16. 기도학교 강의 9: 루가 복음에 나오는 기도

    Date2021.09.16 By이보나 Views68
    Read More
  17. 연중 제24주일: 마르꼬 8, 27 - 35

    Date2021.09.12 By이보나 Views50
    Read More
  18. 연중 제23주일: 마르꼬 7, 31 - 37

    Date2021.09.04 By이보나 Views56
    Read More
  19. 기도학교 강의 8: 기도의 열매

    Date2021.09.02 By이보나 Views68
    Read More
  20. 연중 제22주일: < 마르코 7, 1 – 8. 14 – 15. 21 – 23 >

    Date2021.08.29 By이보나 Views4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3 Next
/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