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2022.01.09 19:00

우울증 치료제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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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 7

 

조금 긴 시간 움직이지 않고 한 자세를 고수하게 되면 몸이 뒤틀리거나 마비가 오기에, 성당문 옆에 의자를 하나 가져다 놓고 앉아 성무일도나 미사를 따로 드린 지 꽤 오래다. 성당이라는 인위적인 장소에 갇혀서 기도나 미사를 드릴 때와는 달리 대자연을 배경으로 미사를 드릴 때는 자연스레 대자연속에서 살아가려 애쓰는 뭇 생명들의 고통과 염원, 작은 바람에서부터 우주적 스케일의 광대함에 이르기까지 눈길이 미쳐 참 다양한 제물을 드리게 된다.

 

젊어서는 저녁노을이 좋더니 이즈음은 아침노을의 아름다움을 배우는 중이다. 동녘이 밝아오다 마침내 붉은 모둥이가 산위로 솟아오르는 순간 하늘과 땅은 다시 창조되는 듯하다. 줄기줄기 뻗어 나오는 붉은 햇살을 받아 만물은 잃었던 제 모습과 제색 깔을 도로 찾는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이 포도주로 변한 이유는 바이든의 말처럼, 물이 그 주인을 만나서 얼굴을 붉혀서가 아니라,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본성을 회복해서라고…….정결 례에 쓰이는 정화수가 사람을 갈라놓고 단죄하는 일상의 왜곡된 모습에서 벗어나 사람을 즐겁게 하는 제 모습을 도로 찾았음을 색의 변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파킨슨 증후군에 빠지지 않는 병증의 하나는 우울증이다.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가도 수시로 눈물짓거나 목소리가 변하니 민망해서라도 사람 만나는 일을 꺼리게 된다. 한번은내가 파킨슨병에 걸린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우주의 중심이 자신인 사람, 자기중심성을 한 번도 벗어나 본적이 없는 사람이 암에 걸렸다는 청천 벽력같은 진단을 받으면 보통 그의 반응은 “왜 하필이면 내가?”이다. 나의 응답은 “왜 하필이면 내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이다. 약간 부족한 것이 느껴지긴 했지만 대사일번, 한번 크게 자기중심적 자아가 죽고 새생명을 선물로 받은 후 일관된 태도였다. 그런데 그것에 약간 부족하다는가 빈구석이 있음을 내 몸이 알려왔다.

 

그날은 유난히 영성체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손이 심하게 떨려 성체를 잡기도, 성혈에 담겨 삼키기도 힘들었다. 미사 후 방에 들

어와 수도복을 벗고 있는데 갑자기 내 자신이 이제껏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괴성을 지르며우는 것이 아닌가! 수도회 입회 후 눈물은 흘려보았지만 소리를내어 운 기억은 없었다. 더구나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괴성으로! 내 자신이 얼마나 불쌍하던지....

 

아쉽게도 이 부르짖음은 단 한번으로 그쳤다. 그만큼 내 자신을 콘트롤하는 센서가 잘 작동하고 있는 듯 하다. 무슨 카운슬링이 도움이 될까? 그것보다는 주님을 상징하는 붉은 태양이 떠오를 때 나름 만신창이가 된 자신과 이웃과 뭇생명을 바치는 것이 낫겠다.

 

저 붉은 쟁반같은 태양이 내 안에 있고 나는 들숨을 쉬며 그안애 나와 주변 생명들의 고통과 서러움, 죄와 영광 모두를 제물로 바치는 것이다.오병이어의 이적이 뜻하는대로 자기가 가진것 모두를 봉헌할 때 하느님은 그것을 축복하시어 돌려주신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호흡의 기도를 하는것이다.   포신이정을 생각하니 Desiderata 도 떠오른다.

 

 

 

Desiderata

 

Go placidly amid the noise and the haste, and remember what peace there may be in silence. As far as possible without surrender be on good terms with all persons. Speak your truth quietly and clearly; and listen to others, even to the dull and the ignorant, they too have their story. Avoid loud and aggressive persons, they are vexations to the spirit.

If you compare yourself with others, you may become vain or bitter; for always there will be greater and lesser persons than yourself. Enjoy your achievements as well as your plans. Keep interested in your own career, however humble; it is a real possession in the changing fortunes of time.

Exercise caution in your business affairs, for the world is full of trickery. But let not this blind you to what virtue there is; many persons strive for high ideals, and everywhere life is full of heroism. Be yourself. Especially do not feign affection. Neither be cynical about love; for in the face of all aridity and disenchantment it is as perennial as the grass. Take kindly the counsel of the years, gracefully surrendering the things of youth.

Nurture strength of spirit to shield you in sudden misfortune. But do not distress yourself with dark imaginings. Many fears are born of fatigue and loneliness. Beyond a wholesome discipline, be gentle with yourself. You are a child of the universe, no less than the trees and the stars; you have a right to be here. And whether or not it is clear to you, no doubt the universe is unfolding as it should.

Therefore, be at peace with God, whatever you conceive Him to be. And whatever your labors and aspirations in the noisy confusion of life, keep peace in your soul. With all its sham, drudgery and broken dreams; it is still a beautiful world. Be cheerful.

Strive to be happy.

 

--- Translated by Max Ehrmann, 1927

 

--- Author unkn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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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페 2022.01.28 13:43
    신부님 너무 보일때마다
    멋있으시고 신부님 책
    읽을때 마다 너무 많은 힘이 되고 있어여^^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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