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2022.01.21 19:48

들숨과 날숨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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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일과처럼 아침미사후에 일출을 보러 밖으로 나와 추위 속에서 붉은 태양이 떠오르기를 기다린다. 신장암을 수술하고 항암치료를 하던 중 다른 곳에 전이된 최 안젤라씨, 신장암에 걸렸음을 알고부터도 더 살려는 마음은 없다 하셨다. 제 2차 항암을 시작하면 이곳 명상의 집으로 해 뜨는 것을 더 이상 보러 올 수 없으리라 하시며 마지막 인사를 하시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그래 사람은 이렇게 만나 이렇게 헤어지는 거지. 회자정리(會者定離).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안젤라씨는 추운 한겨울 12월에 솔밭의 요양원에서 캄캄할 때 떠나 이곳까지 올라오셔 떠오르는 해를 보며 바라는 바를 나직이 기도 드렸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이런 에너지가 솟아나지 않는 법이다. 주변 앓는 이들의 아픔이 자신의 아픔이 되고, 병원비를 비롯하여 앞으로 살아갈 일에 대한 걱정으로 삶이 막막해지는 환자의 마음이 자신의 마음이 될 때 비로소 타인을 치료하는 힘이 그에게서 나온다. 그날 헤어지면서 안수하고 강복도 드렸다. 그 후 한 번도 못 보았으니 아마도 세상을 떠나신 것 같다.

 

아침 7시 45분경에 동녘을 붉게 물들이던 해가 마침내 눈부신 붉은 광선을 줄기줄기, 서리서리 뿜어대며 솟아오를수록 장대해져 하늘 길을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 모습을 드러났던 해는 벌써 서쪽하늘을 황혼 빛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생명이란 들숨과 날숨 사이에 있다고들 한다. 우리의 삶도 해가 뜨고 지는 그 사이에 있다. 새들은 무리지어 하늘 높이 날아 숲으로 돌아가고 곱던 노을이 조금씩 스러지며 어두워지고 땅거미가 내린다. 하루중 이때는 어린왕자가 아니더라도 서글픔이 밀려오는 시간이다. 수십년 전 2월 그날도 어스름이 밀려들때였었지. 어찌할 수 없는 상실감과 적막감에서 벗어나고자 서가에서 아무거나 뽑아들었던 책이 하필이면 성서! 시몬의 장모는 이 시간 병상에서 일어나 예수의 제자들을 대접한다.

 

https://youtu.be/PDQQlaKFJ5w

 

모처럼 몸의 마비를 무릅쓰고 성당에 장시간 앉았다. 부질없는 물음이나 반복하지 않고 올바른 질문을 드릴 수 있게 심재(心齋)를 드린다. 때가되면 올바로 물을 수 있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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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페 2022.01.28 22:18
    신부님
    저도 명상의집 아침 해뜨는 시간을 무척이나 기다리며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저의 영혼의 묵은때들을
    말끔히 정화 시켜 주시기를 항상 기도했습니다

    지난번 신부님 책을 구입하면서 저에게 해주실말씀 부탁드렸더니

    "모든걸 주님께 맡겨라
    주님께서 손수 이끌어 주시리라"

    얼마나 감사하고 힘이 되어 주시는 말씀이셨는지요^^
    신부님
    신부님의 순수한 고백들은 제 영혼에 보약과도
    같은 작용을 합니다.

    오늘도
    주하느님께 저희에게 평화를 주십시오 하고 기도드립니다.

    "저희에게 모든것을 베푸셨으니 정묵의 평화.안식일의 평화를.저녁없는 평화를 주십시오"라고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기도를 따라 하느님께 올려봅니다.
    신부님 새해는 더욱 건강하시고
    주님의 은총과 자비와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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