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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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 선거가 50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 대선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별난 대통령 선거가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무사히 잘 끝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미국의 대통령 취임식을 보다 보면 아주 특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바로 미국의 새 대통령은 성경책에 손은 얹고 취임 선서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난 다음에 취임 연설을 통해서 대통령은 향후 4년간의 국정 방향을,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합니다. 

 

오늘 복음의 장면과 내용(루4,14~21)은 마치 대통령 취임식 장면과 취임 연설을 연상케 합니다. 나자렛 회당에서 낭독한 내용들은 향후 예수님의 사도직 활동을 압축해서 제시한 청사진과 같습니다. 고향 마을 회당에서 예수님은 이사야 예언서를 통해서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하느님께서 자신을 보내셨음을 명백히 밝힌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깨닫고 선포하기까지 예수님은 30년이란 평범한 삶 속에서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지 않으시고 숨어 살아왔음을 잊지 맙시다. 자신의 때가 올 때까지 예수님은 숨어서 묵묵히 30년 동안 단순한 일상의 반복 속에서 사셨다는 것입니다. 겹겹이 쌓인 일상의 반복이 그저 지나가는 시간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는 기다림의 시간이었음을 마음에 새기면서 우리 또한 지금 생활하고 있는 곳에서 늘 하던 대로 일상에 충실하게 살아야 합니다. 다른 행로가 없습니다. 바로 일상이 ‘득도의 길이요, 구원의 길이다.’는 사실이고, 그 일상의 반복이 바로 새로움을.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오늘 독서 느헤미야기를 보면, 에즈라 사제가 율법을 읽고 풀이를 해주자 유대인들은 율법의 말씀을 듣고 울었다고 합니다. 얼마나 감격에 겨우면 하느님 말씀을 듣고 눈물을 흘렸을까요? 왜 유대인들은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울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하느님의 말씀이 그들의 아프고 쓰라린 과거의 상처를, 기억을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바빌론 유배를 통해서 그들은 고난과 시련을 겪으면서 ‘자신들이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처절하게 몸과 마음과 영혼으로 깨달았기에, 자신들을 구원해 이끌어 주신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감격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 루카 복음서를 통해서 예수님은 ‘자신은 어떤 존재이고, 자신은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소상하게 말씀하십니다. 결국 예수님은 자신에게 건네진 이사야 61장을 통해 자신의 사명을 분명하게 밝히셨으며, 특히 당신 사명의 일차적 수혜 대상자는 가난한 이들임을 명백히 선포하십니다. 결론으로 예수님은 당신 사명은,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4,21)고 선포하십니다. 사람의 일에는 ‘시작이 반이다’고 말하지만, 시작도 마침도 없으신 하느님의 일에는 시작이 곧 성취이며 완성입니다. 


예수님께서 밝히신 가난한 이들은 누구입니까? 가난한 사람들은 예수님을 찾아서 예수님에게 오는 육체적인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악령으로 시달리는 사람들, 세리나 죄인들 그리고 아이들과 여자들을 가리킵니다. 특히 천대받던 거리의 여자들도 가난한 무리에 속합니다. 이들은 물질적으로 가난하였으며, 사회적으로 또는 종교적으로 억압받고 멸시받았고, 인간 사회에서 소외되고 고립된 사람들입니다. 결국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하느님의 보살핌과 돌보심에 의지하는 길 외에는, 하느님께 부르짖고 돌보아 달라고 청하는 것 외에는 그들의 인생을 바꿀 다른 방법이나 대책이 없는 사람들로, 하느님의 구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실제로 예수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고 구원하기 위해 오셨지만, 어떤 누구도 돌보지 않고 어떤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가난한 이들이야말로 우선적인 대상이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겐 자신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동감하고 함께해 주고, 용서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예수님 존재 자체가 기쁨이자 복음福音이었습니다. 


가난한 사람 중에서 사로잡힌 사람은 누구입니까? 자유가 없거나 자유를 빼앗긴 사람들입니다. 오늘날 현대인은 3가지 곧 재물과 권력과 성에 자유를 빼앗긴 채 사로잡혀 살아갑니다. 돈의 노예, 권력의 신하, 성의 우상화로 스스로가 붙잡혀 자유의지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돈과 권력과 상품화된 성은 이스라엘 백성을 억압하고 짓밟았던 파라오 왕의 현대적이며 영적인 상징입니다. 이런 붙잡힌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유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 곧 구원입니다. 진리가 자유롭게 하리라!!! 자캐오가 바로 참된 재물의 굴레에서 벗어나 참 자유를 만끽한 사람이지요.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이나 악령으로부터 시달린 마리아 막달레나가 그 구원의 수혜자였지요.


눈먼 사람은 누구입니까? 눈먼 사람은 치유가 되면 눈을 떠서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됩니다. 문제는 영적으로 눈먼 사람들입니다. 탐욕에 사로잡힌 사람에게는 자기 욕심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에게는 자기 안정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탐욕이나 두려움 때문에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하느님을 보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이런 사람들은 한마디로 자기밖에 모르고 자신의 의견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이기심으로 가득 찬 사람입니다.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해서 누군가의 도움으로 깨우침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영적으로 눈먼 사람들에게 사랑으로 다시 보게 합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사울(=바오로)이었습니다. 


억압받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힘없는 사람입니다. 죄에 억눌리고 질병에 억눌리고 악의 세력에 억눌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죄책감에 억눌려 살거나, 질병으로 육체적 짓눌림과 경제적인 짓눌림으로 고통당하거나, 보이지 않은 악령으로 지배당한 채 억눌려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억눌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해방을 전하는 게 예수님의 사명입니다. 복음의 모든 치유 이야기 주인공이 바로 이 부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며 우리 자신들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사제 에즈라는 백성들에게 말했습니다. <오늘은 주 여러분의 하느님께 거룩한 날이니, 슬퍼하지도, 울지도 마십시오.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단 술을 마시십시오. 오늘은 우리 주님께 거룩한 날이니, 미처 마련하지 못한 이에게는 그의 몫을 보내 주십시오. 주님께서 베푸시는 기쁨이 바로 여러분의 힘이니, 서러워하지들 마십시오.>(느8,9~10)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오늘은 거룩한 날, 잔칫날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예수님 역시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서 이루어졌다.>(4,21)고 선언하셨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또한 오늘을 거룩하게 성대하게 기억하고 기념하면서 흥겨운 잔칫날이 되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를 위해 그리스도의 몸인 우리, 그리고 그 지체인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그리스도의 사명을 완성해야 합니다. 우리도 그리스도처럼 가난한 사람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해야 합니다. 이것이 교회의 사명입니다. 이 세상에 하느님의 나라를 세우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 예수를 진정으로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입니까? 여러분은 세상적인 가치, 재물과 권력과 성의 구조와 굴레 속에 갇히고 묶인 사람들입니까? 아니면 그리스도 사랑의 포로가 되어 세상의 굴레로부터 해방된 자유로운 사람입니까? 여러분은 세상의 이득에 눈멀고 그리스도의 사랑에 눈뜬 사람들입니까? 여러분은 주님의 말씀을 따르고 실천하는 하느님의 자녀들입니까? 올 한 해 동안 여러분의 삶이 주님의 말씀으로 충만하고 주님의 은총으로 흘러넘치길 바랍니다. <주님이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게 하셨다. 알렐루야.>(복음 환호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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