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비가 내리고 바람이 거세게 불던 어젯밤 신영옥의 ‘얼굴’을 듣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아련히 떠오르는 얼굴 하나 없다면 삶은 얼마나 황량할까 짐작하며.
아침녘에야 겨우 잦아든 바람이 프로이드, 융, 아들러 이전에 이미 있던 심리학의 세상으로 데려가다. 종교의 역사는 곧 심리학의 역사라 할 정도로 심리학의 뿌리는 깊다. 서방교회의 신학이 왕왕 “How many angels can dance on the head of a pin?” 라는 물음처럼 스콜라적인 사변에 빠질 때, 동방정교회는 아주 실용적으로 자신의 특성을 인간 몸과 마음의 치유에 두어 신학을 “The Science of Spiritual Medicine” (영적 약에 관한 지식) 으로 여겼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독 묻은 화살을 맞아 견디기 어려운 고통 을 받을 때 그 친족들은 곧 의사를 부르려고 했다. 그런데 그는 '아직 이 화살을 뽑아서는 안 되오 나는 먼저 화살을 쏜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갰소. 성은 무어고 이름은 무엇이며 어떤 신분인지를 알아야 갰소. 그리고 그 활이 뽕나무로 되었는지 물푸레나무로 되었는지, 화살은 보통 나무로 되었는지 대로 되었는지를 알아야 갰소. 또 화살 깃이 매의 털로 되었는지 독수리 털로 되었는지 아니면 닭털로 되었는지를 먼저 알아야겠소.' 이와 같이 말한다면 그는 그것을 알기도 전에 온 몸에 독이 번져 죽고 말 것이다.
그처럼 바늘 끝에 천사가 몇 명이나 앉을 수 있는 가로 힘과 시간낭비말고 천사가 되어주고 천사를 부르는 사람이 되게 淨化, 明化, 神化에 힘써야겠다.
|
박태원 가브리엘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