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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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러분은 어떻게 은퇴를 준비하시고 있습니까? 제 생각엔 참된 은퇴 준비는 나중이 아니라 지금부터 바로 해야 하는 것처럼, 죽음 이후 곧 하늘나라를 위해서도 지금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하기에 이런 노파심에서 오늘 복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것처럼, 하늘나라를 위한 투자는 30배 60배 아니, 100배의 배당을 받게 되리라 믿습니다. 그러기에 하늘나라를 위한 ‘내 집 마련’, ‘종신연금’에 투자하는 방법을 알려 드릴까 합니다. 

예수님의 산상 설교의 가르침 가운데서 “너희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마라. 땅에서는 좀과 녹이 망가뜨리고 도둑들이 훔쳐간다. 그러므로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마태6,19)는 말씀을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보물이 있는 곳에, 우리의 마음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 마음과 시선이 하느님과 이웃을 향해서 아니면 재물을 향해서 있는지요. 예수님께서도 오늘 복음 말씀을 통해서 우리에게 당부하십니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12,15)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사람의 생명은 누구에게 달려 있습니까? 

재산 문제와 죽음의 문제, 오늘 복음에서는 이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됩니다. 마치 두 가지를 저울에 올려놓고 그 무게를 달아보는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이 예수님께, 유산을 나누어 받는 일에 개입해 주실 것을 청합니다. (12,13참조)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이 물음을 재물에 대하여 가르치기 위한 기회로 삼으십니다. 유산 분배가 아니라 재물의 가치 자체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재물은 축복과 저주의 양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축복이 되기도 하지만 재앙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도 재물 곧 돈 때문에 형제 사이를 갈라놓고 있으며, 사실 제 친형들은 실제로 돈 때문에 오래전에 갈라섰습니다. 심지어 부모 자식 사이의 왕래마저 끊게 만드는 분열의 내막에는 대부분 재산 다툼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모가 한평생 고생하며 모아 놓은 재산을 앞에 놓고 형제가 남만도 못한 가슴 아픈 관계로 전락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반면 열심히 노력해서 모은 재산을 잘 활용하면 이것처럼 큰 축복도 없습니다. 아무리 적은 재산 일지라도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기쁘게 사용하면 하느님께는 감사와 찬미의 영광을 드릴 수 있고 동시에 사람들과의 관계는 더없이 풍요로울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재물을 소유하는 순간부터 욕망을 따르는 삶을 살기 시작하고 하느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재물을 믿기 시작합니다. 하느님의 창조 의지가 배제된 재물 소유는 가족과 이웃을 피눈물 나게 할 수 있고, 사방에 죽음의 문화를 꽃피우기도 합니다. 또한 영원한 세상을 생각하면서 살기보다는 세상에서의 물질적 쾌락과 안락에만 관심을 쏟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이것이 재물의 유혹이고 악의 열매들인 것입니다. 이런 우리 인생에 대해서 오늘 제1독서 코헬렛은 “코헬렛이 말한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1,2)고 말씀하시고, 바오로 사도는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땅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콜3,1)라고 말씀하십니다.

재물 자체가 악하다는 말씀은 아닙니다. 창세기 시작부터 하느님께서 이 세상 모든 것을 만드셨고 그것을 ‘보시니 좋았다.’라고 되풀이하여 말하는 성경은  창조의 근본적 선성善性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재물은 인간의 생존을 위하여 필요하며, 또한 인간의 행복을 위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재물의 가치는 죽음 앞에서 상대화되며, 물질적 재물이 생명을, 더구나 영원한 생명을 보장해주지는 못합니다. 오늘 복음의 어리석은 부자의 사례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가족이나 친구들의 돌연한 죽음의 소식으로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죽음을 맞았을 때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이며, 무엇이 소중한가를 말해 줍니다. 조용필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노래처럼 ‘어제 우리가 찾은 것은 무엇인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오늘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란 가사를 한 번쯤 읊조리면서 죽음을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죽음 앞에서 실제적으로도 재물은 절대적 가치가 아님을 보여 줍니다만 제 친형들은 나이 들었으면서도 이를 알지 못하나 봅니다. 

깊이 생각해보면,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가 언젠가 죽음을 맞을 것이기 때문에 이 세상 문제에 애쓸 필요가 없다거나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 아님을 압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죽음이 있다는 사실, 이 세상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은 그 삶이 우리에게 행복하고 소중한 것이 되어야 함을 요구합니다. 영원히 산다고 한다면 우리의 삶은 더 이상 절실하거나 절박하지 않을 것입니다. 유한하고 짧은 삶이기에, 이 삶이 의미와 보람 그리고 행복과 축복으로 넘치고 넘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오늘 말씀의 핵심은 복음의 마지막 구절에 담겨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12,21) 핵심은 영원히 살 것처럼 현세 재물에 연연하고 집착하여 현세적인 창고를 크게 짓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사는 것이 영원히 참된 생명의 충만함을 온전히 누리며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소유하면 모든 것을 소유하게 되지만, 하느님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삶을 살지 않도록 바라는 예수님의 간곡한 충고의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인생의 가치 기준을 잘못 세워 하느님 앞에서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늘 명심하고 살라는 경고의 말씀입니다. ‘은퇴 준비는 나중이 아니라 지금부터 바로!’라는 어느 은퇴 설계 전문가의 말처럼 ‘영원한 생명을 위한 미래 준비는 나중이 아니라 지금부터 바로 시작해야 합니다.’ 어느 날 돈이 사람들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돈의 간곡하고 진솔한 외침을 들어 보십시오. 

“사람아 보아라. 너는 언제나 나를 움켜쥐고는 나를 너의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네가 내 것이다. 나는 아주 쉽게 너를 지배할 수 있다. 우선 너는 나를 얻기 위해서라면 죽는 것 말고는 무엇이든지 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있어 무한히 값지며 보배로운 존재다. 물이 없으면 한 포기의 풀도 살 수 없듯이, 내가 없으면 사람은 물론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죽고 만다. 회사도, 정부도, 학교도, 은행도, 교회도. 그렇다고 내게 어떤 신비의 생명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 힘으로는 아무 데도 갈 수가 없지만, 이상한 사람들과 수없이 만난다. 그들은 나 때문에 서로 인격을 무시하고, 사랑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한다. 순전히 나 때문에 말이다. 사람들에게 욕망이 없다면, 난 어쩌면 아무 쓸모가 없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거룩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나, 가난하고 굶주린 이들을 돕는 선한 사람들,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려는 이들과도 만난다. 나의 힘은 사실 무한하단다. 부디 나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고 현명하게 나를 다루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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