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19
성모승천 대축일을 며칠 전 지내다. 예수고난회 수도자로 지원기를 바로 그날부터 시작하였다. 그 후 타이틀만 헤아려봐도 많은 직책을 감당해왔다. 피정지도자, 신학대학 영성신학 강사, 지역원장, 명상의 집 원장, 지원자 청원자 지도자, 유기서원장, 참사위원 , 관구장...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오아시스가 숨어있기 때문이라고...직책이나 하는일은 여러 가지였으나 결국 하나일 수 밖에...
그리고 8년 전부터 파킨슨과 노환으로 일선에서 물러나 속절없이 무너지며 하루하루 피폐해지는 몸과 마음을 바라보며 받아들이는 성소를 산다.
젊은 시절 썼던 “실망한 예수”를 다시 읽으며 나의 부르심도 이제 때가 되어 화려한 십자가의 그늘에 숨겨져있던 본래의 모습을 어렴풋이 보게된다.
너무도 잔혹한 형벌이기에 로마의 시민권자들에겐 유보되었던 십자가형의 잔인함과 참담함은 당하는 자는 물론이고 바라볼 수밖에 없게 내몰린 사람들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패배와 좌절을, 모든 희망이 사라지는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닥뜨리게 한다.
내 세울 것도, 남은 것도 없이 이제 곧 모래폭풍속에 휩쓸려 사라져갈 생의 마지막 국면에서 자신의 부활을 믿고 논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