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마지막으로 잠을 푹 잤는지 기억도 희미하더니, 어제는 한번만 깨고 잘 잤다. 건강이 한결 좋아졌는지 급히 몸만 빠져나오느라 양양에 두고 온 책들이 아쉽다. 모세 마이모니데스와 마틴 부버, 움베르토 에코의 책들이…….
기도가 시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기도 속에 있으며,
희생의 제사가 공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 희생의 제사 안에 있듯이…….
- 마르틴 부버, [나와 너] 중에서
기도 속에서 시간은 비로소 비가역적 선형을 벗어나 영원이라는 자유의 차원으로 확장되며, ‘누구의 탓도’ 아니야’ 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後果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희생제사는 탓의 확대재생산을 멈춰 소멸케 하여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다.
하느님이 세상을 이토록 사랑하여 독생자를 주셨다 함은, 딱히 누구의 탓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얽히고 설킨 탓의 후과를 온몸으로 받아들여 소멸케 하여 새로운 삶을 가능하게 한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