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에게 삶을 물었다
흔들리는 일이라 했다
물에게 삶을 물었다
흐르는 일이라 했다
산에게 삶을 물었다
견디는 일이라 했다
- 삶이란 / 민병도 -
오늘 복음은 12 사도의 부르심이다. 구약성서에서 부르심에 대한 에피소드 내지는 소명사화의 풍부한 상징이나 깊이에 비하면 신약성서의 이야기는 참 밋밋하다. 아마도 사도 바오로나 사도요한을 제외한 다른 제자들은 자신의 부르심을 직접 거론치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구약성서의 대예언자들에 비해 세리나 어부, 목수, 열혈당원 출신이라는 배경으로 인해 자신들의 깊은 전통이나 풍부한 인문학적 자산의 혜택을 별로 못받은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하느님을 만난다는 것은 소명을 받는 것이고 일생에 걸쳐 살아야 할 이유를 갖는 거다. 그것은 그때까지의 삶이 어떤 형태로든 통합을 이루어야만 가능하다. 대통합이든 소통합이든 번쩍하는 황홀한 빛, 부활의 빛을 보는 순간이다. 이때 갖게 되는 확신이나 가치는 왕왕 신흥종교에서 보는 것과 같이 선명하고 순수하긴 하나 배타적이거나 나아가 독선적이기 쉽다.
삶이란 흔들리는 일도, 흐르는 일도, 견디는 일이기도 하며 하루에도 여러 번 그러함을 수긍케 하는 것은 연륜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