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던 스승과 제자, 경허 스님과 만공 스님이 시냇물을 건너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처녀를 만났다. 처녀를 등에 업고 물을 건네준 한참 뒤 경허 스님에게 만공 스님이 물었다. “출가자가 어찌 젊은 여자를 업을 수 있습니까?”하자, 경허 스님은 “나는 그 처자를 냇가에 내려놓고 왔는데 너는 아직도 그 처자를 업고 있느냐?”
이 이야기는 여러 판본이 있지만 등장인물만 다르지 주제는 동일하다. 일반 사람은 물론이고 수도자라 해도 얼마나 쉽게 마야(환상, 망상, 근심, 걱정)에 사로잡혀 지금, 여기에 현존치 못하고 방황하는가 하는 이야기일 것 같다. 흰 머리 한 가닥 검게 할 수 없으면서 말이다.
먼저 지금 여기에 현존할 수 있는 능력, 내공이 있어야 자신이 무거운 짐을 지고 있음을 자각할 수 있게 되고 맡기려는 마음을 내기 마련이다. 묵주기도나 예수 성명기도등은 바로 이런 내공을 기르는 방편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