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사는데 연륜을 쌓은 사람이라면, 사는 일이란 하루에도 여러 번 흔들리고 흐르며 견디는 일임에 공감하겠다. 그렇게 나름 일상을 영위하던 사람도 흔들리지도 흐를 수도 견딜 수도 없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신앙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던 그 암흑의 순간이 다른 차원의 삶으로 통하는 ‘하늘의 문’ (베델) 이 되는 체험을 한 사람이다.
나눔
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허허실실(虛虛實實)
by 후박나무 posted Jul 2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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욥과 가나안 부인
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헌장]은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 이란 유명한 단어로 시작하지만 곧이어 슬픔과 고뇌, 특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의 슬픔과 고뇌를 언급한다. 오죽하면 삶을 고해라 하겠는가! 오늘 복음도 마귀가 든 딸로 인해 노심초사... -
복음사색
복음에서 예수님이 병자들을 고쳐주셨다는 대목만 눈에 들어온다. 현재의 몸으로는 복음사색을 정기적으로 이어나갈 수 없을 것 같다. -
영감 - 로얄젤리
로열 젤리에 대한 숙고를 더 하다 보니, 사람에게 로열 젤리는 “고독” 보다는 “영감”(inspiration)에 더 가까울 것 같다. 영감이 없는 삶은 지루하고 의미 없는 반복이 되며 궁극에는 지리멸렬해진다. 매슬로우의 언어로 영감이 절정체험이라면, 그것을 가능... -
고독 - 로얄 젤리
“저 사람이 어디서 저런 지혜와 기적의 힘을 얻었을까?....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그의 어머니는 마리아라고 하지 않나?,,,,그런데 저 사람이 어디서 저 모든 것을 얻었지?” 꿀벌의 애벌레가 꽃가루를 먹느냐 아니면 로열 젤리를 먹느냐에 따라... -
'오래된 미래'
87년 대표로 선출되어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성. 십자가 관구총회 참석 후 3달간 미국 전역의 고난회 수도원을 방문하며 ‘오래된 미래’를 미리 보게 되었다. 청운의 꿈을 품고 예수를 따라 나섰던 젊은이들이 이젠 기력이 쇠한 노인이 되어, 뒤를 따르는 후배... -
“순례자의 노래”
오늘 미사를 주례한 사제가 입당과 파견성가로 “순례자의 노래”를 골랐다. ‘인생은 언제나 외로움 속의 한 순례자~ 언젠가 떠나리라’ 그 해 여름 예수고난회의 지부장 박 도세 신부님에게서 간단한 편지를 받았다. 성모승천 대축일인 8월 15일자로 지원기 프... -
50년...
중학교를 마치고 고교입학을 기다리던 2월 어느 날 어스름이 깔리던 저녁 무렵에 마포 염리동의 외할아버지 댁에서 난생처음 산상설교를 통해 예수를 만나다. 그때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던 소리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래,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해” ... -
하늘나라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부처가 부처를 알아보고, 제 눈에 안경이듯이 그 보물을 알아보고 찾은 사람은 이미 하늘나라를 어느 정도 닮은 사람일 것이다. 하늘나라로 표현되는 실체는 이것이라든가 저것으로 한정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구름 ... -
보현행(普賢行)
병원 외에는 외출이라곤 거의 않다가도 한 번씩은 나갈 일이 생긴다. 대중교통이라도 이용해야 할 때면 큰맘 먹고 체력적인 대비도 하지만 돌아올 때쯤엔 거의 기진맥진 그로기 상태가 된다. 그날도 그렇게 지쳐 종점에서 내린 시간이 9시경. 전화를 하려고 핸... -
‘파라볼레’(parabole)
칠레의 유명 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주역으로, 시인과 우편배달부 간의 우정을 다룬 작품인 IL POSTINO 는 시에 대해 문외한이던 순박한 청년 마리오가 메타포(은유)를 통해 점점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가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은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 -
씨
산책길가의 무성한 풀숲에 연보라색 쑥부쟁이가 보이고 서늘한 바람이 부는 게 여름 한 가운데 가을이 온듯하다. 오랜만에 볕이 나고 습하지 않은 바람이 부니 한결 산뜻하다. 한결같지 못함을 탓하며 냄비라느니 간사하다느니 말이 많지만 어쩔 것인가…….히브... -
감동(感動)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 는 “마음의 준비” 가 되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이다. 그들이 그렇게 쉽게 “할 수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는걸 보니 그들이 쫒는 것은 십중팔구 ‘화려한 십자가’ 임에 틀림없다.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도... -
여행
일생 동안의 여행 중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이 남아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 그것입니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그 여행을 시작하여 마치게 하는 원동력은 가브리엘... -
허허실실(虛虛實實)
어느 정도 사는데 연륜을 쌓은 사람이라면, 사는 일이란 하루에도 여러 번 흔들리고 흐르며 견디는 일임에 공감하겠다. 그렇게 나름 일상을 영위하던 사람도 흔들리지도 흐를 수도 견딜 수도 없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신앙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던 그 암흑의... -
김춘수의 "꽃"
마리아 막달레나의 이야기, 특히 오늘 부활사화의 대화를 보면 나와 그것, 나와 너의 관계가 얼마나 서로 다른 세상인지 잘 보여준다. 김춘수의 꽃처럼.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 -
경허와 만공 스님
길을 가던 스승과 제자, 경허 스님과 만공 스님이 시냇물을 건너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처녀를 만났다. 처녀를 등에 업고 물을 건네준 한참 뒤 경허 스님에게 만공 스님이 물었다. “출가자가 어찌 젊은 여자를 업을 수 있습니까?”하자, 경허 스님은 “나는 ... -
야훼
경련이 좀 심하다. 그래도 잠을 잘 자 훨씬 지내기가 수월하다. 유대교 하느님의 이름을 야훼, 또는 야웨(히브리어: יהוה, 영어: Yahweh) 라고 발음하지만. 자음 표기만 있던 고대 본문에서 어떻게 발음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발음에 대한 주장이 다양하듯 ... -
역정(逆情)
오늘 예수님의 언행에서는 역정이 읽혀진다. 씨를 뿌리고 갖은 수고를 다했으나 수확이 시원찮음에 대한 실망감의 표출 같은 것. 농부가 밭을 탓하랴 하지만! 폴랜드에서 만든 ‘실망한 예수’ 상과 함께 ‘화려한 십자가’ 가 어른거린다. -
토착화
교황 비오 12세께서 회칙 ‘성령의 감도(Divino afflante Spiritu)를 1943년 9월 30일 발표한 후 점차 가톨릭 성서학계도 성서비평학에 익숙하게 된다. 이 시기 이후 예수 고난회 특히 미국의 2 관구는 세계적인 성서학자를 배출하였다. 2차 바티칸 공의회 회기... -
나스카 지상화
보나벤투라 주교 기념일인 오늘 성무일도의 두 번째 시편은 신명기 32장 1~12 인데, 윈스턴 처칠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신명기의 “지나간 옛날을 추억해 보아라, 여러 세대에 지난 일들을 헤아려 보려무나. 라는 구절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